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지원사격에 국내 방산 업체들이 성장 동력을 얻으면서 국내 자본시장에서도 방산주가 고공행진하고 있다. 잇따른 수주 낭보에 실적 호조까지 이어지고 있어 추가 주가 상승도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방산 대장주로 꼽히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가는 올 들어 64.9% 급등했다. 올해 초 12만원 선에서 거래되던 주가는 지난 22일 장중 역대 최고가인 21만7000원까지 올랐다. 이 기간 시가총액도 6조3000여억원에서 10조8300억원으로 4조원 넘게 불어났다.
유도무기 생산 기업인 LIG넥스원도 이달 초 12만8300원이던 주가가 이날 17만원을 돌파하며 올해에만 36% 상승했다. 이외에도 현대로템도 올 들어 24.4% 상승하는 등 오름세다.
방산주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2년 가까이 진행되면서 장기화 우려에 상승세를 그려왔다. 최근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5선에 성공하면서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고조되자 안보 리스크 수혜 기대감에 또다시 급등하는 양상이다.
이와 더불어 정부에서도 국내 방산기업들에 대한 수출 지원 정책을 발표하면서 K-방산에 대한 기대감이 극대화되고 있다.
최근 정부는 한국수출입은행에 2조원 규모의 출자를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수은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대규모 방산 수출 시 정부가 지원할 수 있는 정책 금융 한도가 높아진 데 따른 후속조치다. 2조원의 자금이 추가로 늘어나면서 수출입은행은 약 14조원의 유동성을 추가 공급할 수 있게 됐다. 이 자금을 통해 국내 방산업계는 30조원 규모의 폴란드 무기 수출 계약에 활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개별 방산 기업들도 수주를 잇달아 성사시키는 등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지상방산 부문 수주잔고는 28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전년 대비 42.4% 증가한 수준이다. 폴란드 K9 2차, 호주 레드백 장갑차 등을 수주하면서 수주잔고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LIG넥스원 역시 지난해 매출 2조3086억원, 영업이익 1864억원을 기록했으며 수주잔고는 전년 대비 60% 증가한 19조6000억원으로 20조원에 육박하며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뿐만 아니라 최근 싱가포르 정부가 산하 국부펀드와 함께 LIG넥스원 지분을 대거 매입하면서 3대주주에 오르는 등 해외에서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LIG넥스원은 각종 호재에 임직원 복지 차원에서 식목일인 다음 달 5일 롯데월드를 통으로 대관했다. 롯데월드가 일반 고객의 입장을 제한하고 공간 전체를 대관한 것은 개관 이래 처음이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방산주의 상승세가 이어지자 증권가에서도 서둘러 긍정 리포트를 쏟아내며 목표가를 상향하고 나섰다. 이달에만 NH투자·신한투자·상상인·메리츠·DB금융투자·유안타·한국투자증권 등 증권사 7곳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목표주가를 20만원 이상으로 높여잡았다. 이 가운데 DB금융투자는 증권사 가운데 가장 높은 26만원을 제시했다.
LIG넥스원 목표주가도 상향됐다. NH투자증권은 LIG넥스원 목표주가를 기존 15만원에서 19만원으로 상향했고 한국투자증권도 15만8000원에서 19만5000원으로 높여잡았다.
이동헌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예상 대비 국내 수은법 통과가 빨랐고 전세계 안보적 긴장감도 강한 데다 매수와 방산ETF도 우호적 수급을 보이고 있다"며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시가총액 10조원을 달성했지만 여전히 호재 반영 구간이고 단기 급등에 따른 변동은 감안해야겠지만 올해도 실적 성장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정윤 대신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안보 위기감이 확대되고 있어 무기 교역에 대한 관심이 증폭하고 있다"며 “무기 교역 산업에서 현재 주목 받고 있는 한국의 수혜가 다시금 방산주 질주를 지지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