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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병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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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R 도입 20년…플라스틱, 재활용률 높였지만 배출량은 막지 못해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5.20 13:56

생산자 재활용품 사용 의무화제도 2003년 도입 이후 의무화율 지속 상승
플라스틱 의무 재활용률 80%대로 상승했지만 배출량 5년새 79.9% 증가
부산 플라스틱 협약 생산량 감축 논의, 환경단체 “강력한 생산 감축 담겨야”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시자원순환센터에서 플라스틱 폐기물이 처리되고 있다.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시자원순환센터에서 플라스틱 폐기물이 처리되고 있다.

생산자에게 폐기물의 회수 및 재활용 책임을 부여하는 생산자책임재활용(EPR)제도를 통해 플라스틱(합성수지) 의무 재활용률이 70~80%대로 높아졌지만 플라스틱 배출량은 줄지 않고 오히려 계속 늘고 있다. 오는 11월 부산에서 열리는 국제 플라스틱 협약에서 아예 생산량을 감축하자는 제안이 논의될 예정이어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일 환경업계에 따르면 2003년 우리나라에 생산자책임재활용(EPR; Extended Producer Responsibility) 제도가 도입된 후 21년이 지난 가운데 제도는 성공적으로 안착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EPR 제도는 자원재활용법에 의거해 제품 및 포장재의 제조업자·수입업자·유통판매업자에게 그 제품이나 포장재에 대해 일정량의 재활용 의무를 부여해 재활용하게 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재활용에 소요되는 비용 이상의 부과금을 생산자에게 부과하는 제도이다. 재활용 의무 대상품목은 2003년 12종에서 현재 28종으로 확대됐고, 재활용 양은 2002년 93만8000톤에서 2021년 195만8000톤으로 증가했다.


다양한 재활용 품목 가운데 플라스틱의 의무 재활용률은 70~80%대로 높은 편이다. 올해 플라스틱 의무 재활용률은 △폴리에틸렌텔레프탈레이트병(PET) 단일 무색 76.8%·단일 유색 72.8%·복합재질 89.4% △발포합성수지 87.1% △단일재질 폴리스틸렌페이퍼(PSP) 53.2% △단일복합 재질 폴리비닐클로라이드(PVC) 40.8% △기타합성수지 82.6%~89.3% 등이다.


하지만 플라스틱 배출량은 계속 늘고 있다.




환경공단에 따르면 국내 폐기물 발생량은 2017년 1억5678만톤에서 2021년 1억9738만톤으로 지속 상승하다 2022년 1억8645만톤으로 감소했다.


이에 비해 생활계폐기물 발생량은 2017년 1952만톤에서 2021년 2270만톤, 2022년 2304만톤으로 지속 증가했다. 생활계폐기물은 가정, 상업시설, 사업장에서 나오는 일반폐기물이다.


생활계폐기물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플라스틱이다. 플라스틱(폐합성수지류) 배출량은 2017년 298만톤에서 2022년 536만톤으로 5년새 79.9% 증가했다. 플라스틱 재활용 배출량은 2017년 130만톤에서 2022년 308만톤으로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재활용되지 않고 혼합배출된 양도 168만톤에서 228만톤으로 증가했다.


플라스틱은 99% 화석연료로 만들어진다. 아무리 재활용률이 높아져도 배출량이 늘면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커질 뿐이다.


사회적가치연구원에 따르면 페트병 1kg의 생산부터 폐기까지 방출되는 온실가스 배출량은 총 6.865kgCO2eq이다.


그린피스와 충남대 장용철 교수팀(환경공학)이 공동 조사 및 작성한 '플라스틱 대한민국 2.0 - 코로나19 시대, 플라스틱 소비의 늪에 빠지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플라스틱컵 소비량은 2017년 33억개(4만5900톤)에서 2020년 53억개(7만4319만톤)로 증가했고, 같은 기간 비닐봉투 소비량은 235억개(46만9200톤)에서 276억개(55만2600톤)으로 증가했다.


보고서는 현재 추세라면 생활계폐기물 중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은 2030년에 647만5000톤이 발생해 2010년에 비해 3.6배, 2020년에 비해 1.5배 증가할 것으로 관측했다.


보고서는 “재활용이라는 신화에 의지하기에 플라스틱 오염이 너무 심각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오는 11월 부산에서 플라스틱 오염 방지를 위한 정부간협상위원회(INC) 5차 회의가 열린다. 이는 마지막 회의로 법적 구속력을 가진 플라스틱 오염 방지안을 마련하는 것이 목표다.


앞서 지난 4월 캐나다 오타와에서 열린 4차 회의에서 르완다와 페루는 2040년까지 2025년대비 플라스틱 생산량을 40% 감축하자는 가장 급진적인 발의안을 제출했다.


하지만 이란, 러시아 등이 반대하고 있고, 협약은 모든 나라가 동의해야 제정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다만 배출량이 계속 늘면 환경에 대한 악영향도 계속 커지기 때문에 회의 막판에 예상치 못한 결과도 나올 수 있다.


특히 그린피스 등 환경단체들은 “국제 플라스틱 협약에 강력한 생산 감축이 담겨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하고 있어 우리나라를 비롯해 선진국의 압박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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