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최저 연 2%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은행들은 가계대출 속도 조절을 위해 가산금리를 높이고 있지만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등 시장금리가 떨어지면서 금리 인상 효과가 크지 않은 모습이다. 하반기에는 기준금리 인하도 예고돼 있어 은행권의 금리 하락 분위기는 더욱 짙어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은행권을 대상으로 가계대출 종합 점검을 실시하며 대출 조이기에 나섰다.
16일 은행권에 따르면 이날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주담대 혼합·주기형(고정) 금리는 연 2.89~5.64%로 나타났다. 은행들이 이달 들어 가산금리를 높이며 대출 금리 인상에 나섰지만 효과가 크지 않은 모습이다.
앞서 하나은행은 지난 1일 주담대 감면 금리 폭을 최대 0.2%포인트(p) 축소했다. 감면 금리가 축소되면 대출 금리는 그만큼 높아진다. 국민은행은 이달 3일부터 주담대 가산금리를 0.13%p 높였다. 우리은행은 지난 12일 주기형 주담대 금리를 0.1%p, 신한은행은 지난 15일 0.05%p 각각 인상했다. 하지만 최저 금리가 연 2%대 수준에 머물면서 금리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았다.
이날 은행권의 변동형 주담대 금리도 하락했다. 전날 코픽스가 하락하면서 변동금리에 영향을 줬기 때문이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6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3.52%로 전월 대비 0.04%p 낮아졌다. 잔액 기준 코픽스는 3.73%로 0.01%p, 신잔액기준 코픽스는 3.17%로 0.03%p 각각 떨어졌다.
이에 따라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의 신규 코픽스 기준 주담대 변동금리가 하락하면서 이날 기준 5대 은행의 신규 코픽스 주담대 변동금리는 연 3.76~6.55%로 나타났다.
주담대 금리가 떨어지면서 수요가 늘어나며 가계대출 증가를 이끌고 있다. 지난 11일 기준 5대 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554조264억원으로 지난달 말(552조1526억원) 이후 약 열흘 만에 1조8738억원 늘었다. 상반기만 보면 주담대는 22조2604억원(4.2%) 증가했다. 상반기 신용대출 잔액은 감소했지만 주담대 증가세에 따라 지난달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08조5723억원으로, 상반기 동안 16조1629억원(2.3%) 늘었다.
가계대출이 급증하자 금감원은 전날부터 5대 은행과 카카오뱅크에 대한 가계대출 현장점검에 들어갔다. 은행들이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등 대출 규정을 제대로 지키고 있는지 집중적으로 들여다본다는 것이다. 카카오뱅크를 제외한 인터넷은행과 지방은행 등에 대해서는 서면검사를 실시한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조이기에 발벗고 나섰지만 가계대출 증가 속도를 제어할 수 있을 지는 회의적이란 반응이 나온다. 하반기에는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도 나오고 있어 시장금리 하락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전날 기준 혼합형 주담대 금리의 기준이 되는 은행채 5년물(무보증·AAA) 금리는 연 3.347%까지 낮아졌다. 연초(연 3.820%) 대비 크게 하락했을 뿐만 아니라 이달 초(연 3.490%)와 비교해서도 낮아졌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시장금리가 하락하면 은행이 가산금리를 높여 대출 조절에 나서는 것도 한계가 있다"며 “주담대 금리가 떨어지면 대출 부담이 줄어들어 대출 수요가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