대표이사 해임 안건 등으로 주주연대와 회사 측의 표 대결로 관심이 집중됐던 셀리버리 임시주주총회가 파행으로 치달았다. 13일 오전 9시30분 개최할 예정이었던 주총은 4시간 반 넘게 지연됐고 결국 사측은 안건 부결을, 주주연대 측은 주총 불성립을 주장하면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끝없는 의견 대립에 사측은 주주들을 강제로 내보내기 위해 주총장을 모두 소등해 사상 초유의 '불 꺼진 주주총회'가 연출되기도 했다.
4시간 넘는 주총 지연에 주주들 분통
“이러려고 지방에서 새벽부터 올라온 줄 아냐.", “왜 우리를 못 들어가게 하냐."
이날 오전 9시30분. 셀리버리 주주총회가 열리는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와이피센터에서 소액주주들과 사측 관계자들 사이에서 고성이 오갔다. 주총을 개최하기로 한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사측에서 입장을 제한하면서 주주들이 분노했기 때문이다.
셀리버리 측 관계자들은 주주들이 제출한 위임장을 일일이 확인해야 입장이 가능하다는 명목으로 주주들을 막아섰다. 주주연대는 박수본 주주연대 부대표의 지분을 10주씩 나눠 위임했는데 사측은 '의결권 불통일행사'를 이유로 당장 들어갈 수 없다고 제지했다. 주주들은 사측의 행동에 대해 주총을 고의로 지연시키려는 행위라고 항의하면서 갈등이 지속됐다.
오전 10시. 주총이 지연된 지 30분이 지나서야 40여명의 주주들만 겨우 입장했다. 주총장에 들어가지 못한 주주들과 셀리버리 측에서 고용한 경호업체 직원들의 제지에 입구에서 한창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주총 지연 1시간째인 오전 10시30분에야 주주들이 모두 입장했다. 하지만 주총은 시작되지 않았고 의장인 조대웅 셀리버리 대표이사도 나타나지 않았다. 셀리버리 측 관계자는 “위임장 확인 작업이 필요한 상황이라 주총이 지연되고 있다"며 “양해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지난해 주총에서 조 대표가 주주들 앞에 무릎을 꿇고 “회사 정상화를 위해 목숨을 걸겠다"며 읍소했던 것과 대치되는 모습이다. 이에 분노한 주주들은 “주총을 계속 지연시키는 이유가 있는 것 아니냐"며 “조대웅 나와라"를 연신 외쳤다. 주주들은 점심 식사도 거른 채 주총 개최를 위해 자리를 지켰으나 오후 1시40분까지도 주총은 개최되지 않았다.
조 대표, 4시간 뒤 등장…“상폐 막겠다"
오후 2시 직전 조 대표가 모습을 드러냈다. 주총 대관 마감이 오후 2시인 점을 고려했을 때 이미 주총을 진행하기엔 턱없이 짧은 시간이었다. 조 대표가 등장하자 주주들은 조 대표를 향해 소리를 지르며 달려들었다. 셀리버리 관계자들과 경호업체 직원들이 합세해 주주들을 막아서면서 장내는 아수라장이 됐다.
주주들 앞에 선 조 대표는 “경영권 분쟁을 속히 해결하고 상장폐지를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복수의 기업들과 투자 계획을 논의 중이고 개선기간 내 유상증자를 통해 투자를 받으면 거래 재개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주주들은 “1년 전에도 똑같이 그렇게 말했는데 지금 상황이 더 안 좋아졌다"며 “조 대표가 물러나야 한다"고 격분했다.
조 대표는 이어 “의결권 위임과 관련해서 주주 측의 결격 사유가 있는지, 허수가 몇 건인지를 확인하지 못한 상황으로 안건 1·2·3안을 모두 부결 처리하겠다"며 “오늘 임시주주총회는 이것으로 마무리하겠다"고 선포했다.
조 대표가 안건을 부결하겠다고 했으나 주주들은 이에 반발했다. 주총이 개최되지 못한 상황이기 때문에 안건 부결 자체가 불성립한다고 주장하면서 의견이 대립했다.
한편 조 대표는 주주들의 반발이 커지자 장내 불이 꺼진 틈을 타서 도망치듯 주총장을 빠져나갔다. 뒤늦게 주주들이 조 대표의 뒤를 따라 나섰지만 놓쳤고 주주들은 허탈해했다.
박수본 셀리버리 주주연대 부대표는 “오는 29일 정기주총을 준비하겠다"며 “향후 조 대표의 직무집행정지 가처분까지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본잠식률 233.1%…'완전자본잠식' 상태
셀리버리는 국내 성장성 특례상장 1호 기업으로 지난 2014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상장 이후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추진 소식에 주가는 한때 10만원선에서도 거래됐다. 회사가 성장하면서 물티슈 제조업체인 셀리버리리빙앤헬스를 인수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자회사인 리빙앤헬스에 무리하게 자금을 투입하면서 회사가 휘청거렸고 지난해 감사의견 거절을 받아 주가가 급락하면서 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지난 11일에는 거래소로부터 완전자본잠식이 확인됨에 따라 상장폐지 사유가 추가됐다. 셀리버리의 지난해 자기자본은 마이너스 249억원, 자본금은 183억원으로 자본잠식률을 233.1%로 집계됐다. 셀리버리는 오는 29일 정기주총을 개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