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공기업 사장들이 줄줄이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으나 후임 사장 선임 작업은 아직까지 오리무중이다. 이를 두고 오는 10일 총선 후 국회 입성에 실패한 정치권 인사들의 에너지 공기업으로의 대거 유입을 염두에 둔 포석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28일 에너지 업계 등에 따르면 임기 만료를 앞둔 에너지공기업 사장들이 최소 오는 7월까지는 근무를 이어갈 전망이다. 한국남동발전·한국남부발전·한국동서발전·한국서부발전·한국중부발전 등 한국전력 산하 발전공기업 사장들은 2021년 4월 26일 일제히 취임식해 임기 만료까지 한달만을 남겨둔 상태다.
후임 사장 선임을 위한 임원추천위원회가 구성됐지만 아직 회의가 한 차례도 개최되지 않았다. 사장 공모 일정 또한 미정이다. 임추위는 관례상 임기 만료 2달 전부터 구성된다. 한국전력거래소 정동희 이사장도 4월 2일 임기가 만료되지만 아직 후임 공모 절차에 돌입하지 않았다.
총선 직후인 4월 말부터 후임 사장 공모를 시작해도 면접과 인사검증 등에 최소 2~3달이 소요될 전망이어서, 현 사장들은 후임 확정 시까지는 임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발전공기업 후임 사장 선임은 시기상 4월 총선과 맞물리면서 에너지업계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반적으로 발전5사 사장 공모에는 산업통상자원부 고위관료 출신, 발전회사 전현직 임원(본부장)과 한전 출신 임원, 학계 인사 등이 응모해왔다. 그만큼 신임사장 공모에 출사표를 던질 것으로 예상되는 후보들을 점칠 수 있었다. 지난 사장 선임 당시에는 1월부터 각 사별로 하마평이 무성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사장임기 만료를 앞두고도 하마평에 오르내리는 인사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장 인사에 민감한 팀장 이상 간부급도 이전과 달리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인맥을 동원해 사전에 먼저 인사관련 정보를 확보하려던 전과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다.
한 에너지 공기업 관계자는 “예전과 달리 임기만료 직전임에도 하마평도 없다"며 “이례적으로 총선 시점과 사장단 임기 만료 시점이 맞물렸다. 발전공기업들이 전국에 분산돼 있다 보니 지역별로 여권의 총선 낙천자나 정치권 인사 등의 취임히 유력해 보인다는 게 업계의 분위기"라고 전했다.
실제 윤석열 정부 들어 한국전력공사, 한국가스공사,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에 모두 국회의원을 지낸 정치인 출신들이 취임했다. 발전공기업 후임 사장 인선에도 이같은 추세가 반영될 것이란 예상이 나오는 배경이다. 일각에서는 위 공기업들보다 발전공기업들의 규모가 적어 고위급 정치인들이 지원하지는 않을 것이란 예측도 제기된다.
한 에너지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결국 용산(대통령실)과 여당에서 정해 놓고 과정을 밟고 있는 행태를 보일 것"이라며 “업계의 관심은 정권 인사, 그 중에서도 핵심 인사가 몇 명이 오느냐 정도"라고 말했다.
정치권 인사들이 대거 선임될 경우 노조의 반발 또한 심상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정부에서도 발전사 사장 선임 당시 일부 후보를 두고 비전문가 낙하산 임명이라며 강하게 반발한 바 있다.
한 에너지 공기업 관계자는 “노조는 전문성을 이유로 각 사의 내부 출신이 사장으로 선임되길 희망하는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총선 결과 야당이 압승할 경우 탈(脫)석탄 추세가 가속화 될 수 있어 유력한 여당 인사가 취임하는 게 기업의 생존에 유리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발전공기업 관계자는 “공기업 특성상 사실 사장이 누구이냐 보다는 정부와 국회의 정책 방향이 공기업의 수익과 생존에 더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며 “이미 수년동안 석탄화력발전 상한제, 전력도매가격(SMP) 하락 등 구조적 수익 악화가 심각한 상황이다. 돈을 벌어야 기존 석탄화력발전 사업을 접고 재생에너지를 늘리거나 할텐데 정치권에서는 무작정 탈석탄, 통폐합 등을 요구하고 있다. 총선 이후엔 또 어떻게 될지 걱정되는 게 사실"이라고 씁쓸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