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발생주식 30% 이상 기업 주가 현황
정부가 지난 1월 17일 민생토론회를 통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을 통해 상장사의 기업가치 제고를 유도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뒤 저 PBR(주가순자산비율) 관련주들이 급등했다. 하지만 자사주를 30% 이상 보유한 기업들의 평균 주가 상승률은 한 자릿수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보면 자사주 비율이 전체 발행주식의 30%를 넘는 기업은 총 14개사로 집계됐다. 이들 기업의 1월 16일 종가 이후 지난 1일 종가까지 평균 주가 상승률은 7.31%로 나타났다. 이는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인 10.02%를 밑도는 수치다. 저PBR 종목으로 주목받았던 금융업종의 상승률인 17.56%에 비해서는 크게 낮은 수준이다.
상승률로 보면 코아스템켐온이 48.81% 오르면서 가장 큰 상승률을 나타냈고, 매커스(30.55%), SNT다이내믹스(23.85%), 부국증권(10.23%) 순으로 나타났다. 반면 엘엠에스는 -17.22%로 부진했고, 영흥(-7.65%), 대한방직(-7.40%), 모토닉(-0.12%) 등도 주가가 뒷걸음질 쳤다.
이는 보유 중인 자사주가 소각 재원이 될 수 있으나 실행 여부를 단정하기 어려운 만큼 단기급등 후 빠지는 모습으로 이어진 탓이다. 연초 이후 지난 1일까지 자사주 소각 계획을 밝힌 상장법인은 총 57개사다. 규모는 5조4423억원어치에 달한다. 하지만 14개 기업 중 이날까지 자사주 소각을 발표한 기업은 없다.
기업들이 자사주 소각을 망설이는 이유는 자사주를 이용해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고, 보유 중인 주식을 매각해 자금 확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3월 28일 열린 DB하이텍 주주총회에서 조기석 대표는 자사주 소각 여부에 대한 주주의 질문에 “소각도 고려하고 있지만 재원이 필요할 때 자사주를 활용하지 못하면 보유 중인 현금이 나가야 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자사주를 소각보다 재원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내놓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서 자사주 소각 의무화 방안이 빠진 이유도 이와 궤를 같이 한다. 그간 투자자들은 기업이 자사주를 매입할 경우 강제로 소각하는 방안을 도입해줄 것을 요청해왔으나 기업이 난색을 표하자 해당 안건은 제외된 것으로 전해진다.
자사주 소각(消却)은 회사가 보유한 자기주식을 지워 없애는 것을 말한다. 이는 유통 주식 수가 줄어 EPS(주당순이익)의 개선과 자본금 감소로 자기자본이익률(ROE) 상승 등의 효과가 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등 선진국 증시 상장회사들의 경우 자사주 매입 이후 소각을 배당보다 주가부양 및 안정 효과가 큰 주주 환원 정책이라고 보고 이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정부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발표하면서 자사주를 소각하는 기업들도 크게 늘고 있다. CEO스코어에 따르면 상장법인 자기주식 소각 규모는 2021년 2조5426억원에서 2022년 3조 5740억원으로 늘었고, 2023년에는 4조762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미 5조원을 넘어선 만큼 지난해 규모를 일찌감치 넘어선 수치다.
이상헌 연구원은 “국내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 발표가 주가 상승으로 바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는 자사주 매입 이후 이를 어떻게 활용할지 주주들이 명확하게 알기 어렵기 때문"이라며 “이에 따라 자사주 매입이 소각으로 이어진다면 주가의 저평가를 탈피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