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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오르는 ‘글로벌 사우스’ 韓 기업 핀포인트 전략으로 수출길 넓혀야”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6.04 12:00

대한상의 ‘글로벌 사우스 국가의 수출시장 부상과 시사점’ 보고서

15대 경제 대국 중 글로벌 사우스 국가

▲15대 경제 대국 중 글로벌 사우스 국가

'글로벌 사우스'가 새로운 수출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 기업들은 '핀포인트 전략'으로 이를 공략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는 4일 '글로벌 사우스 국가의 수출시장 부상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사우스'란 기존 제3세계, 개발도상국 등으로 불리던 국가들의 새로운 분류다. 북반구 고위도에 위치한 선진국을 칭하는 '글로벌 노스'와 대비해 남반구 및 북반구 저위도에 분포한 나라들을 가리키는 용어다. 최근 증가하는 인구 및 경제규모를 바탕으로 정치, 경제적 영향력이 커지며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경제전망 자료를 분석해보면 작년부터 2029년까지 글로벌 사우스 국가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연평균 6.3%로 글로벌 노스의 3.9%에 비해 빠른 성장을 보일 것으로 관측된다.


골드만삭스는 세계 15대 경제대국 중 글로벌 사우스 국가는 2022년 인도, 브라질, 멕시코 3곳이지만 2050년에는 인도네시아, 이집트, 사우디, 나이지라아가 더해져 7곳으로 늘 것으로 내다봤다. 우리나라와 거리가 멀고 낯선 시장이 향후 높은 성장 가능성을 지녔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인구 측면에서도 81억명 중 67%인 54억명이 글로벌 사우스로 대표되는 개발도상국에 있다. 특히 0~14세 비중이 28.6%로 선진국의 16%에 비해 높아 향후 높은 경제 역동성과 구매력을 보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해당 연구는 IMF, 국제무역센터(ITC) 등 세계 무역통계를 기반으로 이뤄졌다. 글로벌 사우스의 범위에 대해서는 통일된 기준이 없으나 해당 연구에서는 '남남 협력 금융 센터'(UN FCSSC)에서 지정한 글로벌 사우스 국가를 기준으로 정했다. 중국은 경제, 무역규모가 큰 만큼 해당 연구에서는 글로벌 사우스의 범위에서 제외했다.


우리나라의 글로벌 사우스 국가로의 수출은 지난해 기준 1865억달러로 전체 수출액의 29.5%를 차지했다. 규모면에서는 10년전 1800억 달러에 비해 소폭 늘었지만, 비중은 10년전에 비해 2.7%p 감소했다.


지역별로는 작년 대 아세안 수출은 1091억달러로 10년간 33.1% 많아졌다. 글로벌 사우스 수출 중 58.5%가 아세안에 집중돼 있다. 그 외 남아시아로의 수출도 10년새 48.3% 증가한 반면 중남미, 중동, 아프리카로의 수출은 10년전에 비해 줄었다.


보고서는 “우리나라의 산업 구조가 고부가가치 제품 위주로 전환됨에 따라 수출의 중심축이 글로벌 노스와 같은 선진국으로 넘어가는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앞으로 글로벌 사우스가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미래시장을 선점한다는 면에서 지속적인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글로벌 사우스 지역의 수입시장에서 한국과 중국의 시장 점유율을 비교해 본 결과 한국의 점유율은 3.7%로 집계됐다. 10년전과 비교해 0.3%p 빠진 반면 중국의 점유율은 20%로 10년전에 비해 6.2%p 뛰었다.


우리나라의 점유율은 아세안, 남아시아에서 반도체 및 전기전자 품목의 수출이 늘며 소폭 증가했지만 중남미, 중동, 아프리카에서는 감소했다. 같은 기간 중국의 점유율은 모든 지역에서 상승했다. 특히 중동 지역에서 우리나라의 점유율은 2013년 3.3%에서 2021년 1.5%까지 감소한 후 지난해 1.7%로 소폭 회복된 상황이다. 반면 같은기간 중국의 점유율은 8%p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동 지역 수입액 상위 12대 품목의 한중 점유율 비교

▲중동 지역 수입액 상위 12대 품목의 한중 점유율 비교

중동 지역의 시장 점유율 하락은 저유가와 중국과의 경쟁 격화인 것으로 보인다. 2015년부터 시작된 저유가로 중동국가의 경제가 둔화됐고, 가격경쟁력을 갖춘 중국제품의 점유율이 오히려 늘었기 때문이다. 품목별로 보면, 석유제품, 의료용품 외 모든 품목에서 한국의 점유율이 빠졌다.


중동지역의 최대 수입품인 전기전자 품목의 경우, 한국산 스마트폰과 TV 등의 수출이 줄었다. 시장조사업체 스탯카운터에 따르면 중동 최대시장인 사우디에서 한국산 스마트폰 점유율은 2015년 50%를 넘었으나 작년 20% 초반까지 하락했다.


보고서는 보다 효과적으로 글로벌 사우스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서는 지역별 수요를 고려한 맞춤형 전략 수립과 수출망의 다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대표적으로 의약품 및 백신 등 바이오 분야와 석유제품 수출 사례를 들었다.


우선 의약품 및 백신 품목은 대부분의 글로벌 사우스 지역에서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 특히 중남미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의약품의 수요가 늘어날 지역으로 전망된다. 우리 기업들도 이에 적극 대응해 우리나라의 대 중남미 의약품 수출은 2013년 1억6000만달러에서 지난해 4억2000만달러로 2.6배 증가하며 10위의 수출 품목에 오르기도 했다.


보고서는 석유제품의 수출망 다변화 성과도 사례로 꼽았다. 석유제품의 경우 10년전만 해도 중국이 최대 수출국이었으나, 중국의 자급화 전략으로 인해 대중국 수출액이 절반 수준으로 감소한 상황이었다.


이에 대응해 베트남, 필리핀, 인도 등 아시아 신흥국과 아랍에미리트(UAE) 등 산유국, 앙골라, 에콰도르 등 신 시장까지 포함한 글로벌 사우스 시장으로 눈을 돌려 새로운 수출시장을 발굴하며 수출 실적을 이어갈 수 있었다는 것이다.


김현수 대한상의 경제정책팀장은 “글로벌 사우스는 향후 성장 가능성도 크지만 우리의 수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 리스크를 관리한다는 측면에서도 중요한 시장"이라며 “국가·지역별로 시장의 니즈가 다른 만큼 목표 시장에 맞는 핀포인트(pinpoint) 전략을 수립해 공략법을 찾고, 여기에 정부의 외교·제도적 지원이 병행된다면 기업이 더 많은 수출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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