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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성 댓글에 불법 시위까지···과도한 ‘표현의 자유’ 국민·기업만 피해본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5.28 10:48
자료사진.

▲자료사진.

'표현의 자유'를 앞세운 과도한 말과 행동이 현실과 가상 공간을 가리지 않고 국민과 기업에 막대한 피해를 끼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표현의 자유가 존중돼야 하는 건 맞지만 사실 왜곡과 혐오 표현 등이 사회적 용인 수준을 넘어서고 있어 갈등 해결을 위한 사회적 합의 도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 악성 댓글에 유망 스타트업 폐업···업계 1위 기업도 사정권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익명성이 보장되는 온라인 공간에서 '표현의 자유'의 폐해는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스타 연예인과 스포츠 선수가 악성 댓글로 인해 목숨을 끊는 일이 발생하고 있으며 근거 없는 악플로 기업 이미지와 경영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는 사례가 줄을 잇고 있다.


패션·뷰티 기업인 A사는 사업 초창기 애완견 사료 사업으로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을 때 일부 소비자가 온라인상에 제품 유해 성분 이슈를 제기했다. 이로 인해 해당 제품과 회사를 비방하는 댓글이 무수히 달렸다.




당시 스타트업으로서 돌발 상황에 대한 대처 경험이 부족했던 A사는 사실관계와 상관없이 사과문을 홈페이지에 게재했고 사업을 잠정 중단했다. 사건 발생 이후 공신력 있는 6개 검사기관으로부터 '유해성분 불검출' 판정을 받았으나 이미 A사의 애완견 사료는 유해하다고 낙인 찍혔다. 결국 사업 시작 8개월 만에 해당 브랜드를 폐업했다.


업계 1위 기업도 댓글 피해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지난 2017년 제주지역의 일부 양돈농가에서 축산분뇨를 야산에 불법 투기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를 빌미로 제주 소재 생수기업 B사에 대해 근거 없는 비방과 잘못된 루머가 퍼졌다. '돼지 똥물' 등 자극적인 표현을 써가며 마치 실제 분뇨와 직접 연관돼 먹지 못한다는 근거 없는 악플이 달리기 시작했다.


결국 분뇨가 불법 투기된 지역과 B사 취수원과의 거리가 상당하고 수질 관리 과정들이 공개되며 사태는 무마됐으나 이미 기업은 브랜드 이미지에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권위주의 정부 청산 과정에서 탄생한 현행 헌법의 영향으로 표현의 자유라는 가치가 때때로 과도하게 해석되면서 실생활에서 시민 다수의 일상과 기업 활동을침해하는 역설적인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주요 대기업 사옥 인근에서는 연중 내내 시위대들이 확성기를 이용해 극심한 소음 피해를 유발하고 있다. 허위 사실과 혐오 표현들로 가득 찬 불법 현수막과 천막들은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특히 기업 신뢰도에 악영향을 초래하고 있다는 게 문제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업들이 사옥 인근 불법시위로 글로벌 브랜드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위헌 판결 이후 지속된 입법 공백 상태는 기업 앞 시위 현장을 불법이 판치는 공간으로 만들고 있다.


이를 단속해야 할 지자체와 경찰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는 시위대의 민원과 시위진압 과정의 불법 판결 가능성을 우려해 미온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작년 서초구청의 행정대집행으로 현대차그룹 사옥 인근에 설치된 불법 천막이 10년만에 철거된 사례가 있지만 여전히 많은 기업들은 불법 시위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


◇ 균형점 찾는 법률 개정 서둘러야


현수막이나 댓글 내용이 명예훼손 및 모욕에 해당할 경우 현행법으로 해당 현수막 및 댓글 작성자를 처벌할 수는 있다. 일반적 명예훼손은 형법상 명예훼손죄가 적용되며, 온라인상 명예훼손은 정보통신망법상 사이버 명예 훼손죄로 처벌이 더 무겁다. 모욕행위는 형법상 모욕죄로 처벌하고 있다.


악성 댓글로 인한 사회적 문제가 심화되면서 규제를 강화하자는 내용의 정보통신망법개정안이 21대 국회에서 다수 발의됐다. 정보통신망법도 집시법처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법안 논의가 지지부진했다.


좀 더 책임감을 가지고 댓글을 쓰자는 취지로 댓글 작성자의 ID를 공개하는 내용의 '인터넷 준 실명제' 법안 역시 표현의 자유 침해 논쟁에 휘말려 고전하다 우여곡절 끝에 소관상임위 법안소위를 어렵게 통과했지만 이후 3년 넘게 진척되지 못하고 있다. 29일이 지나면 21대 국회 회기 만료로 동 법안은 폐기될 예정이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타인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하는행위는 표현의 자유의 범위를 넘어선 것이고 그에 따른 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하다"며 “사회적 해악을 초래하는 과도한 양상의 '표현의 자유'에 제동이 필요한 시점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22대 국회에서는 현실과 가상 공간에서 과도한 표현의 자유로 인해 침해 받고 있는 국민과기업의 명예·권리 보호에 주목하고 구체적인 해결 방안 모색을 위한 법령 개정을 신속히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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