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시세가 최근 한 달간 15%대 이상 하락하는 등 내리막이 심화되고 있다. 랠리를 탔던 연초와 달리 미국 등 주요국 거시 경제 불확실성이 부각되면서 가상화폐 등 위험자산 투자심리가 저하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1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비트코인 시세는 최근 한 달 동안 15.7% 하락한 6만달러대에 거래 중이다. 불과 한달 전만해도 7만달러대에 거래된 것에 비해 급격한 하락폭이 지속되고 있으며, 6만달러선 붕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비트코인은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 기준으로도 간밤 9000만원선이 무너져 8500만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올해 한 때 10% 가까이 글로벌 및 국내 시세 차이인 '김치 프리미엄'도 현재는 2.8% 수준으로 크게 축소돼 저하된 투심을 반영했다.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에서도 순유출이 지속 중이다. 미국 그레이스케일 비트코인 ETF(GBTC)에서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각) 하루에만 1억3435만달러어치, 7일 동안에만 4억455만달러어치가 순유출됐다. GBTC를 포함한 9개 ETF 상품 전체로 따져봐도 유출 우위였다.
'대장주' 비트코인이 맥을 못추자 알트코인도 힘을 쓰지 못했다. 가상화폐 시가총액 2위 이더리움 역시 최근 한 달간 14% 하락해 3000달러를 밑돌고 있다. 홍콩에서 비트코인 및 이더리움 현물 ETF 상장이 승인되며 전날부터 거래를 시작했고, 한때 미국에서도 이더리움 ETF 승인 기대감이 높아졌음에도 시세 하락을 막지 못한 모습이다. 시가총액 3위 규모였던 솔라나는 무려 38%대 하락세로 5위까지 밀려났다. '밈 코인'으로 인기가 높았던 도지코인·시바이누도 비슷한 수준의 낙폭을 보였다.
4월 들어 시장에서 호재로 인식되는 비트코인 반감기가 도래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기대와는 정반대인 모습이다.
이는 미국 1분기 주요 경제지표들이 대부분 예상치를 하회하는 부정적인 결괏값이 나와 금리 인하 시점이 한 차례 더 미뤄진 데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예상보다 고금리 상황이 장기화될 것으로 보이며 가상자산을 포함한 위험자산 선호 심리에 찬물이 끼얹어진 것이다.
지난달 26일 발표된 미국 1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 분기 대비 1.6% 상승한 것으로 나왔다. 이는 시장 예상치 2.4%를 하회하며, 작년 4분기 성장률 3.4%에 미치지 못해 그만큼 경제 성장률이 더디다는 방증이다.
이에 반해 물가 수준을 나타내는 미국 1분기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3.4% 상승치로 나타나 작년 4분기(1.8%)보다 높아졌다. 경제 성장은 안 되는데 물가만 오르는 형국이라 일각에서는 '스태그플레이션'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 영향으로 당초 6월로 예상됐던 금리 인하 시기가 사실상 9월 이후로 미뤄졌고, 국내 증시도 하락장을 겪는 등 위험 투자자산이 파장을 겪었다.
이에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들의 눈은 이날부터 이틀간 진행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로 쏠려 있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의장의 입에 쏠린 상황이다. 당장 금리 인하를 기대할 수 없겠지만, 파월 의장이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에 따라 다시 한 번 가상자산 시세가 크게 출렁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시카고상업거래소(CME) 그룹 페드워치(FedWatch)에 따르면 현재 금리 선물시장 참여자들은 연준이 오는 9월 올해 처음이자 마지막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을 가장 높게 점치고 있다.
최윤영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오는 2일 새벽 FOMC 회의 결과가 발표되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경계감도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는 듯하다"며 “장기적으로 상승 추세는 지속되리라 보지만, 금리를 포함한 거시경제적 상황 때문에 상승 흐름이 더뎌져 올 연초와 같은 랠리는 당분간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