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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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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K M&A 전략] 깊어지는 ‘이재용’ 넓어지는 ‘최태원’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6.12.22 14:06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연합


▲최태원 SK 회장이 최종건 SK그룹 창업주 43주기 추도식에 참석한 후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


올해 인수·합병(M&A) 분야에서 돋보였던 기업은 어디일까. 또 내년 M&A 시장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낼 재계 리더는 누구일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끄는 ‘삼성호(號)’와 최태원 SK그룹 회장로 꼽는데 이견이 없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10월 삼성전자 등기이사로 선임되면서 삼성그룹을 전면에 나선 후 11월 한 달 동안에만 하만, QD비전, 뉴넷 캐나다 등 3개 기업을 인수하는 등 올해 M&A건을 9개로 늘렸다. 그동안 해외 기업 인수에 인색했던 삼성전자가 올해 들어 공격적으로 M&A를 진행하며 전략이 바뀌었음을 보여줬다

이 부회장 못지않게 재계와 M&A 관계자들이 주목하고 있는 재계 리더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다. 최 회장은 최근 M&A 시장 매물로 나온 쌍용머티리얼과 대성산업가스 인수전에 참여하며 신성장동력 확보에 한창이다. 이에 앞서 SK는 올해 M&A 시장 대어 중 하나였던 동양매직을 품에 안기도 했다. 이들 2개 그룹 총수들의 인수합병 전략을 살펴본다. 

이재용의 삼성호와 최태원의 SK그룹이 M&A에는 거부감이 없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각기 다른 전략을 품고 있다. 삼성이 ‘선택과 집중’을 하고 있다면 SK는 M&A를 통해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최태원의 SK그룹은 M&A로 LG그룹까지 제치고 재계 서열 3위까지 올라왔다.


◇ 삼성, AST M&A 후 14년 간의 악몽을 IoT로 풀었다

그동안 삼성은 2010년까지 기술을 개발하고 제품을 제조해 판매하는데 집중했다. 특히 삼성전자가 지난 1995년 세계 PC업계 점유율 6위였던 미국 AST리서치를 3억7500만달러에 인수한 뒤 14년 동안 M&A 카드에 큰 관심을 갖지 않았다.

삼성전자가 M&A에 적극적으로 나선 시기는 2011년부터다. 삼성전자가 삼성광주전자를 흡수합병한 후 지난 22일까지 30여건의 M&A를 마무리했다. 삼성전자는 올해에만 데이코(북미 고급 가전), 비브(인공지능·AI), 하만(자동차 전자장치 부품) 등을 인수했는데 이 중 하만에만 9조3385억원을 베팅했다.

삼성이 최근 10년 동안 약 11조5000억원을 M&A에 투입한 것을 고려하면 하만에만 80% 이상을 쏟아 부은 것이다. 더욱이 삼성전자가 피아트클라이슬러 그룹 자회사인 마그네티 마렐리 인수에도 관심을 드러낸 만큼 삼성의 미래쇼핑은 현재진행형이다.

삼성은 그룹 차원에서 삼성테크윈·삼성탈레스·삼성종합화학·삼성토탈 등을 한화그룹에, 삼성정밀화학·삼성BP화학 등을 롯데에 매각하며 비주력 사업을 정리하기도 했다. 또한 삼성전자가 ASML·시게이트·램버스·샤프 등 약 1조원어치 해외기업 지분을 매각한데 이어 삼성전자 프린팅솔루션사업부를 휴렛팩커드(HP)에 매각하기 위해 사업군을 분할하기도 했다.

향후 삼성그룹의 사업전략에 따른 ‘이재용’의 선택이다. 삼성전자가 스마트싱스, 타이젠(OS) 등을 기반으로 스마트폰, 웨어러블뿐만 아니라 스마트홈에 포함되는 스마트TV, 냉장고 등을 만들고 스마트카에 장착되는 전장부문을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 공급할 수 있는 그림이다.


◇ M&A에 울고 웃는 SK, 에너지·바이오·반도체에 꽂혔다 

 반면 SK그룹은 그룹 주력인 SK텔레콤(구 한국이동통신), SK하이닉스(구 하이닉스), SK이노베이션(구 대한석유공사) 모두 M&A를 통해 확보됐을 만큼 거부감이 없다. SK커뮤니케이션즈 등 일부 M&A의 경우 실패를 맛봤지만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M&A에 대한 관심이 대단하다.

최 회장이 지난 2008년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 회의에서 "기회가 된다면 앞으로 적극적인 M&A에 나서겠다"고 밝힌 이후에도 기업 쇼핑에 열을 올렸다. SK그룹은 최근 7년 동안 약 5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일각에선 SK그룹이 30대 그룹 가운데 M&A 대전의 ‘승자’로 보고 있다. 최태원 회장이 품은 SK하이닉스는 5년 동안 M&A로 주인이 바뀐 기업들 중에서 3년 연속 가장 높은 실적을 달성했다. SK하이닉스는 작년 영업이익 5조765억원을 올렸는데 같은 기간 동안 2·3위인 현대건설(4780억원)과 현대엔지니어링(3788억원) 보다 10배 이상 더 많은 실적이다.  

이후 SK는 작년 OCI그룹으로부터 SK머티리얼즈(구 OCI머티리얼즈)를, 최근에는 SK네트웍스를 통해 SK매직(구 동양매직)을 인수하는 등 사업범위를 넓히고 있다. 

최태원 회장은 21일 단행한 임원인사를 통해서도 M&A의지를 보였다. 재계 한 관계자는 "SK에 장동현 SK(주) 사장을 비롯해 M&A 전문가가 많은 만큼 최 회장이 에너지, 바이오, 반도체 이외에도 M&A 카드를 선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이 M&A그룹까지 신설했다. SK에너지, SK종합화학, SK루브리컨츠 등 주요 계열사들이 개별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M&A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려는 목적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M&A 전문가인 박정호 사장을 SK텔레콤 CEO로 앉혔다.박 신임 CEO는 SK텔레콤에 재직 중 SK하이닉스 인수와 글로벌 사업 개발을 했다. SK그룹이 왜 그에게 SK텔레콤을 맡겼는지 엿보이는 부분이다. 일단 무산됐던 방송과 플랫폼 쪽 M&A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SK텔레콤은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위치기반서비스(LBS)에 주목을 하고 있다.



[에너지경제신문 이수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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