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럽중앙은행(ECB)과 캐나다은행이 잇따라 기준금리를 내리자 시장에선 미국과 한국 등 나머지 국가의 본격적 통화정책 전환(피벗)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다만 은행권 전문가들은 ECB 등의 결정이 미국과 한국의 피벗을 앞당길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봤다. 대체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가 일러야 4분기에 시작되거나 물가 상황 등에 따라 아예 해를 넘길 것이란 예상이다.
지난 6일(현지시간) ECB는 기준금리를 0.25%p 낮추며 지난 2022년 7월 금리 인상기 시작 이후 1년 11개월 만에 피벗을 단행했다. 앞서 5일(현지시간) 캐나다은행도 기준금리를 0.25%p 내려 약 2년3개월을 지속한 통화정책의 키를 긴축 쪽으로 틀었다.
이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감도 다시 고조됐지만 지난 7일 미국 노동부가 내놓은 5월 고용지표상 이 같은 분위기가 반전됐다. 비농업 일자리 증가폭(전월 대비 27만2000명)이 시장 예상을 크게 웃돌면서 물가 불안이 다시금 부각됐기 때문이다.
최근 한달 새 주요 시중은행 대출금리는 대체로 내려갔다. ECB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 등에 시장금리 전반이 약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지난 7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 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는 연 3.180∼5.625% 수준이다. 약 한 달 전 5월 3일(연 3.480∼5.868%)과 비교해 상단이 0.243%P, 하단이 0.300%P 낮아졌다.
같은 기간 혼합형 금리의 주요 지표인 은행채 5년물 금리가 3.895%에서 3.624%로 0.271%P 내린 데 영향을 받았다.
신용대출 금리(1등급·만기 1년)도 한달 새 연 4.330∼6.330%에서 4.240∼6.240%로 상·하단이 0.090%P씩 내렸다. 은행채 1년물 낙폭(-0.102%P)과 비슷하다.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신규 취급액 코픽스 연동·연 3.720∼6.797%) 역시 상단과 하단이 각 0.041%P, 0.130%P 내려갔다.
그러나 국내 시중은행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미국 연준과 한은이 금리 인하를 서두르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더구나 시장금리에 이미 한 차례 기준금리 인하(0.25%P) 기대가 미리 반영된 상태인 만큼, 하반기 대출·예금 금리 하락 폭도 미미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한은이 기준금리 인하 시점을 올해 4분기까지 늦출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한 근거로 △미국의 조기 금리인하 기대 약화 △예상을 상회한 1분기 GDP(국내총생산) △원화 약세 부담 등을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