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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첩첩산중’ 저축은행...충당금 부담에 여수신 100조원도 ‘아슬’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7.03 15:09

여수신 잔액 감소세 지속...1년 전보다 11조↓
리스크관리 강화, 영업위축 영향

금융당국, 부동산PF 재구조화-정리 유도
저축은행 추가 손실인식 불가피

다중채무자 충당금 적립의무 유예 유력시
적자 지속에도 자본건전성 개선 긍정적

저축은행.

▲상호저축은행의 수신(예금)잔액은 4월 현재 102조9747억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114조6159억원) 대비 11조6412억원 감소했다

올해 1분기 1500억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한 저축은행이 좀처럼 침체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연착륙 대책을 시행함에 따라 저축은행의 추가적인 충당금 적립이 불가피해진 가운데 최근에는 중금리대출 금리상한선이 기존 17.5%에서 17.25%로 낮아졌다. 다만 국제결제은행(BIS) 비율은 법정 기준을 큰 폭으로 상회하고 있고, 유동성 비율도 안정적인 만큼 경기가 반등할 경우 저축은행 업황도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3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상호저축은행의 수신(예금)잔액은 4월 현재 102조9747억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114조6159억원) 대비 11조6412억원 감소했다.


저축은행 수신 잔액은 지난해 9월 117조8504억원에서 10월 115조2311억원, 11월 110조7858억원 등으로 계속해서 감소세다. 여신(대출)잔액은 4월 현재 100조7456억원으로 1년 전(112조879억원)보다 11조3423억원 줄었다. 저축은행이 리스크 관리 강화 차원에서 보수적으로 여신을 취급했고, 신규 영업이 위축되면서 총여신규모가 줄어든 것으로 해석된다. 여신규모가 줄어들면서 신규 자금을 유치할 필요성이 크지 않아 수신 잔액도 동반 감소했다.


이 가운데 올해 하반기부터 신용 하위 50%인 개인대출자를 위한 제도인 민간 중금리대출 상한선이 조정됨에 따라 저축은행 수익성에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해졌다. 금융위원회는 조달금리 변동 폭을 반영해 7월부터 12월까지 저축은행의 중금리대출 금리 상한을 기존 17.5%에서 17.25%로 낮췄다. 쉽게 말해 저축은행의 중금리대출 금리 취급 폭이 축소된 것이다. 민간 중금리대출은 신용 하위 50%인 개인대출자를 위한 제도다.


충당금 적립에 대한 부담도 계속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사업장의 만기연장, 이자유예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협약을 개정해 무분별한 만기연장, 이자유예를 제한하고 있다. 향후 부동산 PF 재구조화, 정리가 가속화되면서 각 저축은행별로 추가적인 대손충당금 적립, 손실인식, 자본 확충 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당국은 과도한 충당금 적립을 막기 위해 당초 이달부터 시행 예정이었던 다중채무자 대출에 대한 대손충당금 추가 적립 의무를 유예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부터 가계대출 차주의 금융회사 이용 수에 따라 충당금을 추가로 적립하도록 의무화할 방침이었는데, 이를 연기한다는 것이다. 통상 저축은행이 분기 말에 충당금을 적립하는 점을 고려해 9월 쯤 구체적인 내용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나이스신용평가

▲저축은행 업계 전반적으로 수익성 하방 압력이 지속됐지만, 선제적인 자본확충과 위험가중자산 관리를 진행함에 따라 BIS자본비율이 개선됐다. (자료=나이스신용평가)

나이스신용평가는 최근 보고서에서 “부동산 PF 사업장 손실 규모는 브릿지론, 중·후순위 등 고위험 부동산 PF 비중에 따라 개별 회사별로 차별화돼서 나타날 전망"이라며 “이러한 손실 규모는 대체로 기적립 대손충당금 규모를 상회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저축은행 업황 부진이 지속되면서 신용등급도 하향 조정되고 있다. 올해 들어 신용등급이나 등급 전망이 하향 조정된 저축은행은 16곳에 달한다. 일례로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달 말 고금리, 부동산 시장 위축, 경기 회복 지연 등을 고려해 키움저축은행과 OSB저축은행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한 바 있다.


다만 저축은행 업계에서는 저축은행의 기초체력이 양호한 만큼 경기가 회복되면 업계 분위기도 다시금 살아날 것으로 보고 있다. 1분기 저축은행 79곳의 BIS 비율은 14.69%로 법정 기준(자산 1조원 이상 8%, 1조원 미만 7%) 대비 약 2배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유동성비율은 227.27%로 법정 기준(100%)을 상회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은 "충당금 규모가 커지고 적자 폭이 확대되면 저축은행을 둘러싼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극단적으로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현상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업계에서도 시장 분위기를 주시할 수밖에 없다“며 "유동성 비율을 충분히 유지하고 건전성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주력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저축은행은 예적금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고 퇴직연금 유동성도 크지 않기 때문에 신용등급 하락이 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다만 신용등급이 투기등급(BB)으로 떨어지면 신규 퇴직연금 자금을 유지하는데 지장이 있을 수 있어 시장에서 우려가 나오는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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