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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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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에너지 3020’, 관련 업계 환영속 실행엔 ‘물음표’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7.12.21 14:25

"재생에너지 산업·수출 활성화 기대…인허가·민원 등 문제 해결해야"
"자체 기술 개발, 재원마련, 기존 발전업계와 공생도 과제"
"지자체와 국민들의 적극 협력 없으면 성공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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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이 발표되자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업계는 환영한다는 분위기이지만, 아직 해결되지 않은 인허가나 주민 반대 등의 문제를 먼저 해결하는 게 더욱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사진은 재생에너지 3020의 핵심인 태양광발전소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업계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이 국내 재생에너지 산업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반기고 있다. 그러나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을 소규모로 했을 때도 큰 걸림돌로 작용했던 인허가와 지역 주민 반발 문제 등이 해결되지 않으면 정부가 계획한 대규모 발전사업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재생에너지 업계, "큰 호재는 분명하지만 제도 개선이 우선"


21일 태양광발전회사인 신성이엔지 한 관계자는 "이행계획이 국내 태양광산업 발전에 전반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라며 "우리에게는 확실한 호재"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계획대로 되려면 정부가 발표한 규제개혁과 입지 제공, 전력계통 연결 등의 문제가 유기적으로 속도감 있게 해결돼야 한다"면서 "민간 투자를 끌어내기 위한 세제혜택 등 유인책도 고려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풍력발전 기자재 제작사인 유니슨 한 관계자 역시 "풍력업계에는 당연히 호재이며 계획대로만 진행된다면 광활한 시장이 열리는 것"이라면서도 "다만 현재 추진중인 사업들도 인허가나 입지, 민원 등의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업계가 당장 피부로 느끼는 것은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이 관계자는 또 "현재 많은 설비가 가동이 안되고 있는데, 정부가 적극적으로 업계의 의견을 반영해 생산을 확대할 수 있도록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대규모 재생에너지 사업을 통해 경험과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면 수출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원전과 석탄화력과 달리 그동안 국내에는 대규모 재생에너지 사업이 없어서 업계가 해외 입찰에 필요한 트랙 레코드(실적)를 쌓지 못했기 때문이다.

재생에너지업계 한 관계자는 "풍력을 수출하려면 적어도 100기 이상의 트랙 레코드가 있어야 하는데 국내에서는 그런 실적을 쌓을 수 없었다"며 "중국은 우리보다 후발주자인데도 자국 실적이 많아 수출량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자국에서 100기를 대량 생산하는 해외 경쟁사와 국내에서 10기 미만을 생산하는 업체는 단가 경쟁에서 상대가 안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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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력업계에서도 정부의 계획대로 추진된다면 광활한 시장이 열릴 것으로 기대하는 동시에 추후 공청회를 통해 제도 개선 등 업계의 요구 사항이 반영되도록 힘쓴다는 계획이다. 사진은 국내에서 활발히 추진되고 있는 해상풍력발전소.


◇주민 반발, 자체 기술 개발, 재원마련 등 문제 해결해야

정부가 태양광과 풍력 발전소에 대한 주민 등의 반발을 잠재우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LNG 민간발전사 관계자는 "재생에너지 확대는 전체적인 글로벌 추세를 따라가는 것으로 정부 목표가 과하지는 않다"면서도 "인허가와 주민 민원 문제를 우선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 관계자는 "정부가 하려는 48.7GW는 엄청난 양이라서 투자비와 부지 확보, 주민 민원 등의 문제가 훨씬 많아질 수밖에 없다"며 "태양광이나 풍력을 산지나 저수지, 혹은 해상에 설치할 경우 환경단체와 어민 등의 반발이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급 확대 못지 않게 자체 기술개발이 중요한 데 이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발전 공기업 한 고위관계자는 "재생에너지 보급확대가 중요한 게 아니라 기술개발이 중요하다"며 "국내 기술개발이 선행되지 않은 채 보급에만 치중하면 중국 태양광 업체들만 부자 만들어 주지 우리나라는 건설과 운영밖에 안 남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재생에너지가 비싸지만 확대해야 하는 당위성은 국내기술력 향상이며, 이를 위해서는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재원 마련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발전업계 한 관계자는 "A라는 산업에서 재원이 마련돼 B라는 산업이 흥하면 국민들은 B산업에 투자하게 된다"며 "그러나 국가는 B를 육성할 수 있도록 하는 A를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기저발전에서 수익이 발생해야 재생에너지도 키울 수 있다"며 "재생에너지 설비가 현재 1%인데 보조금은 2조다. 20%가 되면 보조금만 40조가 된다. 국민들이 부담하는 게 아니면 결국 한전과 기존 발전사들만 부담하게 된다"고 했다. 또한 "태양광과 풍력의 수명이 20년임을 감안하면 원전 6기가 아니라 2~3기 분량의 전력을 얻기 위해 원전 25기를 건설할 만한 돈인 100조원을 투입하는 것이 옳은 사회적 선택인지에 대해서 보다 광범위한 국민적 검토가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발전업계 "정부 계획에 협조...합리적인 RPS 정산 기대"

발전업계는 오래전부터 논의된 내용이며 현 상황에서 재생에너지 사업 참여 확대가 수익으로 이어지는 게 아닌 만큼 별다른 반응이 없는 상황이다. 한 발전 공기업 관계자는 "2030년까지 20%가 쉽진 않겠지만 아주 불가능한 목표도 아니라고 본다"며 "공기업으로써 정부의 계획에 맞춰 재생에너지 확대를 적극 시행한다는 방침"이라고 밝혔다.

민간발전협회 한 관계자는 "민간발전사들은 RPS의무대상자이기 때문에 재생에너지 사업에 참여하지만 수익을 위해서 하는 것은 아니다"며 "이번 계획 발표와 관계없이 민간발전사들의 본업은 대용량 발전이며, 재생에너지 3020을 위해 자체 건설이나 REC(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를 구매 등 투자와 RPS시장 참여에 대한 합리적인 정산이 이뤄져 손실이 없기를 바랄 뿐"이라고 했다.


◇정부·지자체·국민들이 적극 협력해야


관련 제도와 시장 규제는 물론 국민들의 인식 전환과 적극적인 참여도 재생에너지 3020이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이성호 세종대 기후변화센터 연구위원은 "정부가 재생에너지 3020 달성을 위한 각종 수치들을 제시했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참여 확산 △대규모 프로젝트 △지자체 주도의 계획입지제도 도입 △태양광 발전, 풍력발전 산업육성 통한 일자리 창출 △간헐성 전원 대책 △환경을 고려한 재생에너지 확대"라고 강조했다.

이상훈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장 또한 "이번 3020 계획은 단순히 보급만 놓고보면 목표 달성은 어렵지 않지만, 그 과정에서 환경적인 피해를 최소화하고, 많은 사람들이 발전사업에 참여하게 하면서 발전비용을 낮추고 동시에 산업도 육성시킨다는 여러 가치들을 다 달성하려면 이 과정에 참여하는 정부·지자체·기업 그리고 시민들의 참여와 협의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 정책은 보급하는 에너지원별, 시기별 용량에 집착하기 보다 현장에서 시장상황에 맞게 보급 속도를 조절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아주 좋은 계획이고 충분히 달성할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여러 이해관계자들이 충돌하지 않도록 정부가 실행점검과 협의체계를 잘 구성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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