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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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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배號 제주항공, 또 다시 이스타항공 M&A 나설까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7.21 12:35

같은 737 기종 운용·깔끔한 재무 구조, 분명한 장점

티웨이, 중장거리 여객기 도입에 고려 대상 아닐 듯

2022년 6월 7일 서울 강서구 외발산동 소재 메이필드 호텔에서 취임 2주년 기념 출입 기자 간담회에서 발언 중인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이사(사장). 사진=

▲2022년 6월 7일 서울 강서구 외발산동 소재 메이필드 호텔에서 취임 2주년 기념 출입 기자 간담회에서 발언 중인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이사(사장). 사진=박규빈 기자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이사(사장)가 시장 환경 변화에 따른 대응을 시사했다. 필요한 경우 인수·합병(M&A)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어느 경쟁사를 염두에 두고 있는지와 그 가능성에 대해 관심이 모아진다.


21일 제주항공에 따르면 김 대표는 최근 CEO 메시지를 통해 “항공 산업 구조 변화와 관련, 다양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며 “항공사의 재무적 투자자(FI)로 나선 사모 펀드(PE)들은 언젠가 투자금을 회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그 시점을 알 수는 없지만 향후 M&A 기회가 왔을 때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M&A에 대한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필요 시 적극 뛰어들겠다는 것으로 해석 가능한 부분이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김 대표 발언의 요지는 통합 진에어와 PE들의 엑시트에 따른 시장 재편에 대비해 기존 사업 모델을 강화하자는 것"이라며 “적기에 적극 나서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간 기업 결합은 9부 능선을 넘어감에 따라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이후 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이 '통합 진에어'로 거듭나면 기재 반납이 없다는 가정 하에 58대를 보유한 저비용 항공사(LCC) 업계 1위로 단숨에 올라서게 된다.




현재 제주항공은 737-8 등 고효율 신 기재를 들여오고 있지만 항공기 제작사 보잉의 사정 탓에 원활한 수급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현 시점 총 41대로 경쟁 우위에서 통합 진에어에 밀리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때문에 김 대표의 발언은 통합 진에어의 급성장을 의식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가능하다.


아시아나항공 재무본부장 출신인 김 대표는 평소 비용 절감에 따른 경영 효율화를 추구해왔다. 그런 만큼 평소의 경영 방식이나 기질을 고려하면 제주항공이 보유한 737 계열 기종을 보유한 항공사를 염두에 두고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국내 LCC 중 737 계열 여객기를 운용하는 항공사는 제주항공과 진에어 중심으로 뭉칠 회사들을 제외하면 티웨이항공과 이스타항공으로 압축된다.


티웨이항공은 회사 규모가 인수하기에 부담스러울 정도로 급격히 커졌다. 비즈니스 모델 변경에 따라 중장거리 여객기인 A330을 들여왔다는 것도 단거리·기재 통일을 추구하는 김 대표의 경영 기조와 맞지 않는다.


또 최근에는 소노인터내셔널이 최대 주주인 예림당과 지분율이 크게 차이 나지 않을 정도로 티웨이항공 2대 주주 반열에 올라서 경영권 분쟁의 소지도 있을 것으로 보여 굳이 관심을 가질 이유가 없을 것이라는 평이다.


인천국제공항에 주기 중인 이스타항공·제주항공 여객기들. 사진=박규빈 기자

▲인천국제공항에 주기 중인 이스타항공·제주항공 여객기들. 사진=박규빈 기자

한편 4년 전 인수 시도를 했다가 포기했던 이스타항공의 경우 매력적인 매물로 인식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전 기재가 737-8이나 737-800 등 제주항공의 보유 기종과 동일하고, 과거 재무 부실을 모두 털어내 빚 없는 '뉴 이스타항공'으로 거듭나서다.


VIG 파트너스가 지분 100%를 갖고 있어 깔끔한 지분 구조를 갖추고 있는 것도 장점이다.


항공업계의 한 관계자는 “과거사가 있어 M&A 재시도에 나선다면 논란의 여지가 있기는 하겠지만 현 시점에서 가장 유력한 것은 이스타항공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에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제주항공의 M&A와 관련, 내부적으로 전혀 검토 또는 거론되고 있지 않다"며 “김 대표 역시 역시 당사를 염두에 두고 발언한 것으로 여기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또 VIG 파트너스 역시 3~5년 가량 경영을 이어갈 방침이어서 당장 매각할 방침은 아니라는 게 업계 전언이다.


한편 한계점도 뚜렷하다. 모기업인 AK홀딩스를 위시한 AK그룹은 재무 상태가 좋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실상 그룹의 '소년 가장'인 제주항공이 M&A의 주역이 돼야 하는 셈이다.


올해 1분기 기준 제주항공이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과 단기 금융 상품의 총합은 4018억원이다. 이스타항공의 재무 건전성이 확실하고 사세도 꾸준히 커지고 있어 업계 추산 가치는 3000억~4000억원에 이른다.


때문에 이스타항공을 염두에 두되 당장 적극 행동에 나서기에는 다소 무리가 따르지 않겠느냐는 시각도 있어 향후 제주항공 김 대표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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