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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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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충수 둔 중국?…저가 공세에 태양광 기업들 구조조정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3.19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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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사진=AFP/연합)

세계 1위 태양광 업체인 중국의 룽지(隆基·Longi)그린에너지가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선다. 중국 태양광 기업들이 공격적으로 펼쳐왔던 태양광 제품 저가 공세가 이들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는 등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면서다. 업계에서는 이르면 올 연말부터 태양광 산업 업황이 회복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1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들은 룽지그린에너지가 전체 직원의 최대 30%를 감원하는 대규모 정리해고를 단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직원이 약 8만명에 달한 것을 감안하면 2만4000명이 감원되는 셈이다.


2012년 당시 4068명에 불과했던 룽지그린에너지의 직원은 중국 정부의 보조금 정책, 글로벌 탄소중립 기조 등에 힘입어 2022년말 6만 601명으로 대폭 불어났다. 룽지그린에너지는 작년에도 신규 채용을 이어왔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그러나 룽지그린에너지는 작년 11월 수습직원과 공장 근로자를 중심으로 수천명에 달하는 정리해고에 나섰다.


이를 두고 블룸버그는 “전 세계로 수년간 확장해왔던 흐름의 반전"이라고 지적했다.




룽지그린에너지는 감원 규모가 30%가 아닌 5%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회사는 성명을 통해 “태양광 섹터는 점점 더 경쟁적인 환경에 직면해 있다"며 “시장 변화에 적응하고 조직 효율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인력을 최적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주목할 부분은 구조조정에 나선 태양광 기업은 룽지그린에너지만이 아니라는 점에 있다. 블룸버그는 “중국 태양광 업계는 글로벌 제조를 장악하고 있지만 최근 몇 달 동안 해고와 투자계획 중단 등을 껶고 있다"며 “글로벌 에너지 전환에 중요한 부분으로 여겨지는 태양광 산업은 과도한 생산능력, 인수합병, 파산 가능성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짚었다.


이처럼 중국 태양광 기업들이 구조조정에 나서는 이유는 이들이 생산하는 태양광 제품이 턱없이 낮은 수준에 팔리고 있기 때문이다. PV인포링크에 따르면 태양광 패널 모듈 가격은 2022년 1월 와트(W)당 0.27달러에서 지난 13일 0.11달러로 반토막 이상 났다.


이에 따라 중국 제조업체들은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생산단가보다 낮은 가격에 제품을 팔거나 생산을 아예 중단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룽지그린에너지도 지난해 판매 가격을 큰 폭으로 인하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현재 룽지그린에너지 주가는 2021년 최고점 대비 70% 가까이 폭락한 상황이다.


룽지그린에너지는 감원 이외에도 차(茶) 및 커피 제공 중단, 출장 중단, 흑백으로 인쇄물 출력 등 다양한 수단을 통해 비용절감에 나서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이는 중국산 태양광 제품의 공세로 글로벌 생산능력이 수요를 큰 폭으로 웃돌고 있는 데 따른 결과다. 블룸버그 산하 에너지조사기관 블룸버그NEF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글로벌 태양광 설치용량은 25만 2000메가와트(MW)로 집계됐는데 생산능력은 98만1000MW에 달했다.


BNEF는 또 최근 별도의 보고서를 통해 폴리실리콘 과잉공급으로 올해 생산될 수 있는 태양광 모듈의 규모가 무려 1.1테라와트(TW)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폴리실리콘은 태양광 제품의 기초 원료다.


각국 정부는 자국 태양광 산업을 육성시키기 위해 지원책을 이어가지만 가격 압박 등으로 인센티브가 극도로 파격적이지 않는 한 기업들이 투자를 주저할 것이라고 BNEF는 지적했다. BNEF는 유럽, 미국을 포함한 세계 곳곳에 발표된 신규 태양광 공장 계획이 줄줄이 최소될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에서는 태양광 업황이 올해 말부터 반전돼 내년부터 생산마진이 다시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애널리스트들은 이러한 배경으로 기업 인수합병, 수요공급 균형 회복 등을 꼽았다.


BNEF는 또 저렴해진 태양광 패널이 수요 급증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글로벌 신규 태양광 설치량은 전년대비 72%로 사상 최고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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