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농협의 지배구조를 정조준한다. 금감원은 오는 20일부터 NH농협금융지주와 NH농협은행에 대한 정기검사에 들어간다. 농협은행의 금융사고에서 시작돼 농협중앙회의 지배구조까지 검사 범위가 확대된 만큼, 그동안 문제로 지적돼 왔던 계열사에 대한 농협중앙회의 과도한 영향력의 고리가 끊어질 지 주목된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이달 10일까지 농협금융지주와 농협은행에 대한 사전검사를 마무리하고 20일부터 6주간 두 기관에 대한 정기검사를 시작한다.
금감원은 최근 발견된 농협은행의 잇단 금융사고와 농협금융 계열사에 대한 인사 충돌이 농협중앙회의 과도한 개입에서 비롯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 2월 실시한 농협은행에 대한 검사에서 은행 직원이 불법행위에 가담한 정황을 확인했다. 한 직원은 부동산 브로커로부터 금품을 수수하고 이들과 공모해 담보가액을 부풀려 거액의 부당 대출을 취급했다. 또 다른 직원은 귀화 외국인 고객 동의 없이 펀드 2억원을 무단 해지해 횡령한 사실이 적발됐다.
지난 3월에는 NH투자증권 최고경영자(CEO) 선임을 놓고 강호동 농협중앙회장과 이석준 농협금융회장간 의견이 부딪히며 인사 갈등이 부각됐다. 강호동 중앙회장은 유찬형 전 농협중앙회 부회장을 CEO 후보로 추천했으나, 이석준 회장은 증권 전문가가 필요하다며 대립각을 세워 결국 윤병운 NH투자증권 부사장이 신임 사장으로 선임됐다.
이같은 문제는 농협중앙회-농협금융지주-농협은행(계열사)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의 취약성에 비롯됐다는 것이 금감원 판단이다. 농협금융지주는 2012년 신경분리(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의 분리)를 통해 농협중앙회에서 독립했다. 하지만 농협중앙회가 농협금융지주 지분 100%를 가지고 있어 12년이 지난 지금도 농협중앙회 입김으로부터 자유롭지는 않다는 지적이 계속돼 왔다.
대표적으로 금감원은 농협중앙회 출신 인물들이 농협은행 지점의 내부통제를 총괄해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비판했다. 또 농협중앙회장의 추천을 받은 농협금융지주 비상임이사가 CEO, 사외이사 선임 등에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사실상 농협중앙회 의중이 계열사 인사에 반영되고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금융지주회사법 제45조와 은행법 제 35조에는 주요 출자자(은행 대주주)는 지주사, 은행 등 인사 또는 경영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서는 안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금감원은 농협금융·농협은행 정기검사에서 관련 법규에서 정하는 대주주와 관련 사항과 지배구조법에서 정하는 지배구조 관련 사항에 대해 살피고, 개선이 필요한 사항이 있다면 개선하도록 지도할 계획이라고 밝힌 상태다.
이복현 금감원장 또한 이같은 문제의식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 원장은 지난 3월 농협금융지주 감독을 강화하고 있다는 것과 관련 “합리적인 지배구조와 상식적인 수준의 조직문화가 있으면 좋겠다는 게 금융당국 공통의 생각"이라며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이 구분돼 있다고는 하지만 농협 특성상 그것이 명확한지는 조금 더 고민할 지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농협중앙회는 지난 7일 중대사고가 발생할 경우 계열사 대표이사 연임을 제한한다는 내용의 범농협 차원의 내부통제·관리책임 강화 방안을 내놨다. 금감원의 정기검사를 앞두고 내부통제 강화 의지를 보여주기 내놓은 고강도 대책이란 분석이다. 단 이 내용이 중앙회의 계열사 인사 개입이 더욱 강화되는 것으로도 읽혀 금감원이 이를 어떻게 판단할 지는 알 수 없다. 농협중앙회는 임직원들의 경각심을 키우기 위한 것이란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