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지주가 우리투자증권을 공식 출범시키고 계열사로 편입함에 따라 동양생명, ABL생명 인수 검토에 더욱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우리금융은 M&A와 관련해 과도한 지출은 물론 유상증자를 통한 추가 자본조달도 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은 상태다.
우리금융이 올해 말까지 제시한 보통주자본비율이 12.2%인 점을 고려하면 결국 최대 2조원선에서 동양생명, ABL생명을 인수할 것이라는데 무게가 실린다. 이 회사는 이미 보통주자본비율 구간에 따라 총주주환원율을 점진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힌 만큼 이를 저해하지 않는 선에서 전략적으로 가격 협상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다.
임종룡 회장 “우리투자증권, 명품 증권사로 도약"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우리투자증권 출범식에서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우리투자증권 임직원들에게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임 회장은 “우리투자증권 출범으로 그룹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큰 진전을 이뤘고, 명실상부한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할 수 있게 됐다"며 “지극한 정성으로 흙을 빚고 굽고 깨기를 수백 번 거듭해야 탄생하는 국보급 도자기처럼 임직원들이 혼신을 다해 명품 증권사로 도약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우리투자증권은 우리종합금융과 한국포스증권 간에 합병법인이다. 우리금융은 한국포스증권을 인수하지 않고 직접 합병을 통해 증권업에 진출하며 자금부담을 최소화했다. 이렇게 비축한 자금은 현재 실사 중인 동양생명, ABL생명을 인수하는데 투입할 것으로 관측된다.
보험사 인수 자금여력 1.8조...동양·ABL생명 인수가는 얼마
시장의 관심사는 과연 우리금융지주가 동양생명, ABL생명 인수에 얼마를 투입할지다. 우리금융은 보험사 인수에 약 1조8000억원의 자금여력이 있다고 공언했다. 즉 1조8000억원은 보통주자본비율(CET1)에 영향을 주지 않는 가장 최적의 금액대인 셈이다. 우리금융이 제시한 올해 보통주자본비율 목표치는 12.2%로, 6월 말 비율과 큰 차이는 없다. 우리금융은 보통주자본비율 11.5~12.5% 구간에서는 총주주환원율을 최대 35%로, 자본비율 12.5~13%에서는 총주주환원율을 40%까지 확대하겠다고 제시했다.
즉 자본비율 12.2~12.5%가 기준선인 만큼 보험사 인수에 3조원대를 투입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시장의 분석이다. 만일 패키지 인수에 3조원을 투입하게 되면 우리금융이 제시한 자본비율, 총주주환원율에 영향을 미치고, 시장에서도 보험사 인수에 비싼 가격을 지불했다는 인식이 강해질 수 있다.
결국 우리금융이 추가적인 증자를 단행하지 않고, 자본비율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인수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동양생명, ABL생명 패키지 인수에 쓰일 자금은 2조원대로 좁혀진다. 우리금융은 보험사 인수시 염가매수차익이 발생하면 유상증자를 단행하지 않고도 M&A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동양생명-ABL생명, 인수매력도 동양생명 높아
나아가 시장에서는 ABL생명보다 동양생명의 매력도가 더 크다는 관측도 나온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ABL생명의 일반계정 개인보험 보험료수입을 보면 동양생명은 3월말 현재 보험료수입 8673억원 가운데 보장성보험이 6654억원으로 저축성보험(2020억원)보다 많다. 반면 ABL생명은 일반계정 개인보험 보험료수입(7777억원) 가운데 보장성보험(2614억원)보다 저축성보험(5162억원)이 압도적이다.
작년부터 도입된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에서는 저축성보험보다 보장성보험이 보험계약마진(CSM)을 확보하는데 유리하다. 또한 1분기 말 신지급여력제도(K-ICS) 비율을 보면 동양생명이 174.7%로 금융당국 권고치(150%)를 상회한다. ABL생명은 경과조치 적용 후 160.6%, 경과조치 적용 전 K-ICS 비율은 114.3%에 불과하다. 우리금융이 두 회사를 인수하면 ABL생명에 자금 투입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ABL생명은 포트폴리오가 변액보험, 저축보험 중심이고 K-ICS 비율도 여유가 많지 않아 (우리금융 입장에서) 자본 투입이 요구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우리금융이 동양생명을 접촉하는 과정에서 ABL생명까지 인수하는 조건으로 가격 협상에 나서지 않겠나"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