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일 27년 만에 의과대학 입원 정원 증원의 쐐기를 박았다.
2025학년도 의대 입학정원 총 2000명 증원을 확정하고 의대별로 증원 수를 배정했다.
정부가 그간 전공의 및 전임의 등 사직, 의대생들의 휴학 등 강력 반발에도 당초 밝힌 규모의 조정 없이 의대 정원 증원을 밀어붙인 것이다.
이에 따라 의사들은 투쟁과 협상의 갈림길에 섰다. 일단 이날부터 새 회장 선출에 들어간 대한의사협회(의협)을 중심으로 투쟁 수위를 높일 것으로 관측됐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같은 내용을 중심으로 하는 '2025학년도 의과대학 학생 정원 대학별 배정 결과'를 발표했다.
교육부는 지난 2월 22일부터 3월 4일까지 대학들의 신청을 받은 뒤 전문가가 참여하는 '의과대학 학생정원 배정위원회' 논의를 거쳐 정원 증원분 2000명을 지역별·대학별로 배분했다.
우선 비수도권 27개 대학에는 1639명을 증원하기로 했다. 전체 증원분의 82%다.
비수도권 의대 정원은 현재 2023명으로 전국 의대 정원(3058명)의 66.2% 수준인데 내년부터는 3662명으로 72.4% 수준까지 높아진다.
대학별로 살펴보면 내년에 배정된 정원은 △강원대 132명 △연세대 분교 100명 △한림대 100명 △가톨릭관동대 100명 △동국대 분교 120명 △경북대 200명 △계명대 120명 △영남대 120명 △대구가톨릭대 80명 △경상국립대 200명 △부산대 200명 △인제대 100명 △고신대 100명 △동아대 100명 △울산대 120명 △전북대 200명 △원광대 150명 △전남대 200명 △조선대 150명 △제주대 100명 △순천향대 150명 △단국대 천안 120명 △충북대 200명 △건국대 분교 100명 △충남대 200명 △건양대 100명 △을지대 100명이다.
거점국립대 9곳 가운데 강원대·제주대를 제외한 7곳의 정원이 200명으로 늘었다.
정원 50명 이하 '소규모 의대'만 있었던 경기·인천권의 경우 5개 대학에 361명의 정원이 배분됐다.
학교별로 살펴보면 △성균관대 120명 △아주대 120명 △차의과대 80명 △인하대 120명 △가천대 130명이다.
다만 정부는 수요조사에 참여했던 서울지역 8개 대학에는 증원한 정원을 배분하지 않았다.
교육부는 모든 국민이 어디서나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지역완결형 의료체계' 구축을 위한 3대 배정 기준을 토대로 정원을 나눴다고 설명했다.
수도권·비수도권 의료격차 해소, 수도권 내에서도 서울과 경인지역 의료여건 편차 극복을 주요 기준으로 삼았다는 게 교육부의 설명이다.
지역거점 국립 의과대학은 총정원을 200명 수준으로 확보하도록 하는 한편, 정원 50명 미만 소규모 의과대학은 적정 규모를 갖춰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정원을 최소 100명 수준으로 배정했다.
다른 비수도권 의과대학도 지역 의료여건 개선에 기여할 수 있도록 총정원을 120명에서 150명 수준으로 확대했다.
배정위원회는 학교별 신청자료 등을 토대로 각 대학의 현재 의학교육·실습 여건과 향후 계획의 충실성, 지역·필수의료에 대한 기여도와 향후 기여 의지 등을 검토했으며, 학교별 신청 규모 안에서 증원분을 결정했다.
의과대학 정원이 늘어나는 것은 지난 1998년 이후 27년 만이다.
의료계는 여전히 집단 사직 등으로 맞서며 정부 정책에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지만 정부가 개별 대학의 증원 규모를 공식 발표하면서 증원은 사실상 되돌리기 어렵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교육부는 앞으로 의학교육 여건 개선을 위해 관계부처와 협력하고 대학의 교원 확보와 시설 확충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번 의대 정원 확대는 의료개혁의 시작이며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의료격차를 해소하는 계기"라며 “교육부는 대학의 파트너로서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의대 정원 증원에 따른 대학의 어려움을 함께 해결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의료계에 따르면 의협과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전국 의과대학 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정부의 의대 정원 배정 결과를 안건으로 삼아 이날 온라인 회의를 가졌다.
이번 의정 갈등 사태가 촉발한 후 의사들을 대표하는 3개 단체가 함께 머리를 맞댄 것은 극히 드문 일이다.
정부가 의대별 정원을 발표하면 사실상 '2000명 증원'이 확정되는 것인 만큼 이에 반대해온 의사들은 강력 반발하는 한편 병·의원 휴업 등 방식의 집단행동으로 투쟁 수위를 높여나갈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 의대 교수들은 정부가 의대 증원을 철회하지 않으면 오는 25일 집단 사직하겠다며 '최후통첩'을 했고, 동맹휴학을 결의한 의대생들은 올해 당장 현역병으로 입대하겠다며 '군 휴학'까지 거론하고 있다.
의대 교수들의 사직서는 수리되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의대별 정원 배정 발표 후 이들이 모종의 '집단행동'에 나설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연세대학교 의대와 세브란스병원, 강남세브란스병원, 용인세브란스병원 교수 일동도 이날 '정부는 의대생 2천명 증원 배정안을 철회하라'는 성명에서 “비수도권에 82%, 수도권에 18%를 증원하는 정책은 교육 여건을 철저히 무시한 정치적 구호에 불과하다"며 “이는 앞으로 의학 교육 현장에서 혼란을 초래할 독선적 결정일 뿐이며, 총선을 앞두고 교육 생태계를 교란하는 정치적 카드"라고 반발했다.
대한의학회와 26개 전문과목학회도 이날 입장문에서 “정부가 의료계와 합의 없는 독단적 결정을 정의와 의료개혁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고 있다"며 “정부의 독단적 결정은 의학교육과 전공의 수련체계를 마비시킬 것"이라고 유감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