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0일 22대 국회의원 총선이 한달도 채 남지 않았다. 지역구 진영은 대부분 결정됐고, 각 당의 비례대표 후보 순번이 이번주 내로 확정될 예정이다. 에너지업계에서는 박주헌 동덕여대 경제학과 교수가 비례대표 후보 등록과 면접을 마쳤다. 비례대표는 지역의 대표성보다는 사회 각층의 국민과 전문적인 분야를 대표하는 인물을 국회의원으로 선출하기 위한 제도다. 지금까지 환경과 산업부문의 전문가는 있었어도 에너지 전문가는 선발된 전례가 없어 에너지업계에서는 이번 총선에서는 반드시 에너지 전문가가 국회에 입성하길 희망하고 있다.
앞서 국민의미래는 지난 12~14일 비례대표 신청자 497명을 대상으로 면접을 마쳤다. 지난 21대 총선에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의 위성정당이었던 미래한국당은 40명의 비례대표 후보자를 발표했다. 국민의미래의 비례대표 후보자 규모 역시 40명 안팎이 될 것이란 관측이다.
에너지 업계에서는 지금의 국회는 문제가 생기면 근본 원인을 찾아 해결하는 게 아니라 자꾸 법만 만든들고 있는데, 근본 원인은 행정부는 물론 국회조차 '에너지는 공공재'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규제만 넘치고 비효율성만 커지고 있다는 비판이다.
이에 따라 산업에 대한 인식이 제대로 있는 전문가들이 국회에 입성해 정책의지를 실현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조성봉 전력산업연구회 회장은 “산업통상자원부가 요금이나 시장구조와 관련한 권한을 꽉 쥐고 있으니 국회에 기대할 수밖에 없는데 의원들이 공무원보다 전문성이 떨어지니 산업부가 계속된 시장실패에도 불구하고 마음대로 주무르는 형국"이라고 설명했다.
조 회장은 “국회의원들이 스스로 법을 못 만드는 상황에서 공무원들이 까다로운 정부입법 대신 의원입법, 심하게 말하면 청부입법을 한다. 국회의원이 공무원한테 법안을 써달라고 한다. 사실상 정부입법인데 한심하고 창피한 노릇"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국정감사가 다가오는데 이번에도 본회의장 복도에 모든 기관장들과 담당 직원들이 죄인처럼 불려나가서 대기하고 있을 것이다. 의원들도 제대로 된 감사보다 예산, 영수증 등 꼬투리 잡기 감사만 해왔다"며 “에너지 정책이 무슨 문제가 있었는지 큰 틀을 보고 문제제기를 하는 의원은 없다. 기대도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우리의 에너지정책, 규제, 산업구조, 시장운용, 공공부문을 통한 개입 뒤에는 제왕적 대통령제와 책임회피형 국회가 있음을 알 수 있다"며 “소비자 등 일반국민의 이해가 에너지정책에 반영될 수 있는 효과적 정치과정을 고민하고 이에 맞는 입법활동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발전업계 관계자는 “국회는 미래 에너지 산업을 위해 정부 주도의 진입규제를 철폐하고 전력수급기본계획의 보완 또는 폐지해야 한다"며 “전력수급 안정 대비책 수립과 전원설비 선택은 사업자들의 자율로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네거티브 규제방식을 도입해 궁극적으로 에너지생태계의 플랫폼화에 대비해야 한다"며 “전력산업의 플랫폼화 촉진을 위한 거버넌스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국회가 정부, 공공기관, 기업 등 이해당사자는 물론 일반 소비자와 같은 '침묵하는 다수'를 위한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홍혜란 에너지시민연대 사무총장은 “국회에서 이해관계자 외에도 다수의 전기소비자를 위한 비전이 나와야 한다"며 “전문가들이 연구도 해야 하지만 정책 결정과정에서 보이지 않은 과정들은 국민이 알 수 없다. 국민들이 함께 에너지정책을 만들 수 있어야 하고 국민들로부터 제안이 나와야 한다. 이를 국회에서 활동하는 분들이 정책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종영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전기위원회 위원장)는 “탈이념화되고 탈정파적인 에너지정책을 위해 전문성은 필요하다"며 “완전히 시장에만 맡길 수는 없고 규제가 필요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은 정부 개입이 너무 많다. 전기요금을 정하는 기관이 독립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추광호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산업본부 본부장은 “에너지정책이 정권과 진영논리에 따라 너무 자주 바뀐다. 안전장치도 없고 기업들 입장에서는 대책이 안 세워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에너지는 통상과 안보와도 연결돼있다"며 “경제를 거시적으로 불 수 있고 에너지 전문성도 있는 전문가들이 많아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번 총선에서는 각 정당에서 에너지 전문가의 국회 진출 필요성을 얼마나 인정하느냐에 따라 비례대표 순번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수년간 무리하고 잘못된 정책들로 한전의 부실화는 물론 곳곳에서 송전제약이 발생하는 등 국가 전체의 경제적 손실이 엄청나게 커졌다는 비판이 이어진다. 여당이 국정과제로 에너지시장의 정상화를 내세운 상황에서 이번 국회에서는 전문가 입성이 실현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