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대-서울대병원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가 17일부터 의대 정원 증원 전면 재검토 등을 요구하며 무기한 휴진에 들어갔다. 이에 정부도 손실 구상권 청구 검토 등 강경 대응에 나서 의·정간 정면 충돌 양상이 확대되고 있다.
비대위는 이날 서울의대 융합관 양윤선홀에서 집회를 열고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등 의료 정책 강행에 반발해 '무기한 전면 휴진'을 선언했다. 비대위에 따르면 지난 일주일 동안 400명이 넘는 이 병원 교수들이 입원·외래·수술 일정을 조정했다. 이에 따라 수술 건수는 반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비대위의 조사 결과 휴진에 직접적으로 참여한다고 답한 교수는 529명이다. 이는 진료에 참여하는 전체 교수(967명)의 과반이 넘는 54.7%에 해당한다. 따라서 수술장 가동률은 기존 62.7%에서 33.5%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휴진 지지 의사를 밝힌 교수는 휴진에 참여하는 교수 529명을 포함해 전체 진료 참여 교수의 90.3%인 873명이다.
다만 환자들의 위험은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비대위는 “진료를 전면 중단하는 것은 아니고, 다른 병의원에서도 진료가 가능하거나 진료를 미뤄도 당분간 큰 영향을 받지 않는 환자의 정규 외래 진료와 정규 수술을 중단하는 것"이라며 실제 진료 감소는 40% 정도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기에 대한의사협회(의협)도 최근 중재안을 제시했다가 전혀 먹혀들지 않자 18일부터 집단 휴진에 들어갈 예정이며, 전국 의대 교수 단체들이 참여 의사를 밝히는 등 사태가 확산일로다.
의협은 앞서 지난 16일 △의대 증원 재논의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쟁점 사안 수정 △전공의·의대생 관련 모든 행정명령 처분 취소 및 사법처리 위협 중단 등 3가지 대정부 요구안을 제안하며 정부가 이를 수용하면 집단 휴진 보류 여부를 재논의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불법적인 전면 휴진을 전제로 정부에 정책 사항을 요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의대 정원과 전공의 처분에 대해서는 정부가 이미 여러 차례 설명했고, 기존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답했다.
이에 의협 측은 “정부는 스스로 일으킨 의료사태에 대한 해결 의지가 전혀 없음을 다시 확인했다" 계획대로 휴진과 궐기대회를 강행한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선 여전히 '찾잔 속의 태풍'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복지부에 따르면 개원가의 휴진 신고를 받아본 결과 18일 진료를 쉬겠다고 한 곳은 총 3만6371개 의료기관(의원급 중 치과·한의원 제외, 일부 병원급 포함) 중 4.02%에 그쳤다.
정부는 지난 16일 서울대병원 교수들을 시작으로 진료 거부 등 집단행동이 의료계 전반으로 될 수도 있는 만큼 비상진료체계를 더욱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의사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회의 후 “골든타임(최적기) 내 치료해야 하는 환자 진료를 위해 17일부터 '중증 응급질환별 전국 단위 순환 당직제'를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급성대동맥증후군과 소아 급성복부질환, 산과 응급질환에 신속히 대처하기 위해 수도권·충청권·전라권·경상권 등 4개 광역별로 매일 최소 1개 이상의 당직 기관을 편성하고, 야간과 휴일 응급상황에 24시간 대비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의사 집단행동으로) 피해를 본 환자는 '(국번 없이) 129'에 피해사례를 신고할 수 있고, 신고 내용에 대해서는 정부와 지자체가 긴밀히 협력해 신속하게 대응해 나가기로 했다"며 “각 병원장에게 일부 교수들의 집단 진료 거부에 대한 불허를 요청했고, 진료 거부 장기화로 병원에 손실이 발생하면 구상권 청구를 검토하도록 했다"며 설명했다. 이어 “병원에서 집단 진료거부 상황을 방치하면 건강보험 선지급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도 검토한다"고 강조했다.
개원가의 집단 휴진에 대비해 진료를 유지하거나 비대면 진료를 하는 병의원 안내도 강화했다. 복지부는 올해 2월 23일부터 병의원을 포함한 모든 종별 의료기관의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고 있다. 4월 3일부터는 보건소와 보건지소에서도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게 허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