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투자업계 혹한기가 지속되면서 스타트업들의 자금줄이 마르고 있다. 여력이 부족한 스타트업은 고용마저 줄이는 형국이다.
그나마 초기 라운드 기업들의 고용률이 높은 상황이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초기 라운드 투자가 크게 감소하고 있어 이마저 위태롭다.
7일 벤처투자정보업체 더브이씨(THEVC) 보고서에 따르면, 국민연금 데이터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올해 6월까지 투자 유치 이력이 있는 국내 스타트업 및 중소기업 입사자 수는 4만 5348명으로 집계됐다.
반면에 퇴사자 수는 4만 5452명으로 퇴사자 수가 입사자 수보다 104명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더브이씨가 해당 데이터를 수집한 2016년 이후 퇴사자 수가 입사자수를 넘어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같은 흐름은 스타트업 자금줄이 막히기 시작한 지난 2022년 하반기부터 두드러졌다.
지난해 투자 유치 이력이 있는 한국 스타트업 및 중소기업 입사자 수는 9만 2808명으로 전년대비 19.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퇴사자 수는 9만 2676명으로 전년대비 8.4% 늘어났다. 2021년 입사자 수 10만 845명, 퇴사자 수 6만 8324명이었던 상황과 큰 차이를 보였다.
스타트업 고용 감소는 벤처투자 시장의 혹한기와 무관치 않다. 스타트업 투자 시장의 침체로 허리띠를 졸라매기 시작한 스타트업들이 신규 채용 규모를 대폭 줄이면서 나타난 현상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더 큰 문제는 그나마 스타트업 일자리 비중이 컸던 초기 라운드 기업들의 올해 상반기 상황이 여의치 않다는 점이다.
투자 라운드를 △초기라운드(시드~시리즈A) △중기 라운드(시리즈 B~C) △후기 라운드(시리즈 D~)로 구분했을 때, 스타트업 전체 일자리의 약 50%를 초기 라운드 기업들이 담당해 왔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 초기라운드 투자 건수와 투자 금액은 전년대비 각각 37.2%와 28.7%씩 감소해 전체 라운드 중 가장 큰 폭의 감소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국내 전체 스타트업 및 중소기업 대상 투자 건수는 497건으로 전년대비 32% 하락했고, 투자금액도 2조 6461억원으로 전년대비 19.5% 줄었다.
업계에선 투자시장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투자 심리가 상대적으로 안정성이 높은 후기 라운드 스타트업으로 몰리고 있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투자 시장에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해 이제 막 시작하는 초기 스타트업의 경우 시장 상황이 더 열악해졌다는 설명이다. 업계에 따르면, 스타트업 전체 투자금의 80%는 상위 20% 기업에 집중된 실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런 추세가 지속될 경우 전체 고용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초기 라운드 기업들의 고용규모 축소 역시 불가피할 것"이라며 “실제 초기 라운드 기업들의 고용인원 올해 2분기부터 전년동기대비 마이너스로 돌아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