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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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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e+ 삶의 질] 35년간 이른둥이·중증신생아 2만명 ‘생존 기적’ 만들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12.08 16:20

1989년 개원 서울아산병원, 국내 최대 신생아 중환자실 성과

매년 1.5㎏미만 이른둥이 130명 포함 800명 환아 집중 치료

신생아과 ·소아심장과 전문의 13명 협력진료, 간호진 120명

서울아산병원 신생아중환자실에서 이병섭 교수(가운데)가 인큐베이터에 있는 아이를 진료하고 있다. 사진=서울아산병원

▲서울아산병원 신생아중환자실에서 이병섭 교수(가운데)가 인큐베이터에 있는 아이를 진료하고 있다. 사진=서울아산병원

엄매 뱃 속에서 24주 6일만에 체중 288g, 키 23.5㎝의 초극소 저체중 미숙아로 태어난 아기가 153일 간의 신생아 집중치료를 마치고 건강하게 퇴원했다. 1.03㎏으로 태어났지만 생후 5개월에 3.4㎏까지 성장해 '국내 최소 체중' 간이식에 성공한 아이도 있다.


그 누구도 생존을 장담할 수 없던 작은 생명들이 서울아산병원 신생아중환자실(NICU)에서 기적을 만들어냈다. 전문 의료진의 헌신적인 협력 진료와 최신 진료 시스템이 만들어낸 한 편의 의학드라마 같은 이야기들이 수없이 많다.


서울아산병원 어린이병원은 7일 “현재 국내 최대 규모인 62병상의 신생아중환자실을 운영 중이며, 1989년 개원 이후 35년 간 이른둥이와 선천성 기형을 가진 신생아 약 2만 명을 치료했다"고 밝혔다.


매년 서울아산병원 신생아중환자실에서는 출생체중 2.0㎏ 미만이며 35주 이전에 태어난 조산아 또는 수술 등 의학적 치료가 필요한 고위험 신생아 800명 이상이 생명을 이어가기 위한 집중 치료를 받고 있다.


1.0㎏ 미만 이른둥이 연간 약 60명, 생존율 85%

엄마의 뱃속에서 37주 이전에 태어난 아이들은 '일찍 태어난 아이'라는 의미의 '조산아'로 불린다. 과거에는 '미숙아'라는 용어가 사용되었으나, 최근에는 따뜻하고 긍정적인 표현인 '이른둥이'로 많이 부른다.




이른둥이 및 신생아 중환자는 작은 몸집과 미성숙한 생리적 상태 때문에 섬세한 접근이 필요하다. 혈관이 작아 주사나 수술이나 투약 과정이 훨씬 까다롭고, 성인에게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상황도 치명적일 수 있어 더욱 세심한 모니터링과 관리가 요구된다.


서울아산병원 신생아중환자실은 이른둥이의 생존율을 최대로 끌어올리며 국내 최고 수준의 의료를 제공하고 있다. 연평균 1.5㎏ 미만 이른둥이 약 130명이 치료를 받으며, 이들의 생존율은 90%를 웃돈다. 이 중 1.0㎏ 미만 이른둥이도 연평균 약 60명으로, 생존율 85%의 성과를 보이고 있다. 최근 5년간 35명의 500g 미만 이른둥이 중 23명이 생존하여 약 66%의 생존율을 기록했다. 세계적인 성적이며 국내 평균 생존율 35%를 크게 상회한다.


이른둥이뿐 아니라 선천성 질환을 가진 신생아도 서울아산병원 신생아중환자실의 큰 비중을 차지한다. 입원하는 신생아 중 약 48%는 선천성 심장병을 포함해 위장관 기형, 뇌 및 척수 이상 등 선천성 질환이나 희귀질환을 동반한 경우가 많아 고도의 전문적 치료가 요구된다.


서울아산병원에서 선천성 기형을 가진 신생아들이 많이 태어나는 이유는, 산부인과 태아치료센터를 통해 고위험 산모와 산전 기형 진단을 받은 임신부들이 집중적으로 전원되어 오기 때문이다. 이 병원의 산부인과는 태아 단계에서부터 선천성 심장병, 선천성 횡격막 탈장 등 중증 기형을 조기에 진단하고, 분만 후 즉각적인 치료를 제공할 수 있는 신생아과와 긴밀히 협력해 치료 성공률을 높이고 있다.


다학제 협진 시스템을 운영하는 신생아중환자실은 신생아과 및 소아심장과 전문의 13명, 전문간호사 4명을 포함한 120여 명의 간호사들이 근무한다. 또한 신생아중환자실에 상주하는 전담 약사, 전담 영양사, 모유관리인력이 중증 및 희귀질환 신생아에 적합한 맞춤 진료를 제공한다.


전담약사·영양사·모유관리인력 등 맞춤의료 제공

2018년에는 신생아과, 소아심장과, 소아심장외과, 소아외과가 함께 국내 최초로 신생아 체외막산소화술(ECMO) 전문팀을 운영하며 난치성 호흡부전 신생아를 치료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었다. 2023년에는 이른둥이, 발달 케어, 외과질환 등에 따라 1·2·3중환자실로 세분화하여 운영함으로써 맞춤형 신생아 치료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이병섭 신생아과 교수는 “출생체중 500g 미만의 이른둥이 생존율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린 것은 경험이 풍부한 간호팀을 비롯한 의료진의 노력과 전임 교수님들께서 기초를 놓은 다학제 협진의 성과"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고위험 신생아 치료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꾸준한 사회적 관심과 정책적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태성 어린이병원장은 “신생아중환자실은 단순히 생명을 연장하는 것을 넘어 이른둥이와 중증 신생아들이 건강히 성장할 수 있는 희망의 공간"이라며 “작고 연약한 생명들이 존중받고 건강한 미래를 맞을 수 있도록 세심하고 따뜻한 진료를 제공할 수 있게끔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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