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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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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전선 “해저 케이블 기술 유출 발견 시 법적 대응”…대한전선 “역량 충분, 의혹 제기 불쾌”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6.14 19:29

경찰, 가온건축 수사 중…부정 경쟁 위반 혐의
LS전선 “전선 사업, 각종 단계 모두 기밀 사항”
대한전선 “자본 집약적 산업이라 장벽 높을 뿐”

LS

▲포설 작업 대기 중인 고전압 해저 케이블(HVDC). 사진=LS전선 제공

수사 당국이 해저 케이블 기술 유출 혐의로 가온건축사사무소(이하 가온건축) 관계자를 입건해 조사 중인 가운데 LS전선이 위법 사항 확인 시 민·형사상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한편 대한전선은 해저 케이블 기술력을 갖고 있어 LS전선의 의혹 제기가 불쾌하다는 반응이다.


14일 전선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경기남부경찰청 산업기술안보수사대는 지난 11일부터 가온건축을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가온건축이 2008년부터 작년까지 LS전선의 해저 케이블 공장 1~4동의 건축 설계를 전담해왔고, 이 과정에서 고전압 해저 케이블(HVDC) 기술에 대한 정보를 얻어 경쟁사인 대한전선 측에 빼돌렸다는 의혹을 집중 조사 중이라는 전언이다.


가온건축이 대한전선에 HVDC 기술 자료를 건넨 것이 확인됐느냐는 질문에 LS전선 측은 “수사가 이뤄지고 있어 자세한 내용은 알 수 없지만, 경쟁사와 거래를 했다는 사실 자체를 심각하게 받아들여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LS전선은 기술 유출 차단 차원에서 협력사를 최소화했고, 이에 따라 건축 설계는 가온건축으로 하여금 전담케 했다고 설명했다.




해저 케이블 공장 건축 설계를 위해서는 △설비 배치도(레이 아웃) △설비 수량 △장조장 케이블 보관·이송에 사용되는 '턴 테이블' 배치·운영에 관한 정보 △케이블 이송 경로 △주요 설비 특징·설계 개념에 관한 도면 자료가 있어야 한다. 이에 관한 일체의 사항을 LS전선이 가온건축에 제공했다는 것이다.


LS전선 관계자는 “이력이 이러한 만큼 가온건축은 각 공장이 어떤 실패를 어떻게 극복했는지, 효율성 제고를 위해 어떻게 변경되고 발전해 왔는지 등에 대한 모든 역사와 노하우를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비밀 유지 의무에 관한 내용을 계약서에 명시했, 해당 용역 과정에서 발생되는 일체의 자료 전부가 기밀 사항임을 강조한 바 있어 자료 관리에 만전을 기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해저 케이블 시장을 유럽과 일본의 소수 기업들이 과점하던 2007년, LS전선은 세계 4번째로 관련 제품을 개발해냈고 2009년 첫 공장을 준공했다.


그러나 처음부터 모든 게 완비된 상태가 아니었고, 생산 시설 준공 후에도 수많은 시행 착오와 수천억 원의 실패 비용을 치르며 자체적으로 기술을 정립하고 설비를 제작해왔다는 전언이다.


해저 케이블 건축 설계는 일반 공장과는 달리 장조장과 고중량 케이블을 생산·보관·이동하기 위한 설비를 배치하는 것에 관한 것이다. 통상 500m-1km 길이로 생산하는 지중 케이블 생산과 다른 특수 생산·보관 설비를 요한다. 특히 장조장 케이블을 제조하기 위해서는 수직 연합기와 턴테이블 등의 특수 설비가 필요하다.


장조장·고중량으로 인해 도로로 이송할 수가 없어 선박으로 이송해야 해 업계에서는 공장에서 항구까지 이송하는 방법에 대한 설계 또한 업계에서는 보안 사항으로 취급하고 있다. 이 같은 특성에 후발 업체들의 시장 진입 장벽이 높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LS전선 측 입장이다.


대한전선

▲대한전선 로고. 사진=대한전선 제공

한편 대한전선 측은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다.


대한전선은 14일 이날 “LS전선의 해저 케이블 기술을 유출한 혐의에 대해 피의자로 특정되거나 관련 통보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공표했다.


또 “공정 경쟁 입찰 방식을 통해 다수의 건축 설계 업체 중 가온건축을 선정했다"며 “이 업체는 건축물과 유틸리티의 설계 도서 작성 용역을 수행하는 회사로, 케이블 설비와 제조 기술에 대한 업무를 수행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자사 해저 케이블 1공장에 설치한 수직 연합기·턴 테이블·갱 웨이 등의 생산 설비는 국내외 전문 업체를 통해 제작해 설치한 것이라고도 했다.


무엇보다 대한전선 관계자는 “2009년부터 해저 케이블 공장과 생산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왔고, 2016년 이후 충남 당진 소재 기존 케이블 공장에 수직 연합기와 턴 테이블 등을 배치했다"며 “2017년부터 서남해 해상 풍력 단지 등에 성공적으로 납품한 실적을 가지고 있는 등 이미 설비와 생산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었다"고 항변했다.


또 “대한민국 최초의 전선 회사로서 케이블 관련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노하우를 확보하고 있고, 자력으로 해저 케이블 설비를 설치하고 건설할 충분한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덧붙였다.


해저 케이블 시장 진입 장벽이 높은 것에 대해서는 인정하면서도 설비의 특수성과 배치 등에 대한 기밀성 때문이 아닌 전용 공장 건립 자금이 막대해서라고 반박했다.


대한전선 관계자는 “해당 사안과 관련된 질의에 대해 성실히 설명했고, 앞으로도 언론사들의 취재에 적극 응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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