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뉴욕·워싱턴 등 미국 동부 일정을 마친 이재용 회장이 서부에서 글로벌 IT 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메타·아마존·퀄컴 등 IT·AI·반도체 분야의 주요 빅테크 기업 CEO들과 잇따라 회동함으로써 약 2주일에 걸친 출장 일정을 마무리했다고 13일 밝혔다.
이 회장은 이번 출장을 통해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의 등장으로 해마다 글로벌 시가총액 1위 기업이 바뀔 정도로 격화하고 있는 '기술 초경쟁' 시대 속에서의 삼성의 글로벌 위상과 미래 기술 경쟁력을 점검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 회장은 △스마트폰 △TV △가전 △네트워크 △메모리 △파운드리 부문의 기존 고객사와 협력을 확대하며 AI 등 첨단 분야에서 고객사의 기술 경쟁력을 결합해 상호 윈윈하며 미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새로운 협력 모델 구축에도 힘을 쏟았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현지 시각 기준 지난 11일 미국 서부 팔로 알토 소재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의 자택으로 초청받아 단독 미팅 시간을 가졌다. 지난 2월 저커버그 CEO의 방한 당시 이 회장의 초대로 삼성의 영빈관인 승지원에서 회동을 가진 후 4개월만에 다시 만난 것이다.
이 회장과 저커버그 CEO는 AI∙가상 현실(VR)∙증강 현실(AR) 등 미래 ICT 산업과 소프트웨어 분야에서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 회장은 2011년 저커버그 CEO 자택에서 처음 만난 이후로 현재까지 통산 8회 회동했을 정도로 각별한 우정을 쌓아오고 있다.
저커버그 CEO는 2016년 스페인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개막 전날 열린 삼성전자 갤럭시S7 언팩 행사에 직접 등장해 VR을 매개로 한 삼성전자-메타 간 공고한 협력 관계를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2022년 10월 미국 실리콘 밸리 마운틴 뷰에 있는 '삼성 리서치 아메리카'에 방문해 삼성전자 한종희 부회장·노태문 사장 등 경영진을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삼성전자와 메타는 AI 분야로 협력을 더욱 확대해 나갈 전망이다.
저커버그 CEO는 지난 2월 방한 당시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거대 기업으로서 글로벌 경제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어 이러한 부분들이 협력에 있어 중요한 포인트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재용 회장은 지난 12일 시애틀 아마존 본사에서 앤디 재시 아마존 CEO와 만났다. 이 자리에는 삼성전자 전영현 DS 부문장·이정배 메모리 사업부장·한진만 DSA 부사장·최경식·북미 총괄 사장 등이 배석했다. 세계 1위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 아마존은 차세대 메모리를 비롯,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의 핵심 비즈니스 파트너 중 하나다.
이 회장과 재시 CEO는 생성형AI와 클라우드 컴퓨팅 등 현재 주력 사업에 대한 시장 전망을 공유하며 추가 협력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재시 CEO는 작년 4월 생성형 AI에 본격 참여할 계획을 공표해 클라우드 기반 AI 서비스 혁신에 공을 들이고 있다.
아마존은 올해 3월 AI 데이터센터에 향후 15년 간 150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고, AI 기업 앤스로픽에 40억 달러를 투자하는 등 최근 'AI 주도권' 확보 경쟁에 뛰어들었다. 삼성전자와 아마존은 반도체 이외에도 TV·모바일·콘텐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하고 있다.
아마존은 삼성전자가 주도하는 차세대 화질 기술인 'HDR10+' 진영에 참여하고 있다. 'HDR10+'는 고화질 영상 표준 기술로, 아마존은 2022년부터 자사 파이어TV에 이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이 회장과 재시 CEO의 이번 만남을 통해 삼성전자와 아마존의 협력 관계는 한층 더 깊어질 전망이다.
한편 이 회장은 지난 10일 미국 산 호세 소재 삼성전자 DS 부문 미주 총괄(DSA) 사옥에서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사장 겸 CEO를 만나 AI 반도체·차세대 통신 칩 등 새롭게 열리는 미래 반도체 시장에서의 협력 확대 방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퀄컴은 뛰어난 무선 연결성과 고성능을 갖춘 저전력 컴퓨팅과 온 디바이스 인텔리전스 분야의 선두 기업이다. 삼성전자와 퀄컴은 오랜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퀄컴은 삼성전자 모바일 제품에 최첨단 스냅드래곤 플랫폼을 탑재했고, 최근에는 AI PC·모바일 플랫폼으로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이 회장은 이번 미국 출장 기간 중 글로벌 팹리스 시스템 반도체 기업들과도 연이어 만나 파운드리 사업 협력 확대와 미래 반도체 개발을 위한 제조기술 혁신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이재용 회장은 미국 출장 일정을 마치며 “삼성의 강점을 살려 삼성답게 미래를 개척하자"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이달 말 세트와 부품(반도체) 부문 주요 경영진과 해외 법인장 등 주요 임원이 참석하는 '글로벌 전략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 회장이 이번 출장을 통해 다진 글로벌 네트워크와 이를 통한 빅 테크들과의 포괄적인 협력 노력은 글로벌 전략 회의를 통해 구체적인 비전과 사업 계획으로 진화하며 위기 극복과 새로운 도약의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