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9월 07일(토)
에너지경제 포토

박규빈

kevinpark@ekn.kr

박규빈기자 기사모음




“칭찬은 못해줄망정”…국토부, 발권 장애 LCC 3사 소명 요구 논란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7.24 15:00

“새벽 4시까지 전원 투입”…“기분 나빠 세종 못 온다면 입장 확인”

“책임자 소환 응당한 조치…문책성 처분 안돼”

크라우드스트라이크발 전산 장애의 여파로 제주국제공항 내 카운터가 탑승객들로 북적거리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크라우드스트라이크발 전산 장애의 여파로 제주국제공항 내 카운터가 탑승객들로 북적거리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국내 3개 저비용항공사(LCC)들이 전산 마비로 인한 발권 장애·수속 지연 사태를 겪은 가운데 당국의 후속조치가 도마 위에 올랐다. LCC들은 소비자 피해 최소화를 위해 밤샘작업을 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는데 국토교통부는 오히려 이들을 질책하며 무리한 대면보고를 요구했다는 이유에서다.


24일 본지 취재에 따르면 국토부 항공산업과는 전날 제주항공·이스타항공·에어프레미아에 '발권 시스템 장애 관련 후속 조치 요청'이라는 제목의 이메일을 보냈다.


지난 19일 마이크로소프트(MS) 윈도우상에서 실행되는 사이버 보안 기업 크라우드스트라이크의 기업용 안티 바이러스 소프트웨어(EDR) '팰컨 센서'의 오류로 전세계적 전산망 마비·서비스 장애가 발생한 데 따른 것이다.


국토부는 “갑작스런 발권 시스템 장애에 관해 각 항공사들의 대응 조치 등 제반 상황 등을 확인하고, 유사 상황 발생 시 조치 사항을 재정립하고자 한다"고 통지했다.


그러면서 사건 발생 당일 오후 1시50분부터 2시10분 사이에 3사가 시스템 오류를 감지한 것으로 보이나 당국에 보고하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삼았다. 자신들이 상황을 역으로 확인해 알게됐다며 본부장 내지는 실장급 인사가 항공산업과장에게 대면 설명하라고 지시했다. 자체 매뉴얼 상 유사시 통보·보고 체계 이상 여부를 점검한다는 이유에서다.




제주항공·이스타항공·에어프레미아에 △19~21일 사이 항공사 차원에서 장애를 확인하고 대응한 시간대별 경위 △항공사에서 확인한 장애 원인·해결 방안 △백업 시스템 미사용 사유·향후 가용 방안 △장애 발생 당시 이용자 대상 안내 사항·특이 민원 등 대처 내용 △예상되는 소비자 피해·대처 방안 △항공사 자체적으로 검토한 미흡점·개선 방안 등을 주문했다.


사실상 해명 내지는 소명을 요구한 것이다. 이메일에는 “시기는 가능한 빠를 수록 좋고, (세종 국토부 청사에) 방문 가능한 일정 2~3개를 미리 알려주면 확정해 회신하겠다"는 내용도 담겼다.


국토교통부가 발권 시스템 장애를 겪은 항공사들에 통지한 이메일 내용. 사진=독자 제공

▲국토교통부가 발권 시스템 장애를 겪은 항공사들에 통지한 이메일 내용. 사진=독자 제공

이에 각 항공사들은 울분을 토해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우리는 MS 클라우드 서비스를 기반으로 항공권 예약·발권 지원 업무를 처리하는 승객 서비스 시스템 '나비테어(Navitare)' 고객사임과 동시에 피해자"라며 “국토부가 복구 과정에서 지원해준 건 아무 것도 없으면서 때리기만 하면 능사냐"고 비판했다.


그는 “본사 직원 모두를 공항 현장에 파견해 새벽 4시까지 수기 발권해 임무를 완수한 마당에 국토부 관계자는 지연 운항편과 피해를 본 승객이 얼마나 되는지를 물었다"며 “공무원 집단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지만 너무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 같아 섭섭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이건 나비테어나 모회사 아마데우스, MS가 생각할 문제인데 칭찬은 커녕 도리어 우리가 되치기를 당할 이유가 무엇이냐"며 “갖은 고생은 다 하고 욕은 욕대로 먹었다"고 덧붙였다.


다른 관계자는 “에어캐나다·에어아시아·세부퍼시피·홍콩익스프레스 등 외항사들은 결항 처리하고 마는데 우리는 어떻게든 책임감을 갖고 최선을 다해 비행기를 띄웠다"며 “세종까지 가서 보고하라니 기가 찬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시스템 오류를 감안해도 수기 발권 등 수속 진행은 원활히 이뤄진 편"이리고 반발했다.


해당 항공사들은 당국의 지시를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절대 갑'인 국토부를 의식해 몸을 사리는 분위기다.


국토부 항공산업과 관계자는 “비상 상황에 대응하는 내부 절차가 분명 있을텐데 어떻게 상황이 전개됐는지를 파악하는 것은 당국으로서 당연히 해야 하는 조치"라고 해명했다. 이어 “항공사 직원 개개인의 불만에 대해 일일이 대응할 수는 없지만 이게 기분 나쁘고 번거로워 세종으로 못 오겠다는 게 해당 회사들의 공식 입장이라면 확인 절차를 거치겠다"고 덧붙였다.


황호원 한국항공대학교 항공우주정책대학원장은 “책임자 소환과 보고는 주무 부처가 취할 수 있는 조치"라면서도 “부당하거나 문책성 처분이 뒤따르면 안되며, 합당한 수준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