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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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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재 SK하이닉스 부사장 “HBM 성공 비결, ‘성능·품질·시장 대응력’”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6.30 11:30

“현 위상 지키고 강화하려면 지속적 혁신 필수”
“CXL·PIM·3D D램 분야서 새로운 기회 창출”

SK하이닉스 HBM설계 담당 박명재 부사장

▲HBM설계 담당 박명재 SK하이닉스 부사장 사진=SK하이닉스 제공

“2010년대 중후반 HBM설계 조직은 공공연히 오지로 불렸고, 시장 성장이 예상보다 더뎌 비관론이 쏟아졌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HBM이 SK하이닉스 고유의 기술력을 보여줄 기회이며, 최고의 제품만 개발하면 이를 활용할 서비스는 자연스레 생길 것이라고 확신했고, 이것이 HBM2E를 비롯해 후속 제품들의 개발을 밀고 나가는 원동력이 됐습니다." (박명재 SK하이닉스 부사장)


SK하이닉스는 지난 3월부터 최고성능 5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인 HBM3E를 양산하고, 차세대 제품인 HBM4의 양산 시점을 내년으로 앞당기면서 '글로벌 넘버 원 AI 메모리 프로바이더'의 입지를 굳건히 다지고 있다.


HBM이 본격적으로 세상에 알려진 건 생성형 AI가 기술 업계 판도를 흔들기 시작한 2~3년 전부터다. 그러다 보니 SK하이닉스 HBM을 두고 '벼락 성공'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사실 회사가 이 분야 정상에 오른 배경에는 최고의 기술진이 15년 이상 HBM 연구·개발에 집중하며 갈고 닦은 고유의 기술력이 자리 잡고 있다.


SK하이닉스의 HBM이 처음 세상에 나온 건 2013년 12월의 일이다. 그보다 앞선 2009년, 고성능 메모리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내다본 회사는 D램 칩에 수천 개의 미세 구멍을 뚫어 상하층 칩의 구멍을 수직 관통하는 전극으로 연결하는 TSV(Through Silicon Via) 기술에 주목했고, 4년 여의 개발 끝에 2013년 세계 최초로 이에 기반한 1세대 HBM을 내놓는다.


하지만 SK하이닉스가 HBM으로 주목받기까지는 이후로도 많이 세월이 흘러야 했다. 2010년대에는 당시로선 '필요 이상으로' 속도가 빠르고 용량이 큰 HBM을 받아들일 만큼 컴퓨팅 시장이 성숙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러다 보니 회사가 2세대 제품인 HBM2를 개발하는 데 난항을 겪었던 시기에는 HBM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박명재 부사장은 당시를 '위기 속에서 기회를 발견한 시기'라고 표현했다.




SK하이닉스의 HBM 개발 연혁

▲SK하이닉스의 HBM 개발 연혁. 사진=SK하이닉스 제공

박명재 부사장은 이 과정에서 '성공의 키(Key)는 고객과 시장이 요구하는 것보다 월등히 높은 수준의 1등 성능을 확보하는 것'이라는 교훈을 얻었다. 그리고 이를 위해 절치부심하며 HBM2E 개발에 나섰다고 회상했다.


2020년대 초반, 시장에서는 메모리 업체 간 HBM3 주도권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결과는 예상 밖으로 흘러갔다. 공격적인 기술 개발과 투자를 지속해 온 SK하이닉스가 1위 굳히기에 성공한 것이다.


박 부사장은 “기술력은 물론, 고객 관계·품질 측면에서도 혁신을 시도했다"며 “마침내 압도적인 성능과 특성을 앞세운 HBM3로 높은 시장 점유율을 확보했고, HBM 1위의 지위를 확실히 인정받게 됐다"고 말했다.


이후 'HBM 성공신화'는 거침없이 이어졌다. 회사는 세계 최고 용량 12단 HBM3를 개발한 지 4개월 만인 2023년 8월 HBM3E를 공개하며 제품이 시장에 나오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했다.


박 부사장 HBM 사업 성공의 비결이 '성능·품질·시장 대응력'에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구성원 모두가 자만에 빠지지 않고 원 팀(One Team)이 돼 기술 혁신에 매진해 온 것도 큰 역할을 했다고 박 부사장은 말했다.


그는 “세대를 거듭하며 성능은 50% 높이고 전력 소모는 기존 수준을 유지하고자 노력했다"며 “불가능에 가까워 보였지만 패키지와 미래기술연구원 등 많은 조직이 힘을 보태면서 해낼 수 있었고, 그 결과 HBM3E가 빛을 보게 됐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현재 위상을 지키고 강화하려면 지속적인 혁신이 필수"라며 “특히 HBM이 커스텀 제품으로 다양해짐에 따라 앞으로 고객 및 파운드리 업계와의 협업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고, 트렌드에 발맞추며 흔들림 없이 달려 나가고자 한다"고 부연했다.


박 부사장은 “HBM뿐 아니라 CXL·PIM·3D D램 등 다양한 AI 메모리 기술이 앞으로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것"이라며 HBM 외의 차세대 AI 기술에 대한 자신감과 함께 미래 포부를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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