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을 지정하는 범위 기준을 상향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국내 중소기업이 연매출 1500억원을 넘기면 '중견기업'으로 승격 분류된다. 문제는 이런 현행법 규정이 10여 년 전에 정해진 한계를 안고 있어 변화하는 물가 상승이나 국내총생산(GDP) 확대를 따라잡지 못한다는 지적을 줄곧 받아왔다.
따라서, 중소기업계 안팎에서는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했을 때, '지원 절벽'을 맞이하게 되는 생태계 자체를 뜯어고쳐야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7일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72.5%는 '중소기업 범위기준을 상향해야 한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업과 건설업, 서비스업 등 업종을 막론하고 중소기업 10곳 중 7곳 이상은 중소기업에 해당하는 매출액 기준을 올려야한다는 공통인식을 하고 있는 셈이다.
해당 조사는 업종별 매출액 상한기준이 다른 점을 고려해 제조업 600개사, 서비스업 300개사, 건설업 100개사 등 총 1000개사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현행법상 중소기업은 △제조업 기준 매출액 1500억원 이하 △총자산 5000억원 미만을 충족하면서, '대기업 자회사'가 아니어야 한다. 매출액이 1500억원을 넘거나 자산이 5000억원을 초과하는 제조업체는 중견기업이 된다. 원칙적으로는 이 기준을 5년에 한 번 변경해야하지만, 해당 기준은 2015년 이후 9년째 유지되고 있다.
중소기업의 가장 큰 고민은 물가 상승에 따른 표면적인 매출액 증가다. 원재료 가격 및 인건비가 가파르게 오르면 제품이나 서비스 가격도 오를 수밖에 없는데, 영업이익이 악화되어도 표면적인 매출이 늘어나는 탓에 중견기업이 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특히, 중견기업이 되면 중소기업일 때 받았던 조세 혜택이나 금융지원에서 제외된다. 사업을 일궈 중견기업 반열에 올라도 기업 입장에선 '득'보다 '실'이 많다는 얘기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2015년 자산 5조원 이하였던 중견기업 기준은 올해 기준 자산 10조4000억원으로 2배 이상 높아졌지만, 연 매출 1500억원이라는 중소기업의 기준은 10여 년째 제자리"라며 “경제성장률이나 물가 등에 연동하는 근본적인 개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업계 안팎에서도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이 됐을 때 정부 지원이 줄어들거나 끊기는 생태계를 뜯어고쳐야한다는 주장이 드세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13일 중견기업연합회가 개최한 '최고경영자(CEO) 오찬 강연회'에서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면 세제 혜택 등 지원이 줄어드는 현재의 '절벽형' 지원 구조를 개혁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안 장관은 “범부처 차원에서 기술 개발 투자에 대한 세제 혜택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면 발목이 잡히는 게 아니라, 오히려 빨리 중견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를 정부가 구축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추문갑 중기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지난 2015년 중소기업 범위기준을 3년 평균 매출액으로 개편하면서, 경기변동에 민감한 지표인 것을 감안해 5년마다 재검토하도록 중소기업기본법 시행령에 규정되어 있지만, 10여 년이 지난 현재까지 조정되지 않았다"고 현행법의 한계를 지적했다.
추 본부장은 “범위기준 상향에 대해 72.5%의 중소기업이 찬성하는 만큼, 물가 상승과 경제규모 확대를 고려하여 시급히 매출액 기준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