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18세가 되면 국민연금에 자동으로 가입되도록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전문가들의 제안이 이어지면서 실현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국민연금이 말 그대로 모든 '국민'의 노후 소득 보장 장치로 제 역할을 하려면 국민연금에 일찍 가입하도록 함으로써 최소 가입 기간(120개월)을 채워 수급권을 확보할 수 있게 하는 동시에 가입 기간을 늘려서 수급액을 높이는 게 필요하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일찍 가입해서 가입 기간이 길면 길수록 노후에 받는 연금액이 불어나는 구조를 갖고 있다.
24일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소득이 있는 만 18세 이상 60세 미만의 국민은 모두 국민연금 의무가입 대상이다.
따라서 학생, 군인이라도 소득이 있으면 18세부터 가입해야 하지만 소득이 없으면 27세 이전까지는 적용 제외에 해당한다. 27세 이후에는 전업주부 등 무소득 배우자만 적용 제외 대상이 되며 나머지는 소득이 없더라도 납부 예외 대상으로 전환된다.
김태일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는 최근 펴낸 '불편한 연금책'에서 “이런 현행 규정을 바꿔서 누구나 18세에 자동 가입되게 만들자"고 제안했다.
김 교수는 “국민연금에 대한 관심이 낮은 젊은 시기에 국가가 국민연금에 가입되었음을 통지하고 국민연금이 노후 대비에 얼마나 중요한지, 일찍부터 보험료를 내는 것이 얼마나 이익인지를 계속 강조하면 20대의 보험료 납부율은 상당히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하면 18세 이상 소득이 없는 사람은 적용 제외 대상이 아니라 납부 예외에 해당해 20대에 소득이 없어서 보험료를 내지 않더라도 일단 가입돼 있기에 나중에 소득이 생길 때 추후 납부(추납) 제도를 통해 더 쉽게 가입 기간을 늘릴 수 있다.
추납 제도는 국민연금 가입 후 보험료를 내다가 실직이나 사업중단, 건강 악화 등으로 소득 활동을 할 수 없어 보험료를 내지 못한 기간의 보험료를 다음에 납부할 수 있게 한 제도이다. 지난 1999년 4월부터 시행된 이 제도를 활용하려면 일단 가입해야 한다.
이에 앞서 국민연금연구원 정인영 부연구위원도 작년 7월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 회의 자료를 통해 “의무가입 연령에 들어가는 만 18세가 되면 모든 청년에게 첫 1개월 보험료를 국가가 지원해 강제로 가입하게 하는 등 더 적극적으로 생애 첫 국민연금 보험료를 지원해주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정 부연구위원은 “일단 처음 한 달 치 보험료를 내서 청년들이 국민연금에 가입하기만 하면 그 이후 생활이 어려워 보험료를 내지 못하더라도 이런 납부예외 기간은 추후 납부 제도를 활용해 가입 기간을 확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 부연구위원이 연구자로 참여한 '미취업 청년층을 위한 국민연금 크레딧 제도 개선 방안 연구' 보고서(2018년)를 보면 우리나라 20대의 연금 가입실적은 다른 국가보다 저조하다.
20대 연금 가입률은 한국은 35%에 그치지만 미국이나 영국, 일본은 80% 내외로 높다.
이런 현상은 우리나라 노동시장에서 18∼34세 청년층의 불안정성이 높아 전반적인 경제활동 참여 수준이 저조한데 기인한다.
2021년 기준으로 청년들의 비경제활동인구 비율은 36%로 전체 국민연금 가입자의 비경제활동인구 비율(22%)과 비교해 차이가 크게 난다.
청년층은 이런 불안정한 지위로 인해 국민연금 가입에서 배제돼 결국 노후에 연금을 받지 못하거나 받더라도 적게 받아 노후 생활고를 겪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18∼27세 청년층의 국민연금 적용 제외 비율은 약 53%로 다른 연령층보다 2.5∼3배 정도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