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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효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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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이태원 조작설, 文 태도로 이룰 것 없어”...前 국회의장 ‘폭로’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6.27 21:08
김진표 전 국회의장 회고록

▲제21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을 지내고 퇴임한 김진표 전 의장이 50여년간 정치인과 공무원으로 생활하며 겪은 일을 정리한 회고록 '대한민국은 무엇을 축적해왔는가'.교보문고 홈페이지 캡처/연합뉴스

27일 공개된 김진표 전 국회의장의 회고록 '대한민국은 무엇을 축적해왔는가'에 전·현직 대통령에 대한 통렬한 비판이 담겨 화제다.


김 전 의장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선 '이태원 참사 조작설'을 언급했다고 폭로했다.


이태원 참사가 일어났던 지난 2022년 김 전 의장은 12월 5일 그랜드인터컨티넨탈 서울파르나스에서 열린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해 윤 대통령과 독대했다고 한다.


김 전 의장은 참사 대응 주무 부처 장관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물러나지 않으면 헌정사상 첫 준예산이 편성되는 상황까지 올 것을 우려했다.


야당이 해임건의안을 제출한 상황에서 2023년도 예산안 처리가 영향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김 전 의장은 책에서 “재난안전관리기본법에는 국가와 지방단체가 국민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책무를 지고 사고 예방 노력을 하게 돼 있다"며 “대통령에게 '이 장관이 정치적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하는 게 옳다'고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이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야만 여야가 극한 대립으로 치닫는 것을 막을 뿐 아니라 장관 본인 앞날을 위해서도 바람직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김 전 의장은 “윤 대통령이 '그 말이 다 맞으나 이태원 참사에 관해 지금 강한 의심이 가는 게 있어 아무래도 결정을 못 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김 전 의장은 특히 “그게 무엇인지 물었더니 '이 사고가 특정 세력에 의해 유도되고 조작된 사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고 폭로했다.


그는 윤 대통령이 “'그럴 경우 이 장관을 물러나게 하면 그것은 억울한 일'이라는 얘기를 이어갔다"고 했다.


김 전 의장은 “나는 속으로 깜짝 놀랐다"며 “극우 유튜버의 방송에서 나오는 음모론적인 말이 대통령의 입에서 술술 나온다는 것을 믿기가 힘들었다"고 떠올렸다.


이어 “윤 대통령 의구심이 얼마나 진심이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상당히 위험한 반응이었다"며 “'그런 방송은 보지 마십시오'라고 말하고 싶은 생각이 굴뚝 같았지만, 꾹 참았다"고 했다.


김 전 의장은 “이 장관은 유임됐지만, 우여곡절 끝에 예산안은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겨우 통과됐다"며 “이 일은 내가 윤석열 정부의 앞날을 가늠하게 된 첫 지표가 됐다"라고도 적었다.


김 전 의장은 자당 출신인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다.


김 전 의장은 문 전 대통령이 “법과 제도에 의해 절차적으로 완벽하게 완성된 세상 안에서 행동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주장과 행동 기저에 논리적 결함이 없었기에 타협도 양보도 없었지만, 정치에서 이런 태도로 이룰 수 있는 것은 없다"고 꼬집었다.


김 전 의장은 “'문 전 대통령이 법조인의 원칙이 아닌 정치인의 결단을 내렸다면 어땠을까' 하는 순간이 여러 차례 있었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그는 '조국 사태'에도 “문 전 대통령이 빨리 대응했다면 조국 개인에게도 낫지 않았을까"라고 돌아봤다.


또 윤 대통령이 문재인 정부 검찰총장 시절 추미애 법무부 전 장관과 겪었던 갈등을 거론하며 “둘 다 해임하거나 윤석열 당시 총장만이라도 해임했다면 상황이 달라지지 않았겠나"라고 했다.


김 전 의장은 특히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해 “부동산을 이념적으로 접근, 노무현 정권과 똑같은 실수를 저질렀다"며 “정책적 패착"이라고 강조했다.


김 전 의장은 이에 “인재풀이 비슷하게 겹칠 때부터 예고된 수순이었다"고 짚었다.


그는 “현실 처방을 해온 기획재정부를 뒤로한 채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대표되는 시민사회단체 출신이 국토교통부를 지휘하면서 부동산 정책을 이념적으로 다뤘다"고 비판했다.


김 전 의장은 “당시 정책의 큰 방향은 집값 상승으로 인한 소득을 환수하고, 조세를 강화해 수요를 억제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이는 현실과 동떨어진 처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집값 상승 원인이 서울 아파트 공급 부족이라는 사실을 외면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김 전 의장은 “부동산 정책의 실패는 선거 결과로 나타났다"며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졌고, 대선까지 져서 부동산으로 정권을 두 번 뺏겼다"고 말했다.


한편, 대통령실은 김 전 의장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대변인실 명의 공지에서 “국회의장을 지내신 분이 국가조찬기도회에서 대통령에게 독대를 요청해 나누었던 이야기를 멋대로 왜곡해 세상에 알리는 것은 개탄스러운 일"이라고 주장했다.


대통령실은 “대통령은 당시 참사 수습 및 예방을 위한 관계 기관 회의가 열릴 때마다 언론에서 제기된 다양한 의혹을 전부 조사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통령은 사고 당시 119 신고 내용까지 다 공개하도록 지시한 바 있으며, 최근에는 이태원특별법을 과감하게 수용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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