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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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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드릴, 베이비, 드릴”...美 에너지업계는 ‘시큰둥’?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7.24 11:28

트럼프, 에너지 규제 완화 공언…“가격 낮추겠다”

석유 업계, 코로나19 여파로 재무구조 개선과 주주환원에 초점

글로벌 원유시장은 이미 과잉공급…일각선 석유 수요 촉진 관측

Election 2024 Trump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사진=AP/연합)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드릴, 베이비, 드릴'(Drill, baby, drill) 구호를 반복적으로 언급하면서 화석연료 산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공언했다. 석유·가스 시추 등 에너지 개발에 대한 제한을 완전히 풀어 에너지 가격을 낮추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이같은 계획이 에너지 생산 확대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24일 블룸버그통신은 '드릴, 베이비, 드릴'이란 메시지가 공화당 내에선 강하게 울러 퍼지고 있지만 이는 에너지 생산량을 극적으로 늘리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는 석유 업계의 현실을 무시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18일 공화당 전당대회의 대선 후보 수락 연설에서 “금리와 에너지 비용을 낮춰 파괴적인 인플레이션 위기를 즉각 끝내겠다"며 취임 첫날부터 '드릴, 베이비, 드릴'을 시행해 에너지 가격을 낮추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또 지난 16일 공개된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석유를 '액체 금'(liquid gold)으로 표현하면서 “우리는 그 누구보다 많은 액체 금을 갖고 있어 에너지 비용을 급격히 낮출 수 있다"고도 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에너지 가격 급락을 경험한 적이 있기에 무분별한 유전 개발을 위해 돈을 쓰는 것보다 주주환원을 강화하고 재무구조 개선에 초점을 두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 석유공룡인 엑손 모빌, 셰브론에 이어 쉘, 토탈에너지, BP 등 '빅오일'은 지난해 배당금과 자사주 매입에 1138억달러를 지출했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인데 올해는 작년보다 더 많은 배당급을 지급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클리어뷰 에너지 파트너스의 케빈 북 이사는 “규제가 완화되면 시추가 더 늘어나리나는 구상이지만 이를 따를 기업들이 있을지가 불분명하다"며 “(추가 시추 여부는) 글로벌 원유 수요공급 균형과 투자자들의 수요에 더 좌우된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 사태 이후 '드릴, 베이비, 드릴' 구호는 수익성에 초점을 둔 석유 업계의 '언, 베이비, 언'(Earn, baby, earn) 기조에 맞서고 있다고 지적했다.



Emissions Settlement Marathon Oil

▲미 원유시추기(사진=AP/연합)

심지어 미국의 원유생산량은 화석연료 산업에 엄격한 조 바이든 행정부의 출범에도 매년 증가세를 보여왔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2020년 미국의 원유생산량은 코로나19 여파로 2019년 대비 10% 가까이 하락한 하루 1131만8000 배럴로 집계됐다. 2021년에는 하루 1126만8000배럴로 더 떨어졌지만 다음해인 2022년에는 1191만1000배럴로 반등하더니 작년엔 1292만7000배럴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현재 글로벌 원유시장에서는 공급이 넘쳐난 상황이어서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국제유가 부양을 위해 감산 정책을 이어가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미국에서의 화석연료 업황 전망 또한 부정적이다. 미국의 석유시추 업체인 할리버튼은 최근 2분기 실적발표를 통해 올해 미국에서의 매출이 전년 대비 6~8%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상황에 트럼프 전 대통령의 '드릴, 베이비, 드릴' 기조로 미국에서의 원유 생산량이 확대되면 국제유가는 공급 확대의 영향으로 더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도 “지속가능성에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23일(현지시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9월물 선물가격은 배럴당 76.96달러로 4거래일 연속 하락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 6월 7일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며, 지난 4거래일간 하락률은 7.11%에 달한다.


다만 일각에선 트럼프 전 대통령이 구호처럼 시추를 더 늘리는 것보다 석유 수요를 촉진시키는 방향에 집중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하이트 캐피털 마켓의 벤자민 살리스버리 리서치 디렉터는 “트럼프가 되돌릴만한 시추 제한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전기자동차 인센티브와 연비 기준 등이 재검토되면서 수요 측면에서 변화가 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당선시 취임 첫날부터 '전기차 의무화'를 폐지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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