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에도 경기 회복이 지속되겠지만 업종별로는 편차가 클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한국경제인협회는 20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이 같은 내용을 주제로 '2024년 하반기 경제·산업 전망 세미나'를 개최했다.
김창범 한경협 상근부회장은 개회사에서 “최근 고물가·고금리·고환율 3고 현상이 지속되는 가운데 성장동력의 약화로 올해 경제성장률은 전년의 초저성장(1.4%)에도 불구, 2% 초중반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며 “기업 경쟁력 강화와 성장동력 확보로 저성장을 탈피하고, 중성장 국가로 도약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경제 전망'에 대한 주제 발표를 맡은 최상엽 연세대학교 교수는 “올해 세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는 3.4%로 꾸준한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인플레이션은 안정화될 것으로 보이나 지정학적 분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국 대선 등 요인으로 언제든지 다시 상승할 우려가 있다"고 진단했다.
최 교수는 “정책금리는 하반기부터 본격 인하될 것"이라면서도 “자산 시장의 지속된 랠리, 미국의 GDP 대비 부채 상승세를 고려할 때 중장기 중립 금리의 향방은 확신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이미 시장에 정책금리 인하에 대한 강한 기대가 반영돼 있어 실제 인하가 이루어져도 자산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 경제 전망'에 대한 주제 발표를 맡은 이승석 한경협 한국경제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올해 경제성장률은 2.4%가 될 것"이라며 “반도체 수출 증가가 성장률 회복의 핵심 요인이 되겠으나 민간 소비는 미약한 회복세를 보여 우리 경제의 추가 상승 여력을 제한한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이 책임연구위원은 “향후 성장률은 민간 부채 연체율 급증, 중국경제의 더딘 회복, 국지적 분쟁 확대 등으로 2.4%보다 낮아질 수 있어 긴장의 끈을 풀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하반기 주요 산업 전망이 '2강(强), 3중(中), 1약(弱)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반도체 및 전자전기', '조선' 산업은 호조,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 '석유화학 및 석유제품', '이차전지' 산업은 혼조, '건설' 산업은 부진이 전망된다.
하반기 수출은 수요 확대와 가격 상승에 힘입어 전년동기 대비 19.6% 증가할 것으로 관측된다. 인공지능(AI) 발달에 따른 글로벌 IT 경기 회복으로 한국의 주력 제품인 메모리반도체, 디스플레이 패널과 SSD(고체 상태 드라이브) 글로벌 수요가 증가하면서 반도체(+26.3%), 디스플레이(+3.4%), 정보통신기기(+12.5%)는 전부 하반기 수출이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한국 조선업계는 10여년만에 호실적을 보일 전망이다. 원자재인 후판 가격 인상으로 신조선가도 상승함에 따라 고가 수주가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고질적이었던 인력 부족 문제가 외국인 노동자 투입으로 해소되기 시작한 점도 업황 전망의 긍정적 요인이다.
다만 글로벌 수요가 커진 탱커 발주를 대규모 생산능력을 보유한 중국이 장악하면서 한국의 관련 선박 수주 실적은 약세로 돌아선 상황이다. 한편 최근 미 해군의 유지·보수·정비(MRO) 초과수요가 나타나면서 한국 조선업계에 긍정적인 시그널로 작용하고 있다.
자동차는 공급망 불안정, 세일즈 방식 전환(소규모·온라인), 첨단기술과의 융합(커넥티드카·자율주행), 전기차 전환 등으로 시장의 변동 요인이 산재해 있다. 이 중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자동차 산업 트렌드는 내연기관에서 전기로의 동력 시스템 전환이다.
이차전지는 전기차,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선박 등 다양한 수요 발생으로 시장의 성장이 지속되는 가운데 성장 폭은 다소 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작년 한국의 이차전지 시장 점유율은 23.1%로, 큰 내수 시장을 가지고 있는 중국의 점유율(66.8%)에 상당히 뒤처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석유화학·제품은 중장기적으로 호조세를 보이겠지만, 하반기에는 초과공급으로 부진했던 업황의 완만한 개선이 기대된다. 석유화학은 중국의 수요침체와 설비 확장이 실적 부진의 주된 원인이었던 만큼 중국 정부의 경기부양 정책 성과가 향후 업종실적 회복의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건설 부문은 하반기에 극적으로 반등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측된다. 누적된 고금리·고물가의 여파로 전반적인 건설경기가 침체하면서 개별 사업의 수익성은 악화하고 있다. 특히 주택시장의 수요 부진에 따라 지역별 양극화가 격화되는 점이 핵심적인 위기 요인으로 지목된다.
다만 해외 건설 수주는 주요 업체를 중심으로 양호한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하반기도 통상적인 건설업 침체기와 마찬가지로 우량업체 중심의 시장재편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