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성장잠재력을 가진 '젊은 대륙' 아프리카의 중요성이 점차 커지는 가운데 한국 기업들은 이 곳을 '기회의 땅'으로 삼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중점 협력분야로는 △소비재 제조업 △광물 및 에너지 △정보통신기술(ICT) 스타트업 △그린 테크놀로지 등이 거론된다.
한국경제인협회는 4일 '한-아프리카 신산업 협력분야와 과제'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연구는 '2024 한-아프리카 정상회의'를 계기로 정재욱 서강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에게 의뢰해 이뤄졌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아프리카 경제협력 강화를 위해서는 △양 지역 간 맞춤형 통상협력 세분화 △대 아프리카 투자·진출 지원 정책금융 확대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높은 성장률로 주목받고 있는 아프리카의 경쟁력은 △젊은 인구 △풍부한 자원 △대미·유럽연합(EU) 시장과 가까운 지리적 이점 △역내 자유무역 등에 있다.
국제연합(UN) 발표에 따르면 현재 14억8000만명(전세계 인구의 18.3%) 수준인 아프리카 인구가 2050년에는 25억명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중위(median) 나이 역시 19세로 한국(45.1세)은 물론 전 세계(30.7세)에 비해 낮다.
아프리카는 전기차 배터리 등의 친환경 산업의 핵심 원료로 꼽히는 리튬, 코발트 등의 핵심 자원 또한 풍부하다. 지리적으로는 유럽 및 중동과 맞닿아 있는 데다 미주 대륙, 인도 등과 해상교역이 가능한 전략적 요충지에 위치한다는 점도 아프리카가 가진 강점이다.
이와 함께 아프리카의 성장을 견인하는 핵심 요인은 지난 2019년 출범한 아프리카대륙자유무역지대(AfCFTA)다. 아프리카 대륙을 하나의 거대한 시장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발족된 AfCFTA에는 54개 아프리카 국가들이 참여한 가운데, 상호 무역정책을 통합해 역내 교역을 활성화하고, 글로벌 교역에서 아프리카의 영향력을 높이는 기반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경제성장 전략에 힘입어 최근 아프리카는 빠른 성장을 이루고 있다. 아프리카개발은행(AfDB)에 따르면 올해 기준 경제성장률 전망 상위 20개국 중 11개국이 아프리카 국가에 해당했다. 니제르(11.2%), 세네갈(8.2%), 리비아(7.9%) 등이다. fDi Markets와 국제통화기금(IMF)이 발표한 올해 주목할만한 해외투자 10대 유망국에도 3개의 아프리카 국가가 이름을 올렸다. 케냐(3위), 나미비아(5위), 모로코(8위) 등이다.
아프리카의 높은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한국과 아프리카의 협력은 저조하다. 한국의 교역규모에서 아프리카가 차지하는 비중은 1.3%에 불과하다. 한국의 세계 직접투자 규모에서도 아프리카 비중은 0.5%에 그친다.
이는 아프리카가 지리적으로 멀고 낯선 시장인데다, 아프리카에 대한 인식이 과거 자원개발 및 인프라 위주에 그치거나 공적원조(ODA) 등의 개발 협력 대상으로 한정돼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보고서는 “한-아프리카 협력 강화를 위해서는 소비재 제조업, 광물·에너지, ICT기반 스타트업, 그린 테크놀로지 등 현재 아프리카의 성장을 견인하는 유망 분야로의 진출이 확대돼야 한다"고 짚었다.
아울러 성공적인 협력 관계 구축 사례를 만들기 위해서는 이번 2024 한-아프리카 정상회의와 같은 고위급 협의체가 더욱 활성화되고, 나아가 민간협력 확대로 이어질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한-아프리카 협력 확대를 위해 맞춤형 통상협력 강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아프리카와 같은 신흥지역 국가를 대상으로 하는 '경제동반자협정(EPA)'을 예로 들었다.
EPA(Economic Partnership Agreement)는 일반적인 자유무역협정(FTA)과 달리 국가 간 무역장벽 해소뿐만 아니라 상대국에 대한 개발지원, 기술이전 등의 종합적인 협력 강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대 아프리카 통상협력의 현실적 방안으로 제시된다. 경제·산업 발전 양상이 국가·지역별로 상이한 아프리카의 경우 각 지역 및 국가의 현황과 수요에 맞는 맞춤형 무역 및 투자협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최근 모로코, 탄자니아, 케냐 등과 경제동반자 협정 관련 논의를 추진하고 있다. 아프리카와의 협력강화를 위해서는 지역·국가별 특성을 반영한 세분화된 전략이 필요한 만큼, 단순 시장 개방이나 관세 철폐 등 일반적인 대 아프리카 통상협력보다는 정부조달, 기술협력, 디지털무역 등 다양한 부문에서 협력 기회를 찾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보고서는 진단했다.
보고서는 또 우리 기업들의 아프리카 투자 및 진출이 확대될 수 있도록 진출 기업을 위한 정책금융이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많은 아프리카 국가들의 경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정책금융 지원가능 기준에 부합되지 않는 신용등급을 부여받고 있어 기업대출 및 정책금융 지원이 실질적으로 어려운 경우가 많다.
2022년 기준 수출입은행의 수출신용 총지급액 중 아프리카 비중은 2.8%, EDCF 지급액 중 비중은 27.9% 수준이다. 무역보험공사의 단기수출보험 지원액 중 아프리카 비중은 6.7%를 기록하고 있다.
보고서는 금융 지원 활성화를 위해서는 국제개발금융기관 및 다자개발은행의 재원을 활용하는 경험 축적과 함께, 향후 기업과 정책금융기관이 함께 국제개발금융기관(세계은행, AfDB 신탁기금 등)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협력 모델을 개발해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봉만 한경협 국제본부장은 “한국기업은 전통적인 광물·에너지 등 자원분야 뿐만 아니라 ICT·그린산업 등 신산업 분야 진출 확대를 통해 아프리카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