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기관 국감에서 송전망 확충, 송전제약 최소화 등 현안 지적
송전선 활용도 향상, 발전공기업 구매 일원화로 SMP 완화 요구
업계·전문가 “체코원전 정쟁 속에서 위원장이 중심 잡고 현안 챙겨"
이철규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장이 '체코 원전' 정쟁으로 허비하던 에너지공기업 국정감사에서 '송전제약', '송전망 확충'이라는 당면과제 해결을 촉구해 에너지업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이철규 위원장은 14일 전남 나주에서 열린 한전, 한수원 등 전력기관 대상 국정감사에서 수년전부터 전국적으로 심화하고 있는 송전제약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송전예비율을 낮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김동철 한전 사장에게 “송전제약이 전국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한전과 발전사는 물론 국민부담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한전은 지난 2011년 블랙아웃 사고로 감사원이 한전에 요구한 대책이라는 이유로 송전망의 절반만 사용하고 있다"며 “모든 회선이 한번에 단선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50%는 지나친 조치이다. 송전제약 상황을 감안해 송전율을 75% 정도로 상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전망 확충이 각종 민원과 한전의 재무구조 악화로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현재 보유하고 있는 자원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김 사장은 “전기연구원, 한전 전력연구원, 전기학회 등에 문의한 결과 국제적으로 통용하고 있는 기준"이라고 답변했다.
이에 이 위원장은 “345kV의 경우 4개 회선이 있는데 모두 잘못되는 경우는 없지 않나"라며 “해외 규정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자체적으로 축적한 기술력, 노하우 등을 활용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재차 지적했다.
이 위원장의 지적과 함께 김동철 사장은 이날 업무보고와 감사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 통과를 위한 국회의 협조를 요청했다.
실제 송전망 부족 문제는 원자력, 석탄화력, 재생에너지 등 에너지원을 막론한 전력시장의 최대 난제로 꼽힌다. 늘어나는 발전설비를 감당하지 못해 발전소들이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는 상황에 처해있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를 비롯해 한전은 지난 21대 국회에서부터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 통과를 위해 총력을 다했으나 여야의 정쟁 속에 무산됐다. 22대 국회가 출범한 지 반년이 지났고 국정감사에서 이 사안이 구체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기대됐으나 산자위 국감은 시작과 함께 '체코 원전', '대왕고래(동해안 유전)' 이슈가 정쟁화되면서 또다시 뒷전으로 밀려난 모양새다.
김 사장은 이날 국정감사에서도 '전력망특별법' 통과를 촉구하며 “신규 원자력 발전의 적기 계통 접속, 확대되는 재생에너지 발전력 수용 등 국가에너지 믹스의 이행을 위해서는 전력망의 대폭 확충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특히,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등 첨단산업 신규투자의 성공은 장거리 송전망 신설을 포함한 수도권 대규모 전력공급이 핵심이다. 특단의 대책도 고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핵심 기간망 구축 지연 시 발전소 가동제한 등으로 인한 전력수급 불안정 증대 및 사업자들의 수익악화로 전력산업 생태계 위축이 전망된다"며 “24시간 안정적 전력공급이 필요한 철강ㆍ석유화학 등의 국내 핵심제품 생산지에 계통불안정으로 정전 발생 시 최소 수십억의 피해 발생이 우려되는 등 전력산업 생태계 및 국가산업 전반에 악영향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최근 준공된 동해안의 석탄화력발전소도 기존 원자력발전소가 많은 상황에서 계획대로 송전망이 확충되지 않아 절반 정도만 가동되고 있다. 송전망 부족과 이로 인한 출력 제어 사태는 에너지원을 가리지 않고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날 국정감사를 지켜본 에너지업계 한 관계자는 “여야 의원들이 무의미한 체코원전 공방만 일삼아 답답했는데 위원장이 시급한 현안을 챙기는 모습이 보여 그나마 다행"이라며 “다만 이를 담당해야 하는 한전은 대규모 적자로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정부와 한전이 수행하지 못할 경우 민간에라도 맡기는 등 정치권에서 특단의 대책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이철규 위원장은 이날 한전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산하 발전자회사들의 비효율적인 경쟁체제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발전자회사들이 석탄, LNG 등 원료를 수입할 때 같은 시기여도 자회사별 가격편차가 큰 상황"이라며 “이는 전력도매가격(SMP)이 높아지는 결과로 이어져 한전과 국민부담이 커지는 원인이 되고 있다. 자회사의 독립성을 존중하는 차원과 별개로 원료가격을 낮추기 위해 한전에서 조치를 취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질의했다.
이에 김동철 사장은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이후 발전자회사들은 개별적으로 공공기관으로 지정이 돼 있고 경영평가도 받고 있기 때문에 상호간 경쟁이 강해지고 있는 측면도 있다"며 “경쟁을 통해서 성과가 나기도 하지만 비협조로 인한 비효율도 해소해야하기 때문에 심도있는 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