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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병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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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후진국으로 전락?…한국, 갈림길에 섰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5.28 13:45

내년까지 2035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제출해야

유엔 “현 계획으로는 온도상승 못 막아”, 60% 기준안 제시

정부, 현실적 감축량과 국제사회 요구 사이에서 상당한 고민

김상협 탄녹위원장 “한국의 위치 정하는 중요한 척도 될 것”

올해 2월 26일 케냐 나이로비에서 제6차 유엔환경총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UNEP

▲올해 2월 26일 케냐 나이로비에서 제6차 유엔환경총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UNEP

현재보다 대폭 상향된 2035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내년까지 유엔에 제출하지 않으면 자칫 '기후 후진국'이란 오명을 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우리 정부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호소하고 있지만, 우리와 환경이 비슷한 일본도 목표치를 대폭 상향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정부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28일 환경업계에 따르면 탄소중립 정책 심의·의결 기구인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는 오는 2035년에 온실가스 감축량을 얼마로 할지 목표치를 정하기 위해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는 컨퍼런스를 개최하는 등 본격적인 2035년 NDC 수립 작업에 돌입했다.


우리나라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2030년까지 40% 감축하는 NDC를 제출한 바 있다.


하지만 이는 유엔이 제시한 수준에 비하면 부족하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작년 11월 '배출 격차 보고서'에서 당사국들의 현 NDC로는 지구온도가 산업화 이전 대비 2.5~2.9도(℃) 상승할 수 있다고 경고하며 기후 안정을 위해서는 전세계 배출량을 2019년 대비 2030년까지 44% 감축하고, 2035년까지 60% 감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사실상 NDC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다.




정부는 이러한 국제 사회의 요구와 현실성 사이에서 상당한 고민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2030년 NDC 선형감축에 따르면 2035년 감축율은 55% 수준이다. 이 수준마저도 현재 국내 산업계의 감축 여력과 배출권거래제의 배출허용총량(CAP) 관리수준으로는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평가된다.


정부는 2030년 NDC가 너무 낮아 미래세대의 기본권과 평등권을 침해할 수 있다며 진행 중인 기후헌법소송에서 “현실적으로 더 높이기는 힘들다"는 의견을 낸 바 있다.


하지만 유엔 등 국제사회는 이보다 훨씬 높은 최소 60% 이상을 요구하고 있고, 실제로 주요 선진국들은 적극적인 NDC를 설정하고 있다.


지구온도 상승에 따른 가장 더운 날 변화. 자료=UN IPCC

▲지구온도 상승에 따른 가장 더운 날 변화. 자료=UN IPCC

기후변화 대응에 가장 적극적인 유럽연합은 배출량을 1990년 대비 2030년까지 55% 줄이고, 2040년까지 90% 줄이기로 했다. 이에 따라 2035년 NDC는 70%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2005년 대비 2030년까지 50~52% 감축할 계획이고, 일본은 2013년 대비 2030년까지 46% 감축할 계획이다.


최근 일본 기업 600여개가 가입된 일본 최대 기후협의체인 JCI는 성명을 통해 일본 정부에 2035년 NDC를 최소 66% 이상으로 상향할 것을 촉구하며 “일본의 차기 NDC와 제7차 에너지 전략 계획이 1.5℃ 목표와 일치하지 않으면 일본은 국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없고, 일본 산업은 1.5℃ 목표에서 제외될 것이라는 우려를 낳는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는 선진국그룹에 속해 있기 때문에 국제 사회가 기대하고 요구하는 수준보다 낮게 NDC를 설정한다면 자칫 기후 후진국이란 오명까지 들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상협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위원장은 최근 컨퍼런스에서 “2035년 온실가스 감축목표는 탄소중립 시대에 한국의 위치를 정하는 중요한 척도가 될 것"이라고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한 기후 전문가는 “우리나라는 선진국그룹에 속해 있기 때문에 최소 유엔 제시 수준 이상으로 설정해야 한다는 국제적 압박을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한 목소리로 배출권거래제의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배출권거래제란 정부가 주요 온실가스 배출 기업들에게 허용치를 지정하고 그 이하로 배출한 기업은 남은 물량에 대한 크레딧을 시장에 팔 수 있고, 그 이상으로 배출한 기업은 부족한 크레딧을 시장에서 구매하는 거래 플랫폼을 말한다.


김재윤 한국은행 지속가능성장실 과장은 최근 발표에서 “현 배출권거래제의 배출허용총량은 탄소중립 목표가 설정되기 전인 2020년 9월에 마련됐기 때문에 2035년 NDC와 연계한 배출권거래제의 가격기능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산업연구원은 작년 말 발간한 '2050년 탄소중립 산업전략 종합연구' 보고서에서 “파리기후협정 이후 세계적으로 탄소 배출 감소는 피해 갈 수 있는 선택 사항이 아니다. 따라서 우리 처지에서는 가장 효율적인 정책을 선택해야 한다"며 △허용 배출량 축소 △유상할당 확대 △배출권가격 변동성 축소 △자발적 배출시장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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