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 |
[에너지경제신문 이수일 기자] 삼성전자가 세계 최대의 전장업체인 하만(HARMAN) 인수에 중대 고비를 넘겼다. 하만이 지난 17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주주총회를 열고 삼성전자와의 합병안을 통과시키면서 미국, 중국 등 반독점규제 당국의 승인만 남게 됐다.
삼성전자는 오는 3분기까지 인수 작업을 완료할 계획이다. 현재 IT업계에선 불허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삼성전자가 이제 막 전장 분야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됐지만 삼성전자의 계획대로 큰 그림이 현실화 되고 있다는 것이다.
애초 삼성전자는 2014년 이후부터 M&A(인수합병) 키워드는 IoT(사물인터넷)에 초점을 맞춰왔다. 삼성전자가 스마트싱스(IoT), 루프페이(전자결제), 비브 랩스(AI), 하만(전장) 등을 통해 스마트폰, 웨어러블 등 소형 스마트 디바이스뿐만 아니라 스마트홈에 포함되는 스마트TV, 냉장고 등을 만들고 스마트카에 장착되는 전장부문을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 공급할 수 있는 큰 그림이 그려왔다.
이를 한데 묶어주는 매개체는 타이젠이다. 이성재 삼성전자 수석연구원은 작년 11월 중순 ‘삼성전자 오픈소스 컨퍼런스’에서 "타이젠은 작년(2015년) 초부터 IoT를 대표하는 운영체제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며 "타이젠에 마이크로소프트(MS)가 오픈소스로 공개한 개발 플랫폼 닷넷코어를 탑재한다"고 발표했다.
삼성전자의 각종 기기를 IoT와 AI로 묶으면 새로운 시장이 열려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다는 전략을 실행에 옮긴 것도 2020년 글로벌 IoT 시장규모가 2014년(6600억 달러) 보다 약 158% 늘어난 1조7000억 달러(가트너 기준)에 달하는 시장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문제는 이 부회장의 경영공백 기간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자동차용 반도체뿐만 아니라 차세대 TV 표준 등에 관심을 보이며 글로벌 IT 업체들과 경쟁을 벌이고 있다. 삼성의 지주회사 전환 문제, 미래전략실 해체 문제, 정기 인사 등 현안이 많은 편이다.
IT업계 한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모든 전략의 밑그림과 세부사항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삼성그룹의 실질적인 총수라는 점을 고려하면 대규모 투자나 향후 M&A, 신성장 먹거리 등에 있어선 삼성의 입장에선 경영공백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도 "이 부회장이 해왔던 미래사업 발굴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게 아쉽다"고 말할 정도로 최종 의사 결정이 미뤄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 부회장은 대법원 판결까지 7개월 동안 구치소에 머물 수 있으며 이 과정에서 최대 무기징역이 선고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삼성 측은 이 부회장의 경영공백 기간을 최대한 줄이기 위한 전략 마련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
현재 삼성 측은 이 부회장의 뇌물혐의를 인정할 수 없다며 정식 기소 시 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아내겠다며 결의를 다지고 있다. 삼성 관계자가 이 부회장의 뇌물혐의에 대해선 "재판에선 무죄 판결을 받겠다"고 밝힌 것도 작게는 이 부회장의 억울함을, 크게는 이 부회장의 경영공백 기간을 줄이기 위한 밑바탕이다.
IT업계 다른 관계자는 "총수는 결국 최종 의사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한 책임을 지는 자리"라며 "삼성이 전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그룹인 만큼 각종 현안과 자금집행 규모, 실패 뒤 따라오는 책임은 기업규모 만큼 크기 때문에 이 부회장 구하기 총력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