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가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경쟁력을 토대로 실적 향상을 모색하고 있다. 글로벌 MLCC 시장은 현재 131억달러(약 17조7570억원) 수준이고, 2028년까지 연 평균 성장률은 IT·산업용 등을 모두 합해 8% 가량으로 예상된다.
지난 17일 김위헌 삼성전기 MLCC제품개발4그룹장(상무)은 “만약 MLCC가 없거나 성능이 저하되면 전원 불량이 발생해 전원이 꺼지거나 자동차 에어백이 터지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MLCC는 전기를 저장해뒀다가 AP·IC 등 능동 부품이 필요로 하는 만큼 회로에 일정량의 전류가 안정적으로 흐르도록 제어해 반도체가 원활히 작동하게 만드는 '댐' 역할을 한다. 전자 제품 내 신호 간섭(노이즈)도 제거해준다.
삼성전기는 특히 차량 전장용 MLCC 시장에서 성과를 낸다는 전략이다. 지난해 4조원 규모였던 관련 시장이 연 평균 12% 커져 2028년 9조5000억원에 이를 전망이기 때문이다. 제품 단가도 IT향 제품 대비 3배에 달한다.
올해 전기차 시장 성장률은 16.6% 안팎으로 예상된다. 꾸준히 성장 중인 하이브리드 차량 시장도 내연기관 대비 MLCC 소요원수가 최대 2배 수준이어서 전장용 MLCC 수요를 자극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이 올해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전장용 MLCC 매출 1조원 시대를 열겠다고 공언한 것도 이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MLCC의 사이즈는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0.4㎜*0.2㎜에서 5.7㎜*5.0㎜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최신 스마트폰에는 MLCC가 1000여개, 전기차에는 1만8000~2만개 가량 탑재된다.
전장용은 IT 제품에 들어가는 것과 역할은 비슷하지만 150도 이상·영하 55도, 휨 강도 등 충격이 전달되는 상황, 습도 85% 등 극단적인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해야 한다. 사람 목숨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기 때문이다.
가혹한 테스트 환경을 만족하기 위해서는 고온·고전압에 견딜 수 있는 재료 개발과 진동과 내습 특성을 강화하는 미세 구조 설계 기술이 뒷받침 돼야 한다.
MLCC 경쟁력은 작게 만들되 저장 가능한 전기 용량을 크게 만드는 것이다. 유전체 등 미립 소재 기술과 간섭 없이 균일하게 층을 쌓을 수 있는 제조 기술도 필요하다. 삼성전기는 내부에 유전체와 전극을 600층까지 쌓아 고용량 제품 생산이 가능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세라믹과 니켈을 번갈아 쌓아 만드는 MLCC 공정은 총 14단계로 이뤄진다. 우선 유전체 파우더와 재료를 균일하게 혼합해 슬러리를 만들어 필름 위에 얇게 코딩하고, 성형된 시트에 내부 전극(니켈)을 인쇄하고 원하는 층수만큼 쌓는다. 이어 압착 과정을 통해 밀도를 높여주고 개별 칩으로 분리한 다음 1000도 이상의 열처리 등의 과정을 거쳐 제품으로 거듭난다.
외관상 파손이 없어 보여도 내부에 금이 가진 않았는지 전기적 특성 등 품질과 외관을 검사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내부에 미세한 균열이 생기면 제 기능을 수행할 수 없다는 이유다.
김 상무는 “ADAS 보급률도 꾸준히 늘어 올해에는 레벨 2이상 적용 비율이 40%를 초과하는 등 자율 주행 레벨이 점차 올라감에 따라 전장용 MLCC 채용원수가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는 등 시장의 고성장 전망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향후 개발 방향에 대해 그는 “휴머노이드나 항공·우주(에어로스페이스) 분야에 대해서도 미리 준비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고객사명은 밝힐 수 없지만 논의 단계에 있다"고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