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증시가 급등락 하며 변동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신용거래융자 잔고(이하 신용잔고) 규모가 20조원대에 육박하며 연중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지정학적 우려 및 금리 인하 시기 후퇴로 증시 상승세를 장담하기 어려운 반면, 삼성전자의 신용잔고는 6000억원대를 기록해, 대형주를 중심으로 한 반대매매 우려가 커지고 있다.
1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국내 증시(코스피+코스닥) 신용잔고 규모는 19조3485억원을 기록했다.
이 신용잔고 규모는 지난 3월 14일(19조253억원) 19조원을 넘은 후 현재까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17조원대였던 올 연초 대비 2조원가량 증가한 규모다. 4월 2일에는 19조5327억원으로 연중 최고치를 달성했는데 이는 작년 9월 27일(19조7029억원) 이후 최고 수준이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개인 투자자가 신용거래 방식으로 주식에 투자한 후 아직 갚지 않은 금액이다. 향후 주가 상승이 기대될 때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지난 3월 중순경 코스피 지수가 2700대에 오른 후 동월 26일 장중 최고 2779.40에 도달하자 그에 따른 기대감이 신용잔고로 나타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이달 들어 코스피 지수는 연일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2800대를 노리던 코스피는 지난 12일 종가 기준 2600선으로 복귀했으며, 전날에는 2500대 후반에 마무리했다.
증시에 쌓인 겹악재도 반대매매 우려를 키우는 요소다. 미국 내 경제지표가 증시에 비우호적인 결과치를 보이며 기존 6월경으로 예상되던 금리 인하 시점이 9월 이후로 늦춰졌다. 이에 따라 연내 달러당 1300원대 초반을 기록하던 환율도 최근 잠시 1400원대에 도달했다.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우려도 국내 증시에 부담을 가하고 있다.
특히 코스피 대형주를 중심으로 반대매매 우려가 커졌다. 16일 기준 코스닥 시장 신용잔고가 8조원대 후반인 데 비해 유가증권시장 신용잔고는 10조3970억원으로 차이가 크다.
코스피·코스닥 내 신용잔고 상위 10개사
17일 기준 국내 증시에서 가장 신용잔고가 높은 종목은 코스피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6001억원)인데, 이는 2022년 이후 약 2년 만에 최대 수준이다. 3월 15일 이후 불과 한달만에 1269억원(21.1%)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에도 POSCO홀딩스(5426억원), 셀트리온(3969억원), 포스코퓨처엠(2970억원), SK하이닉스(2904억원) 등 신용잔고 상위 5개사가 모두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대형사다.
증권사의 마케팅도 신용거래 증가의 한 원인이다. 최근 일부 증권사들이 최저 0%대 금리를 제공하며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어서다. 대표적으로 신한투자증권이 지난 3월부터 오는 6월까지 휴면고객을 대상으로 7일간 신용거래이자율 0%를 적용하는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이에 증권사들도 리스크를 감지하고 발 빠르게 신용종목 증거금률 등 종목군을 변경하는 중이다. 일례로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유일로보틱스의 신용 종목군을 D등급에서 E로 하향하는 등 이달에만 총 7번 신용종목 변동 사항을 공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