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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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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산병원, 124㎏ 아랍여성 로봇 자궁절제술 성공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5.28 14:41

네 자녀 둔 38세 UAE 환자, 잦은 제왕절개·난소수술로 골반통 호소

현지 시술에도 호전 안되자 아산병원 국제진료센터로 수술 도움 요청

세계최초 단일공 로봇수술 400례 경험 이사라 교수팀 안전하게 절제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이사라 교수(왼쪽)가 124㎏의 아랍 여성에게 로봇 수술을 시행하고 있다. 사진=서울아산병원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이사라 교수(왼쪽)가 124㎏의 아랍 여성에게 로봇 수술을 시행하고 있다. 사진=서울아산병원

출산과 여러 번의 수술 후 심각한 골반통을 앓았지만 체중 124㎏의 극심한 초고도비만으로 더 이상 수술은 엄두도 내지 못했던 아랍에미리트(UAE) 여성이 먼 한국 땅에서 로봇 자궁절제술을 받고 통증에서 해방되는 기쁨을 누렸다.


서울아산병원은 28일 “산부인과 이사라 교수팀이 제왕절개 및 난소 수술로 인한 심한 유착과 자궁내막증, 골반통을 동반한 아랍에미리트 초고도비만 환자인 자밀라 씨(38세)에게 '다빈치 SP 시스템'을 이용해 배꼽 안쪽만 절개한 후 자궁을 안전하게 절제하는데 최근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어 “체질량지수(BMI)가 52에 이르는 데다 이미 많은 수술로 유착이 생긴 고위험군 환자에게 단일공 로봇으로 자궁을 절제한 시술은 서울아산병원이 세계 처음"이라고 덧붙여 말했다.


병원에 따르면, 지금까지 로봇 자궁절제 사례 중 가장 비만한 환자의 체질량지수는 41.5로 학계에 보고됐다.


아이 4명의 엄마인 아랍 환자는 지난 2022년 아랍에미리트에서 셋째, 넷째 아이 쌍둥이를 출산했다. 그러나, 그 해 6월 시행한 초음파검사에서 작은 자궁근종들과 심각한 골반유착, 난관수종(나팔관 끝이 손상 또는 감염으로 막혀 나팔관에 물이 차는 질환)이 발견됐다.




두 달 뒤인 8월 복강경을 이용한 유착제거술과 난관절제술을 받았으나 4개월이 지나도 골반통증이 사라지지 않아 결국 12월에 골반통증과 월경 과다를 치료할 목적으로 다른 시술을 추가로 받았다. 이렇게 환자는 지난해까지 통증클리닉을 다니며 증상 완화를 위해 애썼지만 증상은 호전되지 않았다고 병원은 전했다.


결국,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보건청이 자밀라 씨를 수술할 수 있는 해외 병원을 수소문했고, 서울아산병원 국제진료센터에서 원격진료자문 시스템을 통해 자밀라 씨의 수술 가능 여부를 검토했다. 환자는 과거 수술의 영향으로 매우 심한 유착이 있었고 극심한 초고도비만 상태였기 때문에 개복 수술 시 절개 부위가 잘 아물지 않아 창상(피부 또는 조직의 결손)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매우 컸다.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이사라 교수는 절개 부위를 최소한으로 줄이는 것이 환자의 수술 후 회복에도 좋다는 판단에 따라 비록 고난도지만 개복 대신 로봇 수술을 진행하기로 결론을 내렸다.


기존에 이사라 교수는 단일공 로봇을 이용한 골반장기탈출증 수술을 세계 최초로 시행해 관련 논문을 보고하고 미국산부인과내시경학회(AAGL)에서 수술 비디오를 발표한 바 있으며, 골반장기탈출증 치료인 천골질고정 로봇 수술의 경우 아시아 최초로 400례를 달성하는 등 산부인과 질환 로봇 수술에 풍부한 경험을 갖고 있었다.


마침내 2024년 1월 환자는 수술이 가능하다는 희망을 갖고 10시간이 넘는 비행 끝에 서울아산병원에 도착했다. 이후 2월 13일 산부인과 이사라 교수는 로봇을 이용해 배꼽 안쪽 절개 한 군데만으로 자밀라 씨의 자궁을 성공적으로 절제해냈다. 수술 후 한 달간 순조로운 회복세를 보인 환자는 워낙 절개 부위가 작아 수술 흉터도 거의 남지 않았고, 3월 11일 네 아이들이 기다리는 아랍에미리트로 돌아갈 수 있었다.


이사라 교수는 “수술을 결정하기 어려운 조건이었지만 환자의 고통 경감을 위해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며 많은 시뮬레이션을 거쳐 수술을 진행했다"면서 “다행히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고 환자도 오랜 기간 겪어온 통증에서 벗어나 새 삶을 살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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