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스티 주가가 최근 전환청구권 행사 공시에도 불구하고 강세를 보이고 있다. 반도체 관련 장비주로써 업황 수혜가 기대되는 데다, 경쟁사와의 소송 이슈에 더욱 무게가 실린 것으로 보인다. 예스티 측이 해당 전환사채(CB)에 대해 매도청구권(콜옵션) 행사 계획이 있는 점도 오버행 우려를 축소했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보면 예스티는 지난 19일부터 총 114억원 규모의 6회차 CB의 전환청구권이 행사됐다고 전날 공시했다. 전환가액은 1만191원, 발행될 신주는 111만6468주다. 이는 예스티 발행주식 총수(1904만4342주) 대비 5.86%에 해당하는 규모다. 신주 상장예정일은 오는 5월 10일이다. 최근 전환청구된 CB를 제외한 미상환 CB는 256만3536주로 발행주식총수 대비 10%가 넘는다.
앞서 예스티는 지난해 4월 총 350억원 규모의 6회차 CB를 발행한 바 있다. 이중 200억원은 지난 2021년 발행한 CB의 차환에, 남은 150억원은 양산 장비 제작과 원재료 조달에 필요한 비용으로 쓰였다.
주식전환청구 가능 기간은 이달 19일부터 도래했는데, CB 투자자들은 현재 주가가 전환가액에 비해 현저히 높아 즉시 전환청구권을 행사한 것으로 보인다. 작년 CB 발행 당시 1만원 수준에 불과하던 예스티 주가는 현재 그 두 배인 2만원 내외에 거래되고 있다. 즉 예스티 주가가 현 수준을 유지할 경우 사채권자들이 두 배에 가까운 시세 차익을 노리고 1만원대 매물을 쏟아낼 경우 강력한 하방압력이 가해질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전환청구권 행사에도 불구하고 예스티 주가는 이날 690원(3.54%) 오른 2만200원에 장을 마쳤다. 우려했던 오버행 리스크가 투심에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한 모습이다.
이는 예스티가 반도체, 그중에서도 고부가가치 제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 관련 장비주로써 업황 수혜를 받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예스티는 고온·고압을 이용한 열처리 기술을 기반으로 반도체 웨이퍼 가압 장치를 전문으로 제조하고 있다. 이 반도체 업황이 올해 들어 상승세를 타는 데다, 최근에는 미국 엔비디아의 파트너사로부터 반도체 생산 장비 초도 물량을 수주해 상당한 실적 성장이 기대된다.
또한 이 엔비디아의 주가는 간밤 3.65% 급등한 824.23달러에 마감, 시총이 다시 2조달러를 돌파했다. 모건스탠리에서 엔비디아의 주가가 1000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는 취지의 보고서를 냈기 때문이다. 이에 이날 국내 증시에서도 삼성전자(4.11%), SK하이닉스(5.15%) 등 반도체 관련주가 활황을 띠었는데, 예스티도 이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현재 예스티를 둘러싼 가장 큰 이슈는 경쟁사 HPSP와의 특허 분쟁이다. 작년 HPSP 측에서 예스티가 개발 중인 고압 어닐링 장비가 자사의 특허를 침해했다고 소송을 제기했고, 뒤이어 예스티 측이 HPSP 특허에 대한 무효심판을 청구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결과는 오는 5월 초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만일 예스티 측에 유리한 결과가 나올 경우 관련 리스크가 해소되며 주력 장비의 판로가 더욱 넓어지는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번 CB 전환청구로 나오는 신주 상장일도 무효심판에 대한 결정이 나오는 시기인 만큼, 좋은 결과가 있다면 향후 주가 전망에 청신호가 켜지며 매물이 한꺼번에 출회될 가능성도 낮아진다. 현재 예스티 주주들도 당장의 전환청구보다는 소송 결과를 본 후 매도 시점을 판단하려는 것으로 추정된다.
CB에 대한 콜옵션 권한도 오버행 우려를 축소했다. 예스티는 CB 권면총액의 30%에 해당하는 한도 내에서 행사할 수 있는 콜옵션이 있다. 이미 지난 3월 있었던 정기 주주총회에서도 예스티 측은 콜옵션 행사를 공언, 주주들의 호응을 얻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예스티 관계자는 “아직 정확한 콜옵션 행사 시기는 논의하고 있지 않으나, 올해 안에는 행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