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가상자산거래소들이 예치금 이용료율(이자)을 연 2%대로 책정했다. 시중은행의 파킹통장(수시입출금식예금)과 비슷하거나 더 높은 수준이다.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자 거래소들은 예상보다도 높은 이자를 내걸면서 승부수를 던졌다. 단 조금 더 높은 이자를 받기 위해 은행 등에서 거래소로 자금이 이동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전망된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9일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에 맞춰 가상자산거래소들은 예치금 이용료율을 최종적으로 결정했다.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에 따르면 가상자산 이용자의 예치금은 공신력 있는 관리기관인 은행이 보관하고, 가상자산사업자는 이용자에게 이자 성격의 예치금 이용료를 지급해야 한다. 예치금을 보관하고 있는 은행이 가상자산거래소에 예치금 이용료를 지급하면 거래소가 이를 이용자에게 이자 형식으로 돌려줘야 하는 의무가 생긴 것이다.
업계 1위 가상자산거래소인 업비트는 예치금 이용료율을 연 2.1%로 책정했다. 당초 업비트는 이용료율을 연 1.3%로 결정했다가 연 2.1%로 높였다. 업계 2위인 빗썸이 연 2.0%로 공시하자 이용료율을 조정한 것인데, 이후 빗썸도 연 2.2%로 수정하며 이용료율을 더 인상했다. 업비트는 케이뱅크와, 빗썸은 NH농협은행과 각각 제휴를 맺고 있다.
신한은행과 제휴를 맺고 있는 코빗은 연 2.5%의 이용료율을 지급하기로 했다. 고팍스는 연 1.3%, 코인원은 연 1.0%로 각각 책정했다. 고팍스의 제휴 은행은 전북은행, 코인원은 제휴 은행은 카카오뱅크다.
당초 예치금 이용료율은 연 1% 수준으로 결정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용료율이 고객 확보의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며 거래소들이 승부수를 던졌다는 분석이다. 거래소별 올해 1분기 기준 예치금 규모를 보면 업비트가 6조3222억원으로 가장 많다. 이어 빗썸 1조6389억원, 코인원 1128억원, 코빗 564억원, 고팍스 41억원 규모다.
연 2%대 이용료율은 시중은행의 파킹통장과 비슷하거나 더 높은 수준이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 파킹통장 기본금리는 연 0.1%에 우대금리를 받을 경우 1~3%대 수준까지 높아진다. 단 우대금리를 받기 위한 조건이 까다롭고, 한도가 제한돼 있는 경우가 많아 최고 금리를 다 받기는 쉽지 않다.
거래소가 연 2%대의 파격 이자를 내걸었지만 은행 등 다른 금융기관의 자금이 거래소로 이동할 가능성은 낮다는 예상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가상자산 투자를 하지 않는 고객이 이자를 받기 위해 가상자산 계좌를 새로 만들지는 의문"이라며 “이미 가상자산을 투자하고 있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예치금은 제휴 은행들이 운용하게 되는데, 운용수익률이 약속한 이자보다 높아야 이익이 생기지만 운용수익률은 변동이 생길 수 있다"며 “거래소가 최고 연 2.5%까지 이자를 약속한 것은 시장 확대 의지가 그만큼 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