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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 이탈에도 이사진 ‘스테이’...신한금융, 굳건한 재일교포 그립감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6.04 06:05

2019~2020년 IMM PE·어피너티·EQT파트너스 투자유치
사모펀드 지분 팔았지만...추천 사외이사 3인 임기 계속

신규투자자 유치시 진 회장 우군 ‘재일교포’ 득보다 실
일각선 “특정 국가 아닌 다양한 국적 이사진 선임 필요”

신한

▲신한금융그룹.

2021년부터 신한금융지주 이사회에 합류한 사모펀드들이 올해 들어 지분을 매각하면서 이사회 내 의사결정에도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IMM 프라이빗에쿼티(PE) 등 사모펀드들이 지분을 팔아치웠음에도 이들이 추천한 사외이사진 3인은 현재 이사회에서 임기를 이어가고 있다. 이들 이사진은 이미 과거 주주추천,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후보추천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직무공정성 등의 문제가 없는 점이 확인된 만큼 당장 교체할 만한 이유가 충분치 않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재일교포 주주들 역시 신한금융지주뿐만 아니라 신한카드 등 그룹 내 이사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사모펀드 추천 사외이사진 전문성 '검증 완료'...임기 추가 부여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현재 신한금융 이사회는 사내이사인 진옥동 회장과 기타비상무이사인 정상혁 신한은행장, 9명의 사외이사 등 11명의 이사로 구성됐다.


사외이사진 9명의 면면을 보면 크게 재일교포 측 추천 인사 3명(김조설·배훈·진현덕), 과거 지분 보유를 통해 경영에 참여한 사모펀드 측 추천 인사 3명(곽수근·이용국·최재붕), 특정 집단에서 추천하지 않은 인사 3명(윤재원·송성주·최영권)으로 구분된다.




주목할 점은 EQT파트너스(옛 베어링PEA)와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가 올해 2월 신한금융지주 지분을 일부 매도했음에도 이들이 추천한 이용국 사외이사, 최재붕 사외이사의 거취는 변함이 없다는 점이다.


신한지주

▲3월 말 현재 신한금융지주 사외이사 현황.

신한금융은 지분 보유 여부와 관계없이 올해 3월 정기주총에서 이용국 이사와 최재붕 이사에 1년의 추가 임기를 부여했다. 이들 이사진은 사모펀드 추천을 받아 신한금융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후보추천위원회와 이사회를 거쳐 2021년부터 신한금융 사외이사로 합류했다. 신한금융은 두 인물이 오랜 기간 신한금융 사외이사로 활동하며 이사회와 경영진의 업무를 감사할 수 있는 노하우와 전문성을 지닌 점이 확인된 만큼 추가 임기를 부여했다.


IMM PE가 추천한 곽수근 이사 역시 같은 이유로 재선임 추천됐는데, IMM PE는 3월 초 신한지주 지분 일부를 매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 외부 투자유치보단 '내실경영' 포커스

관건은 신한금융이 사모펀드들의 빈자리를 메울 외부 투자자들을 신규 유치할 지 여부다. 앞서 신한금융은 2019년 2월 조용병 전 회장 재임 당시 7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하며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인 IMM PE를 재무적 파트너로 유치했다.


2020년 9월에는 약 1조2000억원 규모의 증자를 통해 홍콩 소재 사모펀드인 어피너티와 EQT파트너스를 추가 투자자로 끌어들였다. 대규모 자금 조달로 적정 수준의 자본비율을 유지해 분기배당을 위한 금융당국의 스트레스테스트를 통과하고, 향후 오렌지라이프와 같은 대형 인수합병(M&A)에 활용하겠다는 계산이었다. 특히 홍콩계 사모펀드와 협력을 맺으면 향후 해외 시장에서도 다양한 투자 기회를 갖게 될 것이라는 판단도 있었다. 그러나 올해 들어 신한금융을 비롯한 금융지주사들 주가가 상승세를 타면서 이들 펀드는 신한지주 지분을 상당부분 매각하고 차익을 실현했다.


아직까지 그룹 내부적으로는 1분기 주요 투자자들의 지분 매각이 마무리되면서 오버행(잠재적 매도 물량)에 따른 수급 불안 요소가 점차 해소되고 있다는데 무게를 두고 있다. 투자자들의 지분 매도에도 외국인 지분율이 작년 말 60.24%에서 이달 현재 60.87%로 소폭 오른 점도 긍정적이다. 진옥동 회장 입장에서도 외부 투자자 유치에 서두를 필요가 없는 상황이다. 진 회장은 대형 M&A, 재무적 1등보다는 내부통제 강화, 고객 보호 등 그룹의 지속가능성 등에 더욱 방점을 두고 있고, 그룹 자체의 자본비율에 대한 우려도 크지 않기 때문이다.



재일교포, 이사회 적극 참여...일각선 “다국적 이사진 선임해야"

특히나 진 회장의 우호지분으로 분류되는 재일교포 측의 영향력이 여전하다는 점도 나쁘지 않은 요소다. 신한금융지주는 1982년 재일동포 소액주주 341명이 주축이 돼 설립한 기업이다. 재일교포 주주 300여명은 올해 3월 정기주총 전후로 방한해 주총장을 방문했으며, 현 신한카드 사외이사 5명 가운데 2명이 재일교포 이사진일 정도로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다.


신한금융, 신한카드의 재일교포 측 인사로 분류되는 사외이사들은 기업가, 변호사, 교수 등으로 다양하고, 한국 자본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이사회 내부에서도 시너지가 상당하다는 후문이다.


지난달 22일 열린 신한카드 이사회에서도 오노 마사미치 사외이사와 히라카와 유타 사외이사가 참석해 주요 안건에 대해 활발하게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신한금융이 과거처럼 대규모 유상증자를 통해 신규 투자자를 유치할 경우 진 회장의 든든한 우군인 재일교포의 지분 가치가 희석될 수 있다.


해당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신한금융은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이사회나 회의가 있을 때마다 일본어에 능통한 직원도 배석해 동시통역을 지원하고 있다"며 “주요 안건에 대한 사전 설명을 일본어로 번역해 일본 측 사외이사진에 제공하고, 이사진 역시 자부심과 책임감을 갖고 적극적으로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사모펀드들의 지분 매각으로 이들이 추천한 사외이사의 적극성이나 목적성은 과거보다 약해질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이사회 내에서 재일교포나 특정 집단에서 추천하지 않은 인사들의 발언권이 상대적으로 강해지고, 이사회와 경영진 간에 견제, 균형이라는 본래의 기능도 기존보다 약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나아가 신한금융지주 외국인 지분율이 60%로 높은 수준이고, 금융지주사들이 포화된 국내 금융시장을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신규 수익원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해진 만큼 다양한 국적의 글로벌 전문가를 이사 후보로 선임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국내 지주사 순이익 1, 2위를 다투는 신한금융이 해외 시장에 식견이 풍부한 전문가를 이사로 영입한다면, 글로벌 관점에서 신한만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는데도 한결 수월해질 것이라는 의미다.


실제 진 회장은 연초 신년사에서 임직원들에게 “디지털, 글로벌 등 모든 영역에서 신한이 새로운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고 당부한 바 있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이사회 다양성을 증진시키기 위해 외국인 사외이사가 추가로 선임돼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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