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열리는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국내 소비자물가 흐름은 다소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시점의 불확실성이 커 시장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란 예상이다.
시장에서는 4분기에는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데, 인하 시점이 내년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8일 채권시장 전문가들은 오는 11일 개최되는 한은 금통위에서 기준금리가 현 3.5%로 만장일치 동결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 경우 지난해 2월 이후 12차례 연속 동결이다. 물가는 2%대의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불확실성이 아직 남아있는 데다 미국의 금리 인하 단행 시점을 지켜봐야 한다는 점이 금리 결정의 변수로 꼽힌다.
통계청에 따르면 6월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2.4%를 기록했다. 4월 2.9%, 5월 2.7%에 이어 3개월 연속 2%대를 기록했다. 한은의 물가 목표치(2%)에 수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물가 불확실성은 남아있다는 판단이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 연준의 금리 동결 기조에 따른 달러 강세 속에 원/달러 환율이 높게 유지되고 있는 점은 국내 물가에 상방 압력을 높일 수 있다"고 했다. 이어 “7~8월 여름철에는 농산물 가격 변동성이 커질 수 있는 계절적 요인이 존재한다"며 “점차 수요 부진에 따라 근원 물가의 둔화 기조가 확인되고 있지만, 여름철 계절 변수로 인한 공급 측 요인의 물가 상방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 추가적으로 물가 데이터를 확인하면서 금리 인하를 평가해도 늦지 않다고 본다"고 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도 불분명하다. 시장에서는 미국이 오는 9월에 금리 인하를 시작해, 연말까지 두 차례 금리를 낮출 수 있다는 예상을 내놓고 있는데 지난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들은 올해 한 차례 금리 인하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과 FOMC 위원들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둔화를 확신할 수 있어야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현재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바라보는 고환율이 이어지고 있어 한국이 미국보다 선제적으로 기준금리를 낮출 가능성은 낮다고 시장 관계자들은 전망한다. 미 연준이 9월 기준금리를 인하할 경우 이르면 10월이나 11월에 한은이 기준금리 인하에 돌입할 것이란 예상이다. 단 국내 상황을 보자면 금리 인하를 시작할 경우 주택 가격이 반등하고 가계대출이 상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남아 있다.
이정욱 KB증권 연구원은 “4월 총선 이후 국내 부동산 거래량이 증가하고 있고 대출 금리도 하락하면서 부동산 가격 회복, 가계대출 증가가 나타나고 있다"며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이미 기준금리를 하회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은이 빠르게 금리를 인하하면 가계대출은 더 빠르게 상승할 리스크가 존재한다"고 했다.
실제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가계대출은 지난 6월 한 달 새 5조3000억원 규모가 늘어난 데 이어 이달 들어 나흘 만에 2조원 넘게 불었다. 6월 가계대출 증가 폭은 2021년 7월 6조2000억원 늘어난 이후 2년 11개월 만에 가장 컸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기준금리 변화 상황에 따라 국내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내년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는 예상도 내놓는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시기가 예상보다 늦어지거나 국내 물가·가계부채 상황 등이 좋지 않으면 한은이 올해는 시장 상황을 지켜본 후 내년에야 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