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공회의소가 첨단산업 분야 기업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국가전략기술 투자세액공제액을 현금으로 환급해주는 '직접환급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1일 대한상의는 한국배터리산업협회,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한국바이오협회와 공동으로 국가전략기술 세액공제를 받고 있는 첨단산업 분야 기업 100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80%가 직접환급제 도입이 기업의 자금 사정이나 투자 이행 또는 확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응답했다고 밝혔다.
현행 조세특례제한법상 국가전략기술 세액공제는 사업화 시설 투자액에 대해 대기업·중견기업은 15%, 중소기업은 25%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법인세 공제 방식으로만 이루어지고 있어, 대규모 초기 투자가 필요하거나 업황 변동이 심한 첨단산업 기업들에게는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되어 왔다.
조사 결과, 응답 기업의 38%는 현행 법인세 공제 방식에 대해 “세액공제분 실현이 즉각 이뤄지지 못해 적기 투자에 차질을 빚는 등 제도의 실효성이 미흡하다"고 답했다. 반면 62%는 “납부 법인세가 공제액보다 크거나, 미공제액은 10년 내 이월 가능하므로 큰 문제를 못 느낀다"고 응답했다.
세액공제액 이월 경험에 대해서는 응답 기업의 절반(50%)이 납부 법인세가 세액공제액보다 적어 이월한 경험이 있다고 밝혔으며, 51%는 올해도 세액공제 이월이 예상된다고 응답했다. 특히 대기업의 경우 90.9%가 이월 경험이 있다고 답해, 투자 규모가 클수록 현행 제도의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기업 규모별로는 중견기업 33.3%, 중소기업 54%가 이월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올해 예상 이월 가능성에 대해서도 대기업의 81.8%가 이월을 전망했으며, 중소기업 60%, 중견기업 30.8%가 이월을 예상한다고 응답했다.
이에 대해 대한상의는 “법인세 감면을 못 받게 될 경우 세액공제액을 10년간 이월할 수 있지만, 대규모 투자를 적기 집행해야 하는 첨단산업 특성상 세액공제 수혜를 즉각 받게 하는 것이 정책 효과 측면에서 더 바람직하다"며 “주요국 사례를 참고해 빠른 시일 내에 직접환급 제도가 시행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 프랑스, 캐나다 등 주요국들은 이미 첨단기업의 투자세액공제액을 현금으로 직접 환급해주는 제도를 시행 중이거나 도입을 앞두고 있다. 미국은 2022년 8월부터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통해 배터리, 태양광 등의 제조 시설 투자액의 최대 30%를 세액공제액 전액 현금으로 지급하거나 제3자 양도를 허용하고 있다.
프랑스는 2024년 3월부터 녹색산업 투자세액공제를 통해 태양광, 풍력, 이차전지 등 친환경 사업 생산설비 투자액의 20%~45%를 법인세 상쇄 후 초과된 세액공제액을 현금으로 지급한다. 캐나다 역시 2024년 6월부터 청정기술 도입 및 운영 자본 투자액의 최대 30%에 대해 현금 환급을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정부가 국가전략기술 세제지원 확대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현행 법인세 공제 방식은 성장 가속화와 글로벌 시장 선점을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자할수록 혜택이 제한되는 아이러니가 존재한다는 게 업계의 평"이라며 “다이렉트 페이 도입을 통해 기업들이 즉각 세액공제 효과를 누리고 이를 적시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도록 국회와 정부가 적극 나서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현재 국회에는 '다이렉트 페이' 도입을 위한 '조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법률안(김상훈 의원 대표발의, 2024년 7월)'이 계류되어 있어, 향후 법안 처리 결과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