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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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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ELS 배상안 백기 든 은행권...“본게임은 이제 시작”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3.31 09:04

주요 은행, ELS 손실 자율배상 실시하기로

금감원, 4월부터 ELS 손실 제재 절차 본격화
이복현, 원상회복 조치시 과징금 감경 시사

당국, 총선 전 ELS 배상 1차적 목표 달성
“과거 사모펀드 사태 고려시 제재 수위 예측 어려워”

은행권.

▲은행권이 홍콩ELS 손실 배상 관련 금융감독원의 분쟁조정기준안에 따른 자율조정안을 결의하고, 투자자에 대한 자율 배상을 진행하기로 했다.

주요 시중은행이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사태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의 분쟁조정기준안을 수용하면서 향후 파장에 관심이 쏠린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시중은행을 향해 분쟁조정기준안을 수용하라고 압박한 것이 이번 은행권의 자율배상 결정으로 이어졌다.


금융감독원은 은행의 배상안과 관계없이 이달(4월)부터 ELS 손실 관련 제재 절차, 제도 개선을 본격화한다는 방침인데 은행권의 분쟁조정기준안 수용이 과징금과 판매사 최고경영자(CEO) 제재 수위에도 영향을 미칠지가 관건이다. 은행권이 홍콩 ELS 관련 투자자 배상을 결정했지만 4월부터 투자자 배상 절차, 금융사 제재 등이 본격화되는 만큼 이번 배상 결정은 '시작'에 불과하다는 분석이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ELS 최다 판매사인 KB국민은행은 이달 29일 이사회에서 홍콩H지수 기초 ELS 손실 관련 금융감독원의 분쟁조정기준안에 따른 자율조정안을 결의하고, 투자자에 대한 자율 배상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 회사는 금융감독원이 이달 11일 분쟁조정기준안을 발표한 직후인 이달 13일부터 200명이 넘는 직원들을 투입해 2021년 1월부터 7월까지 판매한 ELS 계좌 8만여개를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실시했다. 이 기간 판매잔액은 5조2000억원이다. 국민은행의 전체 ELS 판매 잔액은 8조원이다. 국민은행은 투자자들의 불확실성 해소, 신뢰 회복을 위해 만기 손실이 확정 또는 현재 손실 구간에 진입한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신속하게 보호조치를 실시할 계획이다.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NH농협은행, SC제일은행, 씨티은행 등 다른 은행권도 최근 이사회를 열고 ELS 자율배상을 결정했다. 가장 먼저 ELS 분쟁조정기준안을 수용한 곳은 우리은행이었다. 우리은행은 이달 22일 이사회를 열고 ELS 투자자에 대한 자율조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우리은행의 자율조정 대상 ELS 금액은 415억원이다. 하나은행의 경우 작년 말 기준 홍콩H지수 ELS 잔액은 약 2조300억원이다. 올해 상반기 만기도래분 가운데 손실구간에 진입한 금액은 약 7500억원 수준이다.




SC제일은행은 홍콩H지수 관련 고객 손실에 대한 자율배상안 승인 건을 의결했다. SC제일은행은 관련 위원회를 구성하고, 고객 배상 절차에 착수할 계획이다. 이 회사의 ELS 판매 잔액은 1조1600억원이다. 한국씨티은행은 ELS 판매 잔액이 370억원으로 다른 은행보다는 적은 편이다.


이복현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주요 은행권이 ELS 분쟁조정안을 모두 수용하기로 하면서 이러한 결정이 금융감독원의 제재 감경으로 이어질지 관심이다. 금융감독원은 은행권이 투자자들에게 ELS를 판매하는 과정에서 확인된 위법부당행위에 대해 관련법규 및 절차에 따라 엄중 조치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특히 금감원은 기관 및 임직원 제재, 과징금, 과태료 등을 산정하는 과정에서 판매사의 고객 피해 배상, 검사 지적사항 시정 등 사후 수습 노력에 대해 관련 기준 및 절차에 따라 참작하겠다고 밝혔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최근 “은행의 배상안과 상관없이 제재를 원래 생각했던 속도대로 진행할 것"이라며 “제재 절차와 제도 개선은 4~5월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원장은 “소비자나 이해관계자에게 적절한 원상회복 조치를 한다면 제재, 과징금 감경 요소로 삼는 게 당연하다"고도 했다.


금융권에서는 과거 사모펀드 손실 사태 당시 금융사 최고경영자(CEO)에게 중징계를 내렸던 시기를 주목하고 있다. ELS는 공모펀드이고, 홍콩H지수 급락으로 대규모 손실 사태가 발생한 만큼 특정 금융권 CEO에게 엄중한 책임을 묻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금감원장이) 과징금 감경을 직접 언급한 상황에서 은행권에 과도한 수준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금감원 입장에서는 총선 전에 은행권이 ELS 배상을 결정하도록 하는 게 우선이었기 때문에 (1차적인 목표는) 달성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금융권에서는 과거 사모펀드 사태에서도 금융사들이 투자자들에게 배상을 결정했음에도 CEO에게 중징계를 내린 사례들이 적지 않은 만큼 이번 ELS 사태 역시 CEO나 금융사 제재 수위를 예측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CEO 제재 수위나 과징금은) 정성평가 항목으로 들어가서 미리 예측하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다"며 “온전히 금융감독원 손에 달린 일"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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