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6월 28일(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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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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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불붙은 IBK기업은행 ‘부산 이전’...실현 가능성은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6.24 15:38

국민의힘, 수출입·기업은행·예보 부산이전 법안 발의
중소·벤처기업, 수도권 밀집...기업은행 현장지원 용이

지방 이전시 지방은행 경쟁력도 고사, 중기지원 ‘차질’
국책은행 유일 상장사...배임 등 소송전 비화 우려도

기업은행 본점.

▲IBK기업은행 본점.

여당에서 KDB산업은행뿐만 아니라 IBK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예금보험공사의 본점을 부산으로 이전하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되면서 한동안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기업은행의 본점 이전이 22대 국회에서 주요 이슈로 떠오를 전망이다. 그간 정치권에서는 산업은행뿐만 아니라 기업은행도 대구, 부산 등 지방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었는데, 22대 국회에서 법안이 발의됨에 따라 해당 이슈가 다시 공론화되는 모습이다.


다만 기업은행의 경우 중소기업 대출의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집중됐기 때문에 지방으로 이전하면 국내 중소기업들이 금융지원, 자금 조달 등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나 기업은행은 국책은행이면서도 시중은행과 동일한 영업형태를 갖고 있는데, 본점을 옮기면 부산은행 등 지방은행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의힘 이성권 의원은 한국수출입은행, 중소기업은행, 예금보험공사의 본점을 부산에 두는 내용의 '국토 균형발전 및 부산 금융 거점화 패키지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산업은행뿐만 아니라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예금보험공사를 부산으로 이전해 금융 중심지로 국제적 위상을 높여야 한다는 취지다. 정부가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한 산업은행의 본사를 부산으로 이전하는데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는 가운데 해당 법안이 나온 것이다.


중소기업은행법 제4조 1항은 중소기업은행의 본점을 서울특별시에 둔다고 규정하고 있다. 기업은행의 본점을 부산으로 이전하려면 제4조 1항을 개정해야 한다. 이성권 의원은 “국내 최대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의 부산 이전은 지역별 특화를 고려한 공공기관의 고른 지역별 분배와 지역 간 격차 해소를 통해 달성하려는 지역균형발전 취지에도 부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권에서는 기업은행의 본점 이전에 대해 반대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우선 기업은행은 3월 말 기준 전국 지점 594곳 가운데 401곳(서울, 인천, 경기도 합산)이 수도권에 위치해 있다. 중소기업,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현장 지원을 실시하기 위해서는 중소기업, 벤처기업이 밀집된 수도권에 지점을 두는 것이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실제 국내 중소기업 대출에서 수도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60% 이상이고, 벤처기업은 65%에 달한다.




특히나 기업은행은 다른 국책은행과 달리 시중은행과 동일한 영업형태를 보유하면서 시중은행과도 경쟁해야 하는 특수한 상황에 놓여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은행을 지방으로 이전하면 부산은행, 경남은행, 광주은행 등 지방은행과 경쟁을 벌이면서 오히려 지방은행을 고사시키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업은행은 시중은행의 대출을 뺏고 빼앗기는 식으로 영업이 이뤄지는데, 기업은행 본점을 이전한다고 해서 국토 균형발전에 얼마나 도움이 될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기업은행이 국책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상장사라는 점도 변수다. 기업은행 주주 구성을 보면 최대주주인 기획재정부가 작년 말 기준 기업은행 지분 59.5%를 보유 중이고,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도 각각 7.2%, 1.8%의 지분을 갖고 있다. 소액주주 비중은 27.8% 수준이다.


만일 정부가 기업은행의 본점 이전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기업은행 주가가 급락할 경우 주주들로부터 정부의 배임 소지가 제기될 수 있다. 배임 이슈는 소송전으로도 비화될 수 있기 때문에 사전에 주주들 동의를 구하는 것부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기업은행이 본점을 이전하기 위해서는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또 다른 관계자는 “영국 런던, 미국 뉴욕 등 해외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금융 산업이 갖고 있는 집적효과를 누리기 위해서는 금융사들이 한 지역에 모여있어야 한다"며 “금융의 외교부 역할을 하는 수출입은행, 해외채권 발행량이 가장 많은 산업은행에 이어 중소기업 현장 지원을 우선적으로 수행하는 기업은행마저 본점을 부산으로 이전하는 것은 사실상 (정부가) 중소기업 지원을 하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이제 막 여당에서 법안만 발의됐고,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도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정부가 기업은행의 본점 이전에 얼마나 드라이브를 걸 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야당에서도 금융 공공기관의 부산 이전을 두고 지역구마다 의견이 달라 신중한 분위기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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