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신약 개발 업체인 진원생명과학이 유·무상증자 계획을 취소하는 철회신고서를 제출했다. 지난해부터 약 1년간 추진됐던 증자 계획이 틀어지면서 진원생명과학의 자금 조달에 난항이 예상된다.
유상증자 철회신고서 제출…증자 결정 11개월 만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보면 진원생명과학은 전날 유상증자 및 무상증자 철회신고서를 제출했다.
진원생명과학은 “지난해 5월16일 증권신고서를 최초 제출했으나 금감원으로부터 총 4차례에 걸쳐 정정 요구를 받으며 유·무상증자가 장기간 지연됐다"며 “이에 기존 주주 및 신규투자자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해 부득이하게 이번 유·무상증자를 철회하기로 결정했다"고 철회신고서 제출사유를 설명했다.
앞서 진원생명과학은 지난해 5월 이사회결의를 통해 시설·운영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818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 유상증자와 1주당 0.2주의 무상증자를 결정하고 같은 달 첫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금감원이 투자위험요소 수정 등을 이유로 약 11개월 동안 네 차례 넘게 정정신고서를 제출할 것을 요구해왔다. 금감원의 정정 요구가 계속되자 진원생명과학은 결국 증자 계획 철회를 결정한 것이다.
영업손실 확대…현금 유동성 악화 우려 커져
진원생명과학은 당초 유상증자 자금을 이용해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 부문의 공정 장비 구입을 위해 26억8000만원, 급여 지급을 위해 208억2100만원을 사용할 예정이었으며 진원생명과학의 급여 등 운영비로 414억5900만원을 사용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유상증자 계획이 철회되면서 운영비 계획에도 차질이 발생하게 됐다.
이와 같이 유상증자 계획이 틀어지면서 현금 유동성 악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진원생명과학은 매년 연결 기준 영업손실 규모가 커지면서 재무안정성 또한 저하되는 상황이다.
지난 2021년 274억원이던 영업손실은 지난 2022년 400억원, 지난해 483억원으로 늘어났다. 당기순손실 규모도 지난 2022년 381억원에서 지난해 777억원으로 대폭 확대됐다. 지난해 부채비율도 35.45%로 지난 2022년(22.81%)과 2021년(21.48%)에 비해 10%p 넘게 늘어났다.
최근 3년간 재고자산이 두 배가량 증가하면서 재고자산 진부화 위험도 높게 점쳐지고 있다. 지난 2020년 말 연결기준 진원생명과학의 재고자산은 82억원이었으나 지난해 3분기 연결 기준 재고자산은 155억원으로 늘어났다.
자회사인 VGXI 상황도 좋지 않다. VGXI의 지난해 부채 규모는 1657억원으로 자산(1472억원) 규모를 넘어서면서 자본 총계가 마이너스 185억원을 기록, 완전자본잠식에 빠졌다.
뿐만 아니라 자금 조달에 실패할 경우 유동성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경고도 꾸준히 제기돼왔다.
재무 흐름 악화에 지난달 26일에는 감사보고서에서 '감사의견과 관련 없는 계속기업 존속 불확실성'이 기재되기도 했다. 진원생명과학은 △3년 영업손실 △3년 부의영업현금흐름 △3년 이자보상배율 1미만 등을 이유로 금감원으로부터 외부감사인을 직권지정 받아 삼일회계법인으로부터 외부감사를 받고 있다.
삼일회계법인은 “진원생명과학은 지난해 영업손실 483억원, 당기순손실 777억원이 발생했으며 영업현금흐름이 마이너스 217억원을 기록했다"며 “이러한 상황은 계속기업으로서 그 존속능력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만일 유상증자, 추가 차입 등을 통한 자금 조달 계획에 차질이 생겨서 회사가 계속기업으로서 존속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회사의 자산과 부채를 정상적인 영업활동과정을 통해 장부가액으로 회수하거나 상환하지 못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유상증자 철회로 공시를 번복하게 되면서 진원생명과학은 한국거래소로부터 불성실공시법인 대상 벌점을 부과 받을 가능성도 높아졌다. 한국거래소는 공시를 번복하거나 공시를 불이행할 경우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해 벌점을 부과한다.
한국거래소가 불성실공시법인지정여부를 결정해 최종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된 이후 당해 부과벌점이 10점 이상인 경우 매매거래가 1일간 정지될 수 있으며 누적 벌점이 15점을 넘어가면 매매거래가 정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