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표식품이 내수용 기업과 장류 전문기업이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글로벌 종합식품기업으로의 전환에 속도를 낸다.
외형 성장에도 수익성 방어에 실패하자 먹거리인 비(非)장류 사업과 해외 사업 육성을 통한 실적 개선에 나선 것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샘표식품 영업이익은 98억원으로 전년(111억원) 대비 11.5% 줄었다. 같은 기간 매출은 3712억원에서 3834억원으로 3.3% 증가했으나 내수 중심의 사업 구조 탓에 원재료 상승 여파로 수익성이 악화된 것이다.
샘표식품은 2020년 이래 매출 증가세에도 영업이익은 매년 두 자릿수 감소하는 등 실속 없는 성장을 거두고 있다. 이에 따라 수익성 강화를 위해 비장류 사업과 해외 사업 확대 등 사업 다각화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에는 현대식 가정 간편식(HMR) 중화요리 브랜드 '차오차이'를 출시하며 올해 매출 목표로 300억원을 제시했다.
샘표식품은 현대식뿐만 아니라 정통 중화요리로 제품군을 넓혀 차오차이를 중장기적으로 연매출 1000억원 브랜드로 키운다는 방침이다. 또한, 국내 시장 안착을 조건으로 해외 시장 진출도 고려하고 있다.
1947년 설립된 샘표식품은 간장과 고추장, 된장 등 장류 전문기업으로 꼽힌다. 주력 상품인 간장에서 여전히 시장 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으나, 시장 규모 축소 등 성장에 한계를 느껴 비장류 개발에 눈을 돌렸다.
aT FIS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지난해 브랜드별 소매점 매출 기준 상위 10위권에 이름을 올린 샘표식품 제품은 총 6개다. 이들 제품 매출을 합산하면 전체 매출의 45%를 차지하지만, 전년 동기 대비 모두 매출 규모가 줄어든 상태다.
다만, 2003년 폰타나를 시작으로 질러, 연두, 새미네부엌, 티아시아 커리 등 비장류 사업 육성에 힘쏟으면서 눈에 띄는 성과도 거두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샘표 핵심계열사인 샘표식품의 비장류 매출은 2138억원으로 2018년(1235억원) 대비 73% 급증했다.
불어난 몸집만큼 매출 파이도 크게 늘었다. 전체 매출에서 비장류 비중은 2022년 50.3%를 기록하며 최초로 장류 매출을 역전했다. 지난해에도 50.1%로 2년 연속 절반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며 주력 사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킬레스건으로 꼽히던 해외 사업 확대에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이를 위해 샘표식품은 오는 2028년 준공 목표로 충북 제천 제2산업단지 내 약 8만1000㎡(약 2만4502평)의 부지에 생산공장을 짓는다.
경기 이천, 충북 영동, 세종시 조치원에 이은 네 번째 공장으로 내년 착공에 돌입한다. 해당 공장은 향후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전초기지 겸 블루오션 제품 생산을 담당하게 된다.
업계는 샘표식품이 내수 시장 의존도가 높은 탓에 사업 확장성에 제동이 걸렸다는 지적이 줄곧 제기된 만큼, 이를 해소하기 위한 준비 단계에 착수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샘표식품의 전체 매출 중 해외 비중은 약 12.7%로 내수 비중 대비 낮은 편이다.최근 5개년까지 시야를 넓혀 봐도 해외 비중은 11~12%대에 정체돼 있다.
샘표식품 관계자는 “주요 제품 생산 설비 증설을 위한 투자를 진행해 글로벌 수요에 적극 대응할 계획"이라며 “또한, 이를 통해 미생물 발효 기술을 활용한 바이오 소재 사업도 본격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