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이엔지에 대한 신용평가사와 증권사의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신평사는 신성이엔지의 전방산업자 관련 구조적인 문제를 바탕으로 접근하는 반면, 증권사는 단기적인 수주 기대감에 주목했다.
지난 10일 한기평은 신성이엔지의 본평가를 진행한 결과, 'BB-/안정적'으로 공시했다. 이는 투기등급이다. BB 등급은 최소한의 채무상환능력은 인정되나, 장래의 안정성면에서는 투기적 요소가 내포돼 있을 때 부여한다.
하지만 증권사 리포트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지난 9일 다올투자증권은 '화창한 인프라 사이클', 키움증권은 3일 '기대되는 하반기 수주 모멘텀' 등 제목만 보더라도 긍정적인 내용임을 유추할 수 있는 보고서가 발간됐다.
큰 틀에서 볼 때 증권사와 신평사 전망은 거의 일치한다. 주력 사업 부문인 클린환경사업 부문은 성장이 예상되고, 재생에너지 부문은 장기 불황 중인 국내 재생에너지 시장의 업황을 고려, 회복의 시일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양 측의 차이는 접근 방식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신평사는 신성이엔지의 열위한 전방교섭력을 지적했다. 교섭력이란 가격 협상할 때 우위를 점할 수 있는지, 회사가 어려울 경우 상대에게 어려움을 전가할 수 있는지 등을 함축시킨 용어다.
신성이엔지는 클린환경 부문과 재생에너지 부문을 영위하고 있는데 주 사업부문은 클린환경 부문이다. 지난 1분기 기준 매출의 93.54% 이상이 클린환경 부문에서 발생했다. 클린환경 부문은 반도체, 평판디스플레이 관련 제조공간에 공기청정도를 제어하는 장비를 생산·설치 및 이차전지 생산시설의 드라이룸, 하이브리드제습기 등의 설치 공사를 주로 영위한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등은 국내 주요 산업으로 대기업들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즉, 대기업과의 협상력에서 우위를 확보하지 못한다면 업종별 업황 변동에 그대로 노출될 수 있음을 함의한다. 공기청정 장비나 제습기 등은 공장 증설이 진행되야 매출이 발생한다.
지난해와 올해가 대표적인 경우다. 지난해에는 반도체 업황이 좋지 않은 탓에 반도체 신·증설 투자가 이연됐다. 반면 올해는 반도체 업황이 개선되며 그간 이연됐던 투자가 순차적으로 집행되고 있다.
또한 수익률 제고에 한계를 보일 수 있다. 하현수 한기평 연구원은 “업계 전반의 높은 경쟁강도 및 낮은 교섭력으로 큰 폭의 영업현금창출력 개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증권사들은 성장 기대감을 반영 중이다. 주로 수주 기대감을 언급하고 있다. 권명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올 하반기에는 삼성전자 평택4공장의 지연되었던 투자가 진행될 것"이라면서 “내년에도 삼성전자 평택5공장 프로젝트, SK하이닉스의 용인클러스터, 마이크론 관련 투자, OLED 공장 관련 투자, 2차전지 관련 투자 등이 기대된다"고 관측했다.
고영민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에는 삼성전자, 테일러, SK하이닉스 등 지난 2년간 미뤄진 인프라 투자 싸이클이 진행되면서 실적 모멘텀이 부각될 수 있는 환경이다"고 말했다.
지속적인 성장 측면에서도 양 측의 예상은 상이하다. 다올투자증권과 키움증권 그리고 유안타증권 모두 매년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키움증권의 경우 2026년 영업이익은 지난해 영업이익의 10배가 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반면 신평사는 신성이엔지의 실적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가능성을 그리 높게 보진 않는 모습이다. 하 연구원은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전방산업 시황변동과 주요 업체들의 자본적 지출(Capex) 집행 계획에 따른 구조적인 수주 및 실적변동성 상존한다"고 설명했다.
그간 신성이엔이의 매출액 추이를 보더라도 퐁당퐁당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짝수해에는 매출액이 늘고, 홀수해에는 매출이 줄었다. 홀수해에 매출이 줄어든 이유는 공통적으로 매출 이연 및 역기저효과다. 그리고 홀수해를 뒤집으면 짝수해의 성장을 설명할 수 있다. 홀수해에 이연된 매출이 실현되고 이연에 따른 기저효과가 짝수해에는 성장 요인으로 작용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신평사는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증권사는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그러니 신평사와 증권사 리포트를 모두 활용한다면 회사의 실체를 아는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