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개인사업자 대출로 뛰어들고 있다. 가계대출 확대에 제약이 있어 시중은행들이 기업대출로 눈을 돌리고 있는 데다, 금융당국의 포용금융에 부응하기 위해 iM뱅크, 제4인터넷전문은행 컨소시엄이 개인사업자 대출에 힘을 싣고 있다. 여기에 인터넷은행 리더인 카카오뱅크도 개인사업자 대출 확대를 선언했다. 개인사업자 대출 시장을 두고 은행 경쟁이 치열해진 가운데, 어려움으로 꼽히는 건전성 관리가 핵심 과제로 여겨지고 있다.
11일 은행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지난 7일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개인사업자 대출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당국의 가계대출 확대 억제 기조에 주택담보대출을 늘리는 데 어려움이 있어 개인사업자 대출을 통해 대출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김석 카카오뱅크 최고운영책임자(COO)는 “개인사업자 대출 시장 규모는 450조원이나 되는 큰 시장"이라며 “먼저 시작된 신용대출과 보증 대출을 통해 카카오뱅크는 내년까지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을 순증 기준 1조원, 말잔 기준으로 2조원의 포트폴리오를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4월 지방자치단체에서 대출 이자의 일부를 지원하는 이차보전 상품을 출시했는데, 내년까지 커버리지 비율을 현재 31%에서 80%로 확대할 예정이다. 또 카카오뱅크는 내년에 개인사업자 담보대출과 1억원 초과 신용대출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카카오뱅크도 개인사업자 대출 확대를 선포하면서 개인사업자 대출 시장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개인사업자 대출 부문은 건전성 관리의 어려움 등으로 은행들이 크게 확대하지 못하는 시장이었다. 그러나 최근 가계대출 성장이 막히고 금융당국의 포용금융 방침에 따라 은행들이 개인사업자 대출로 눈을 돌리고 있다. 시중은행에서는 KB국민은행이 지난 5일 카드 가맹대금을 받는 가맹점주를 위한 개인사업자 전용 신용대출 상품인 'KB사장님+ 마이너스통장'을 출시했다. 대출 한도는 최대 1억원이다. 기존에는 사업기간이 1년이 지나야 개인사업자 신용대출을 신청할 수 있었지만, 3개월 연속 카드매출이 발생한 가맹점주 누구나 신청할 수 있도록 기준을 완화했다.
지난 5월 시중은행으로 전환한 iM뱅크와 제4인터넷은행 컨소시엄도 개인사업자 대출 확대의 영업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iM뱅크는 지방은행을 영위하며 축적한 중소기업 금융 노하우를 살려 중소기업에 찾아가는 관계형 금융 서비스를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유뱅크, KCD뱅크, 더존뱅크, 소소뱅크 등 제4인터넷은행을 준비하는 컨소시엄 4곳은 기존의 인터넷은행과 다른 사업 포트폴리오로 소상공인 특화 은행을 내세우면서 인가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단 개인사업자 대출이 건전성에 취약하기 때문에 앞으로 건전성 관리를 어떻게 할 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기준 국내 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은 0.69%로, 1년 전(0.45%) 대비 0.24%포인트(p) 상승했다. 2014년 11월 0.72%를 기록한 후 9년 6개월 만에 최고치다. 중저신용자를 포함한 소상공인·개인사업자 대출을 운영하고 있는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토스뱅크 등 인터넷은행 3곳의 1분기 말 기준 기업대출 평균 연체율은 1.62%로, 전년 동기 대비 1.31%p나 높아졌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개인사업자 대출은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시중은행에서도 보수적으로 실행하던 부문"이라며 “개인사업자 대출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신용평가모형 고도화 등을 통해 건전성 관리를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