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기업들이 글로벌 이커머스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가운데 이로 인해 한국의 해외전자상거래 적자 폭이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빅3' 업체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규제 중심의 국내 유통산업 정책의 개선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국경제인협회는 17일 '최근 5년간(2018~2023년) 글로벌 이커머스 시장 현황 분석'을 통해 이 같이 밝혔다.
한경협에 따르면 글로벌 이커머스 시장 규모는 2018년 2조9000억달러에서 작년 5조8000억달러로 2배 가량 성장했다. 이 기간 이커머스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14.6%)은 전체 소매업 성장률(4.4%)의 3.3배에 달하는 수치다.
특히 징동닷컴(중국 내수중심), 알리바바, 핀둬둬(테무 모기업) 등 중국 '빅3'의 최근 5년간 매출액성장률(CAGR) 평균은 연 41.0%로 집계됐다. 글로벌 e커머스 시장 성장률(14.6%)보다 2.8배 높은 수준이다.
작년 기준 글로벌 이커머스 회사들의 매출 순위를 살펴보면 1위 아마존(미국), 2위 징동닷컴(중국), 3위 알리바바(중국), 4위 핀둬둬(중국), 5위 쿠팡(한국) 순이었다. 글로벌 이커머스 5대 기업 중 3개를 중국이 차지했다.
또 테무(지난해 7월 한국진출) 등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의 국내 시장 진출이 확대되면서 한국의 시장도 큰 변화에 직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한국의 이커머스 시장 규모는 역대 최고치인 228조9000억원으로 중국(3954조2000억원), 미국(1521조6000억원), 영국(256조3000억원), 일본(252조9000억원)에 이어 세계 5위다. 2022년 기준 이커머스 침투율은 세계 3위 수준인 33.7%로 미국(15.0%), 일본(12.9%)을 크게 상회했다.
지난해 한국의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을 통한 구매액은 3조3000억원(2022년 대비 121.2% 증가)으로 미국(1.9조원)을 크게 상회했다. 미국은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14년 이후 줄곧 한국의 최대 이커머스 구매 국가였으나, 작년 중국에게 처음으로 역전당했다.
한국의 해외 전자상거래는 2021년을 기점으로 구매액이 판매액를 앞질러 적자 전환했다. 지난해에는 적자 폭이 5조1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 활동하는 이커머스 플랫폼 순위(월간 사용자 수 기준)를 살펴보면 중국 플랫폼들은 작년 이후 1년6개월도 안 된 시점에서 11번가, G마켓 등 한국의 주요 플랫폼들을 추월했다.
작년 1월의 국내 이커머스 플랫폼 순위는 쿠팡, 11번가, G마켓, 티몬, 알리익스프레스 순이었다. 지난달에는 쿠팡 1위, 알리익스프레스 2위, 11번가 3위, 테무 4위, G마켓 5위로 달라졌다. 중국기업에게 2위와 4위 자리를 내준 것이다.
한경협은 글로벌 이커머스 시장이 급속도로 변화하고, 국내시장에 대한 중국 플랫폼이 국내시장을 빠르게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규제중심의 유통정책 개선 △소비자 보호 강화 △국내 중소 유통‧제조사 지원 등의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선 국내 유통기업의 활동을 제한해 역차별 논란이 있는 규제 중심의 유통산업발전법을 경쟁력 강화 중심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형마트와 준대규모 점포는 유통산업발전법에서 공휴일 의무휴업(매월 2일)과 영업시간을 제한(자정~오전10시) 받고 있다. 온라인 구매 배송도 동일하게 규제받고 있다.
한경협은 또 위해 식·의약품, 가짜 상품, 청소년 유해매체, 개인정보 침해와 같은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외국 온라인플랫폼의 소비자보호의무 이행현황 점검을 강화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특히 중국 기업은 중국 국가정보법에 따라 이커머스 사업으로 확보한 정보를 필요시 중국 정부에 제공해야 하는 의무가 있는 만큼 정보 유출의 우려가 존재한다고 짚었다.
한경협은 아울러 국내 유통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유통플랫폼 고도화와 인프라 구축을 지원하고, 중소 제조사 브랜드 제고와 품질향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